‘좋아하게 된 만큼 거리를 두고, 혹여 집착일까 두려운 마음 덜어내려 애쓰다가…….’
며칠 전 투비컨티뉴드 구독 작가 서리달님의 글을 읽으며 유독 이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연애하던 순간의 고민을 어쩜 이렇게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셨을까 감탄하며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이것이 비단 연애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이 느껴졌다.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느꼈던 감정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했을 때 상대는 부담으로 느끼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자체 거리두기를 하고, 때로는 상대를 향한 감정이 내 스스로 집착으로 느껴져 일부러 생각을 전환하고 깊이 몰두할 다른 일을 찾는다.
이러한 감정은 내가 현재 덕질을 하며 아티스트에게 느끼는 마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잡을 수 없는 아티스트를 향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거리두기를 한다. 이 과정은 쉽지 않지만, 덕질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덕질을 하며 좋아하는 만큼 다가가고 싶지만,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신과 좋아하는 대상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필수라 할 수 있다. 좋아하는 대상이 연예인, 아티스트 또는 한 개인이라면, 그들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공간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적정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팬과 아티스트 간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보호받아야 하는 사적 영역까지 다가가려는 시도는 종종 실망이나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아티스트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하거나, 팬의 관심에 응답하지 않을 때 큰 허탈감과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기복을 줄이고, 덕질을 긍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한다.
팬과 아티스트 간의 관계는 쌍방향의 관계지만, 아티스트를 향한 덕질은 일방적인 관계라 볼 수 있다. 이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과도한 기대나 집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 덕질을 한층 성숙하게 즐길 수 있고, 관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감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
지나치게 빠져들거나 집착하면, 감정이 금방 소진되어 덕질이 주는 설렘, 행복, 즐거움 대신 피로로 다가올 수 있다. 적정한 거리 속에서 느긋하게 즐기면, 더 오래도록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덕질은 삶의 일부일 뿐,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대상과 자신의 일상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아하는 감정이 나의 일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조절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감정이 커질수록 그 감정이 무언가를 바라는 집착과 소유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도한 기대와 의미부여를 하거나, 자신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껴 상처받는 경우다. 그러나 거리를 두면 이런 감정적 왜곡을 방지하고, 순수한 좋아함을 유지할 수 있다.
덕질을 하며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보호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감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이 거리는 단절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더 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덕질은 삶의 일부일 뿐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감정이 나의 일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거리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