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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플레이리스트

by Balbi

요즘 나의 플레이리스트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정말 다양한 곡들이 담겨 있다. 리베란테의 음악을 시작으로 그들 덕분에 알게 된 루이스 미구엘의 노래, 그들이 불렀던 팝송과 가요, 우리나라 가곡, 오래된 가요, 그리고 이무진의 곡들까지 약 500곡이 모여 있다. 그중 요즘 가장 즐겨 듣는 곡은 이무진의 노래들이다. 왜 갑자기 그의 노래에 꽂히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며 그 흐름을 쫒다보니 웃음이 나온다. 정확히 무엇이 먼저라고 하기 힘든 게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켜 있다.


이무진. ‘신호등’이라는 곡으로만 알고 있던 가수였다.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보았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는 많고 많은 일반적인 가수들 중 한명이었다.


그러던 중 작년 1월 리베란테의 지훈이 입대하며, 봄부터 쫒아 다닌 전쟁기념관에서 알게 된 한명의 아티스트가 있다. 오래전 글에서 새싹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던 피아노 치는 오다준 상병.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의 행적을 파다보니 이무진과 연결 되었다. 입대 전 이무진의 세션으로 활동한 그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그의 모습을 전쟁기념관에서 처음 보았기에 새싹이라고 표현했는데, 새싹이라고 하기엔 이미 경력이 화려하다.


‘오, 이무진 세션이었어! 우와, 엄청 큰 무대에서 공연도 많이 했네. 지난 가을 리베란테 보러갔던 아트포레에 이무진도 나왔는데, 군대 안 갔음 그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거네. 아니다 군대 안 갔음 내가 모르지. 군대를 가서 지훈이랑 같이 군악대에서 활동을 하니 내가 알게 된 거지.’


이런 생각의 흐름으로 자연스레 이무진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흔한 가수 중 한 명으로 느껴졌던 그의 음악이 이제는 더 친근하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특히 새싹 아티스트의 연주가 이 노래에 깔렸겠다고 상상하면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노래를 듣다보니 둘째가 요청을 한다.


“엄마, 이무진 에피소드 틀어줘.”


작년 연말 학예회에서 이 곡에 맞춰 단체 춤을 추었던 덕에 2학기 내내 흥얼거리던 곡이었다. 이렇게 아이들과도 함께 듣는 노래다 보니 이무진의 곡들이 더 자주 플레이 되고 있다. 플레이 되면 자동으로 따라 부르게 되는데 영 쉽지가 않다. 박자 따라가기가 바쁘다. 노랫말을 자꾸 놓친다. 제대로 따라 불러 보려고 가사를 찾아 내용을 보니 가사가 예술이다. 흥얼거리던 멜로디뿐만 아니라 이렇게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다니 감탄이 나왔다. 그의 노래는 누가 작사, 작곡을 한 것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거의 모든 곡이 자작곡이다.


‘이런!!! 넘사벽 천재였구나.’


새싹 아티스트에서 이무진으로 연결된 관심에 노래를 듣고 관련 정보를 하나하나 파헤치다보니 또 부럽다. 요즘에는 이런 멋진 아들들을 보면 마지막은 꼭 이렇게 끝난다.


‘뉘집 아들인지 그 엄마 부럽다.’


우리집에는 씨앗 아티스트가 있다.

내 인스타그램 팬 계정 하이라이트에 'Seed A'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

그 녀석이 요즘 기타를 띵띵거리며 작곡을 해보겠다고 한다.


“작곡 좋지. 작곡을 해야 돈을 벌지. 이무진도 다 자작곡이잖아. 이무진은 돈을 쓸어 모을 거야.”


어제는 웬일로 반가운 질문을 해왔다.


“엄마, 엄마는 글을 어떻게 잘 쓰게 된 거야? 글 잘 쓰는 방법이 있어?”


나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데 매일 뭔가를 쓰고 있으니 녀석의 기준에서는 잘 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일단 한 줄이라도 써봐야지. 하루에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해봐.”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데 정리가 안 되고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말이 되던 안 되던 머릿속에 있는걸 그냥 다 적어봐. 그 적은걸 다시 정리해보면 글이 되는 거지.”

“00이는 가사를 쓴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냥 휘리릭 쓰던데, 난 그게 안 돼.”

“아들, 빨리 쓰는 게 뭐가 중요해. 그 가사에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아들의 질문에는 최대한 시크하게 관심 없는 척 대답해야 한다.

‘오잉, 네가 드디어 관심이 생기는구나. 관심 생겼으니 이것도, 저것도 해보자.’ 하며 들이밀면 튕겨져 나간다. 그냥 그의 작업에 약간의 관심만 보여야 한다.


이무진의 ‘신호등’처럼 멋진 곡이 하나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그의 띵띵거리는 기타 소리와 늦은 밤 사부작거림을 감내한다.


새싹 아티스트와 우리 집 씨앗 아티스트 모두 어떤 나무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들을 바라보며 바라는 것은 그들이 많은 가지와 풍성한 잎을 뻗어내어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그 푸르름으로 안정을 주는 음악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무진세션까지 했던 오다준 상병을 ‘새싹 아티스트’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 새싹이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멋진 나무 같아서 다른 적당한 표현을 찾아봐야겠다. 내 눈엔 이미 슈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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