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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관통하는 아티스트의 매력

2024년 2월 14일 둘째의 현우오빠 생카 투어

by Balbi

나이를 먹고 운전을 하다 보니 걷는 것이 많이 줄었다. 간단히 산책 겸 운동을 나갔다가도 아주 짧은 거리를 걷고 집으로 오는 길엔 걸은 운동량보다도 더 높은 칼로리의 음료를 한잔 들고 들어온다.


올해 들어와 가장 많이 걸었던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2월이다. 정확히 날짜도 기억하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인데 리베란테를 덕질하는 이들에겐 현우데이다. 멤버 막내 노현우의 생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덕친들과 현우 생카 투어에 나섰다. (생카 : 생일카페의 줄임말로 아티스트의 생일에 팬들이 생일 축하의 의미로 카페를 사진 등으로 꾸며서 이벤트를 즐긴다.)


마포, 홍대 부근에서 총 4개의 생카가 열렸다. 생카를 핑계로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한 덕친들과 동선을 짜서 함께 투어를 하기로 했다. 이번 생카 투어엔 둘째도 동행했다. 둘째는 네 명의 멤버 중 막내 현우오빠를 가장 좋아한다. 왜 좋은지 물어보면 가장 멋지고 귀엽단다.


덕친들과 가장 편하게 돌 수 있는 동선을 짜고 시간 약속을 잡았다. 두 곳은 지하철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방문이 어렵지 않았다. 예쁘게 사진으로 꾸며진 카페를 구경하고 나눠주는 선물도 받고 맛있는 음료와 쿠키를 먹는 생카라는 곳을 처음 경험하는 둘째는 신났다.


동선을 따라 세 번째 생카로 이동을 하려고 보니 거리가 꽤 되었다. 2월이지만 따듯한 날씨 덕분에 힘들지 않게 서울 구경을 하며 걸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생카에 도착한 우리는 카페 내부가 붐빈다는 이유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구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갑자기 등장한 현우오빠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현우오빠를 둘째는 엄마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보고 있었다. 생일 주인공인 현우오빠는 카페 내부로 들어가고 우린 카페 내부의 상황을 바깥에서 살짝 구경만 할 수 있었다. 카페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둘째가 안타까웠던 외부에 함께 있던 한분이 둘째를 끌고 현우오빠가 사인을 하고 있는 유리문 앞으로 끌고 갔다. 현우오빠를 가까이서 보게 해주겠다고……. 바로 코앞에서 오빠를 본 둘째는 놀래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덕질에서도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조심성이 많고 오빠보다는 좀 소심하다 생각되는 둘째의 덕질은 포토카드를 모으고 조용히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인가 보다. 현우오빠가 떠나고, 둘째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집에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


“서현아 우리 세 군데나 구경했고 많이 걸었더니 힘든데 남은 한군데는 패스하고 집에 가자.”

“아냐. 나머지 한군데도 가볼래.”

“여기서 좀 많이 걸어야 하는데?”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면 되지.”


그렇게 우리는 꽤 먼 거리를 걸었다. 평소 걷는 걸 즐겨하지 않지만 애정하는 현우오빠 생카를 방문하기 위해 홍대거리를 열심히 걸었다. 다른 때 같았음 다리 아프다고 툴툴거렸을 텐데……. 온종일 서울에서의 생카 투어를 마치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잘 보고 왔냐는 아빠의 물음에 현우오빠를 봤다며 자랑을 한다.


“서현, 오빠 제대로 본거 맞아? 엄마 뒤에 숨어서 제대로 못 본거 같은데?”

“아냐, 그때도 보고 어떤 이모가 나 끌고 갔잖아. 오빠 보라고 유리문 앞으로. 그때 정말 오빠가 바로 코앞에 있었고 오빠가 유리문에 손 대줘서 내 손도 이렇게 댔단 말이야.”

“정말? 엄만 떨어져 있어서 그건 못 봤네. 끌고 간 이모가 완전 잘 보이는 자리로 데리고 간 거네.”

“어, 바로 앞이었고 오빠가 유리문에 손 대줘서 나도 했다니까.”

“근데 아깐 왜 울었어?”

“갑자기 오빠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놀래서…….”


현장에서는 한참을 훌쩍이며 울더니 가까이서 오빠를 볼 수 있어 좋았나 보다.


주변에선 10대 자녀가 덕질을 하면 말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엄마가 덕질을 부추기고 있는 이 모양새가 참으로 웃기다.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며 소소하게 포토카드와 굿즈를 챙겨주면 둘째는 좋아한다. 아직 아들과의 접점은 찾지 못했다. 서로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다르다보니 티케팅을 도와주는 정도다. 이렇게 음악과 덕질로 접점을 찾아가다 보면 서로 이야기도 통하고 말랑말랑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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