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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Jan 13. 2023

12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2021년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는 2022년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2022년 1월 소재 업체 입장에서 마주한 반도체 다운 사이클은 1년이 지난 2023년 1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피라미드의 하단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자면 마치 산업계 전체가 벼랑 끝으로 점점 내몰리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 시장의 반응과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른 듯하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이미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 했다는 의견부터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기에 추가 악재는 없다는 의견까지 긍정적인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2023년 새해 들어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주가가 급반등 하면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긍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상은 대부분의 OSAT가 저조한 가동률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전자 산업의 반도체 소비 둔화와 Foundry를 비롯한 Wafer가공업체들의 Wafer 출하량 감소가 겹치면서 2023년에도 다운 사이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평온한 바다 아래에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현실과 수면 위의 고요한 자본시장은 상반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곳곳에서 재고 관련 이슈가 터져 나오는 이때, 자본 시장과는 별개로 현재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을 알고 있어야만 이후 발생한 돌발적인 상황에 그나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업계 현황만을 맹신하여 자본 시장을 상대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글에 있는 내용은 업계 동향 정도로만 참조해 주기 바란다.   

      


 2022년의 12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현황을 돌아보고 2023년의 전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고자 한다. 대만 반도체 업계는 TSMC를 비롯한 Foundry 업체들의 지속적인 성장 기대감으로 잔뜩 고무된 채로 2022년을 맞이했다. TSMC와 더불어 대만 최대 Fabless이자 글로벌 5위권에 랭크된 Mediatek의 성장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만을 넘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TSMC는 2022년 내내 폭발적인 성장으로 기대에 화답했다. 그러나 2022년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전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서 반도체 경기 침체의 전조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21년 3분기부터 공급망에 재고가 적체되면서 분야별로 규모가 가장 작은 업체들은 이미 주문 취소와 발주량 감소를 접하게 됐다. 시황은 아직 불타오르고 있는데 자신의 머리 위로 얼음물이 쏟아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2021년 4분기부터는 반도체 과재고에 대한 우려가 EMS를 포함한 전자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재고 상황이 심각해 지자 OSAT업체들의 창고에는 아직 포장지도 뜯지 못한 원자재들이 쌓여갔으며 패키징이 완료된 완제품의 출하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4월 중국 봉쇄로 인해 주강삼각주에 위치한 OSAT업체들이 가동을 멈추자 긴급 패키징 물량이 대만으로 이관되면서 대만 OSAT들의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지만 이는 단기 이벤트에 그쳤다. Lead Frame 기반의 저사양 반도체를 주로 패키징 하는 TICP, LINGSEN, GRAATEK이 차례로 다운 사이클의 영향권에 들었다.  


 스마트 기기, TV의 출하량 감소와 함께 재고가 증가하는 더블 임팩트가 발생하면서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구동에 사용되는 DDI(디스플레이 구동칩)를 설계하는 Novatek과 패키징 업체인 Chipbond, Chipmos의 부진이 시작됐다. Chipmos는 DDI와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겹치면서 Chipbond 대비 더욱 가파른 매출 감소를 보였다.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위탁생산량이 줄면서 KIOXIA와 MICRON의 물량을 소화하던 PTI의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FATC(Nanya), Walton(Winbond), OSE(Kingston)는 그룹사와 최종 고객사의 물량 배정을 기반으로 사업을 꾸려나갔지만 2021년 대비 매출액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다만 FATC와 Walton의 경우, 그룹사가 완제품 판가 하락으로 적자전환이 되더라도 Wafer의 출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완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 비해 매출액 감소는 제한적이다. 이마저도 잠시 동안의 평온일 뿐, 그룹사의 Wafer 생산 수량이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가면 관련 OSAT의 매출과 공장 가동률이 바닥을 치며 진정한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테스팅 하우스인 KYEC가 8월 매출액이 연간 매출액(YoY) 기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되는 반도체의 개수의 감소는 즉 반도체 테스트 업체의 위축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KYEC의 월별 매출 기조가 단시간 내에 하향 전환한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광범위한 고객사에서 단시간 내 대량의 Order cut이 쇄도하고 있었다.


 정점 대비 상당한 수준의 조정을 겪었으나 대만 반도체 업계는 아직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아직 TSMC의 Wafer 출하량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TSMC의 장기 계약 물량도 Order Cut에 따라 Wafer 출하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낮은 가동률로 고초를 겪고 있는 OSAT업체들에게는 마지막 마지노선이 붕괴되는 것과 같다. 대만 OSAT인 GREATEK과 DRAM 생산업체인 Nanya의 현황을 통해 현재 반도체 업계가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GREATEK은 Lead Frame 기판의 패키지(QFN, QFP 등)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OSAT로서 국내외 400곳이 넘는 Fabless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12년 PTI에 피인수된 후 꾸준히 양산 능력을 끌어올렸다. 고기능 반도체에 비해 패키징 개수에 따른 공정비용이 저렴한 탓에 매출액 변화에 따라 제품 생산량이 큰 폭으로 움직인다. 2021년 GREATEK이 월간 매출의 최정점을 찍기 전, 2021년 6월 GREATEK의 월간 원자재 구매량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달 후인 2021년 8월, GREATEK은 역대 최고의 월간 매출액을 달성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125억 개의 반도체를 패키징 하며 패키징 개수에 있어서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1분기부터 GREATEK의 생산량이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3분기부터는 가동률이 50% 아래를 맴돌았다. 이에 따라 1분기부터 자재 사용량이 줄며 발주량도 빠르게 줄었다. 시간 경과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원자재의 양이 감소함에도 재고의 가용 기간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내가 속한 회사는 2022년 6월을 끝으로 GREATEK으로부터 발주서를 받을 수 없었다. 2021년 대만 내 최대 매출처였던 GREATEK이지만 6개월 동안 패키징 원자재 출하가 없었다. 이는 공급망 이슈, 과재고, Order cut 등 복합적인 이슈가 한데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이 OSAT업계를 뒤흔들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업체의 유별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는 대부분의 소재업체들은 공통된 상황을 겪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수주 절벽의 해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고객사의 재고 소진 혹은 유효기간 경과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암담하고 답답한 마음뿐이다. 


 1월 중 GREATEK에 7개월 만에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하지만 출하량은 평년의 절반, 호황기의 1/4이다. 아직도 GREATEK의 가동률은 40% 언저리를 맴돌고 있으며 새로 오픈한 신규 공장의 정상적인 양산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있다. 이로 인해 패키징 수량도 작년보다 대폭 감소한 85억 개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GREATEK의 월간 매출액을 신경 써서 추적하는 이유는 GRATEK이 다양한 Fabless업체들의 매출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GREATEK의 고객사들은 GREATEK을 통해 저사양 반도체 패키징을 대량 생산한다. 이를 모니터링하면 전방 산업, 즉 전자 기업들의 업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아직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뜨겁던 2022년 초에 이미 GREATEK은 Order cut의 전조 증상을 보였다. 반대로 전자기업들의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 가장 먼저 매출액이 늘어나는 회사가 저사양 반도체를 패키징 하는 OSAT이며 개인적으로는 GREATEK의 매출 변화를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사이클의 전환이 반도체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전에 사이클의 추세 변환을 선제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결론적으로 GREATEK의 월별 매출 하향세는 유지되고 있으며 반등의 시기조차 불분명하다. 걱정되는 것은 매출액의 정상 회귀가 아닌 줄어든 상태에서의 장기 횡보이다. 2월 원자재 출하 요청 수량도 1월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상승 전환의 시기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Nanya는 대만의 DRAM 제조 회사로서 글로벌 M/S 3~4%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기술력 격차로 인해 DRAM Big 3와 직접적으로 High-End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중저가 스마트 기기에 주로 제품이 탑재된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Nanya의 DRAM을 탑재하는 기기가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Big3보다 앞서 시장의 변화에 반응한다. Nanya의 11년 동안의 월간 매출액과 연도별 디바이스 생산량을 함께 살펴보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긴박한 상황을 알 수 있다. Nanya 역시 GREATEK과 마찬가지로 2021년 8월 월간 매출액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Nanya의 최고 매출 기록은 데이터 센터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품귀현상이 있었던 2018년 6월이다. 당시의 DRAM 생산량은 2017년 10억 개, 2018년 12억 개 수준이었다.   


 Nanya의 월간 매출액이 가파르게 치솟았던 2021년의 DRAM 생산량은 14억 개에 달한다. DRAM의 개당 가격이 올라 매출이 높았던 2018년과 출하량의 증가에 의한 매출액이 늘었던 2021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출하된 DRAM은 전자 기업들의 생산라인에서 적기에 소화되지 못했다. 전방 산업에서부터 적체되기 시작한 DRAM 재고는 Nanya의 패키징 파트너 OSAT인 FATC까지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 어느 DRAM업체보다 제품 재고의 비중이 높은 Nanya이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산원가 이하에라도 제품을 던지려고 한다. 이런 Nanya의 절박한 행보는 시장에 풀리는 제품 수량이 적음에도 DRAM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Nanya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재고 관리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Big3의 향후 액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22년 12월 Nanya의 월간 매출액은 2012년 9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더 아찔한 건 아직 어디가 바닥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분위기면 2012년 9월의 최저점을 깨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정이 현실화될 경우, 2021년 최고점 대비 월간 매출액이 1/4 토막 나는 셈이다. 디바이스 생산량 역시 9억 개에서 10억 개 사이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DRAM가격의 폭락과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 재고로 인해 Nanya의 월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Wafer 생산량이 줄지 않고 증가하는 와중에 매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Nanya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고 해서 시장의 모든 충격을 Nanya만 감당하지 않는다. Big 3인 삼성전자, SK hynix, Micron 또한 최고 실적을 냈던 분기 대비 반토막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시장 수축의 하강 슬로프 각도가 좀처럼 완만해지지 않고 있다. 인위적인 감산이든 자연적인 감산이든 Wafer의 출하량 감소가 현실화되면 관련된 OSAT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2014년~2016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일 시기에 국내 OSAT업체들은 조업 일수 단축과 연봉 삭감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동일한 절차를 밟는 수순으로 흘러가는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동안 소재 업체의 입장에서 바라본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경우, 6개월의 단기 조정으로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2018년 말의 다운사이클은 6개월여의 조정 끝에 소재 사용량이 정상 궤도로 회기 했다. 당시에는 6개월도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다운사이클은 어느새 1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심지어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제는 업계 분들을 만날 경우가 생기면 서로의 생존부터 먼저 챙기게 됐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후끈한 자본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업계의 현실은 빙하기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원자재 수급과 재고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고 봄이 온 것으로 오판하는 우를 범할 경우, 돌이킬 방법이 없는 시기이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반도체 다운 사이클이 바닥을 쳤으면 한다. 그래서 이제는 잔뜩 움츠렸던 마음과 몸이 기지개를 피고 아래보다는 위를 보며 도움닫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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