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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Nov 07. 2022

Unisem (M) Berhad

말레이시아의 OSAT②

Unisem(M) Berhad.

Malaysia Stock Exchange Code : UNSM

설립일 : 1989년 6월 

종업원 : 5,959명(2021년 12월 말 기준)

홈페이지 : https://www.unisemgroup.com/



    TI, NXP, Infineon, ST Micro와 같은 미국, 유럽의 종합 반도체 기업들(IDM)은 반도체 사업 초기부터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인 패키징 라인을 아시아에서 운영했다. Wafer Fab. 이 위치한 미국, 유럽에서 Wafer가 가공되면 아시아에 위치한 패키징 라인으로 이송되어 패키징이 이루어졌다. 동북아시아의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한국과 대만에 위치했던 반도체 패키징 라인은 현지 기업들에게 매각되거나 철수했다. Micron과 같이 대만에 적극적으로 패키징 시설을 증설하고 있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위주로 패키징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와 대만을 중심으로 패키징 위탁생산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수많은 OSAT업체들이 설립되었다가 통합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동남아 국가의 몇몇 기업들이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현지에 위치한 서구권 반도체 기업들의 패키징 물량의 일부를 위탁받으며 성장했다. 동남아에서 패키징 라인을 운영 중인 종합 반도체 기업들도 이들을 통해 반도체 사이클 변동에 따른 라인 가동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저부가가치 패키지를 위탁함으로써 Win-Win 할 수 있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들 중 가장 큰 OSAT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말레이시아 최대 OSAT기업인 MPI(Carsem)에 이어 2위 업체인 UNISEM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89년 말레이시아 자본으로 설립된 UNISEM은 2022년 기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21년 매출액 4,335억 원, 영업이익 615억으로 우리나라 OSAT기업들과 비교해보면 SFA반도체(6,411억 원)와 하나마이크론(3,984억 원) 사이에 위치한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UNISEM은 미국, 대만, 싱가포르의 거대 OSAT와 경쟁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OSAT였다. 한때는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영국 4개국에서 패키징 공장을 운영할 만큼 해외 공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다. 2010년 전후, 말레이시아 화폐의 고평가로 반사 이익을 받은 면이 일부 있으나 한 때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은 변함없다. 

 

 UNISEM은 1990년 ~ 2000년대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등에 업고 패키징 위탁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반도체 패키징 물량이 증가하면서 UNISEM은 1991년 인도네시아, 1992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패키징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초기 투자가 순조로운 결과를 보이자 UNISEM은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종합 반도체 업체들의 패키징 물량을 위탁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유럽의 Fabless업체들의 물량을 확보하고자 했다. UNISEM의 빠른 상장으로 패키징 업계에서 UNISEM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체를 통틀어 싱가포르의 StatsChipPAC, UTAC을 제외하고는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반도체 패키징 사업의 순조로운 안착으로 자신감을 가진 UNISEM은 2004~2005년간 향후 UNISEM의 미래를 책임질 3가지 결정을 내렸다. 첫째 중국 청두(Chengdu) 공장 건설을 통한 중국 진출, 둘째 Wafer Level Packaing 사업을 기반으로 한 패키징 사업 고도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럽 고객사와 근접한 유럽 OSAT업체 인수를 통한 유럽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이 그것이다. 이중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본진에서 멀찍이 떨어진 유럽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먼저 실패 사례를 복기해 보면 2004년 UNISEM은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Atlantic Technology의 패키징 라인과 인력을 인수함으로써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당초 계획은 유럽 고객사들의 지근거리에서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진행된 급격한 반도체 산업의 분업화와 집중화로 인해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축이 아시아로 쏠리면서 영국 웨일스에 있는 패키징 공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2004년 인수 당시 250명에 달하던 웨일스 공장의 직원수는 60명까지 줄더니 2013년에는 공장 운영이 중단되었다. 

 유럽 진출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같은 시기에 진행했던 중국 시장 공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UNISEM의 중국 공장이 첫 가동된 2005년은 해외 OSAT들이 이제 막 중국에 공장을 짓고 양산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현재 중국의 OSAT Big3인 JCET, TFME, TSHT은 당시만 해도 UNISEM과 기술 격차를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중국 정부의 "서부 대약진" 운동으로 인해 중국 서부 내륙에 투자한 기업은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받았다. 히말라야 기착지인 청두에 자리를 잡은 UNISEM 또한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금융, 세금, 부동산 등 여러 방면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UNISEM이 중국 공장 설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 아이폰의 조립 업체로 유명한 Foxconn이 청두에 대규모 EMS공장을 건립하면서 UNISEM의 패키징 사업에 힘을 보탰다. 현재 UNISEM의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 사업의 호조로 인해 UNISEM의 내부 역량이 중국 공장으로 집중되던 시기에 인도네시아 공장은 UNISEM 패키징 사업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패키징 사업 초기부터 운영해오던 인도네시아 공장은 Amkor, ASE와 같은 대형 OSAT의 현지 공장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2010년대 중반에는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내부 갈등을 빚었다. 결국 2019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하강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자 UNISEM 경영진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UNISEM은 패키징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 Wafer Bumping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UNISEM은 Wafer Bumping에 대한 패키징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Bumping 사업을 위한 기술 파트너를 물색했다. 여러 업체를 접촉한 끝에 Wafer Level 패키징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 중 하나인 미국의 Flipchip International과 기술 이전 협약을 맺었다. 막상 Bumping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시설을 구축했지만 실제 매출로 연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2005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Wafer Bumping 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동남아 변방에 위치한 UNISEM이 가져갈 만한 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UNISEM의 Bumping 시장 진출은 패키징 업계에 파급을 주지 못했으나 5년여의 시간이 흐르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Bumping 라인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2년 1분기에는 Bumping을 비롯한 Wafer Level 패키징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 중 1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Bumping 매출 비중은 2022년 3분기에는 41%로 늘어나 UNISEM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UNISEM은 Bumping 기술의 라이선스를 위해 인연을 맺은 Flipchip International을 통해 중국 TSHT과의 합병에 이르게 됐다.   


 2010년대 중후반은 OSAT업계의 합종연횡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중국의 JCET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StatsChipPAC를 인수했으며 TFME는 AMD로부터 후공정 사업을 인수했다. 대만의 OSAT 1,2위 업체인 ASE와 SPIL은 20년이 넘는 경쟁을 마무리하고 합병을 합의했다. 미국의 AMKOR는 Toshiba, NMD와 합작 투자했던 일본 J-Device의 지분 전량을 매입하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한 포르투갈의 Wafer Level 패키징 업체인 Nanium을 인수하여 선전 패키징 기술의 강화를 꾀하던 때였다. 

 주변의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몸집을 불리고 선진 업체들을 인수하여 기술적 도약을 하는 것을 보고 중국 거대 OSAT인 TSHT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2014년 선단 패키징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의 Flipchip International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이 필요했다. 자국 내 경쟁업체인 JCET, TFME는 M&A를 통해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함과 동시에 해외 반도체 업체들과의 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TSHT 입장에서는 합종연회의 시기를 놓쳐 버렸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OSAT업계의 합종연횡으로 업체 간 명암이 엇갈리던 것으로 보던 UNISEM 역시 위기감을 느꼈다. 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구축을 위한 파트너가 절실했다. 2018년 FlipChip International를 통한 접점을 활용해 UNISEM과 TSHT은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TSHT은 경영 간섭 최소화와 고용 보장, 대규모 투자를 내세워 UNISEM 주주들을 설득했다. 초기에 TSHT이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 나면서 일각에서는 양사 간 거래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2018년 12월 TSHT은 UNISEM의 지분 48%를 확보하는 것으로 양사 간 계약이 체결되어 UNISEM은 TSHT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미 일흔이 훌쩍 넘은 UNISEM의 경영진들은 말레이시아 자국 반도체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업계에서 두루 존경받고 있는 노장들은 아직도 경영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UNISEM은 말레이시아와 중국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Gopeng에는 기존 Ipoh 라인의 두배에 달하는 Wafer level 패키징 라인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반도체 사이클이 우상향 중이었음에도 투자 규모가 너무 큰 것에 대해 말레이시아 내부적으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는 UNISEM 경영진 역시 투자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타 동남아 OSAT업체들과 마찬가지로 UNISEM 또한 동일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2010년경에는 1만 명에 달하던 종업원을 통해 저부가가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생산 설비 고도화와 생산 효율 증가를 통해 종업원 수는 5천 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줄곧 박스권에 갇혀 있다. 2021년 전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인해 UNISEM의 매출액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2022년에는 감소할 수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유럽과 미국의 Fabless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화권 Fabless를 주요 고객사로 둔 중국, 대만 업체들보다는 상황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에 위치한 OSAT업체들과 UNISEM을 비교했을 때, 선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회사인 TSHT 또한 Mid-Low end 패키징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과 고객사 확대에 대해서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UNISEM은 TSHT에게 있어 중국 시장이라는 한정적인 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창구이다. TSHT은 UNISEM을 통해 어떻게든 해외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TSHT은 UNISEM 말레이시아 Gopeng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해외 고객사 확대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반도체 경기의 다운 사이클 동안 UNISEM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경쟁사인 MPI(Carsem)를 비롯한 타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와 협업 전략을 수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반도체 경기의 방향이 위를 향할 때, UNISEM이 현재의 자리보다 더 높을 곳을 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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