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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Nov 13. 2022

Inari Amertron Berhad

말레이시아의 OSAT③

Inari Amertron Berhad

Malaysia Stock Exchange Code : INAR

설립일 : 2010년 9월 21일

종업원 : 5,803명(2021년 6월 말 기준)

홈페이지 : http://www.inariberhad.com/


  OSAT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은 무엇일까? 경우에 따라 뛰어난 패키징 기술이나 압도적인 생산 규모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OSAT사업을 위한 최우선 필수조건은 안정적인 고객사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는 말 그대로 다른 반도체 기업의 반도체를 대신 패키징 혹은 테스트해 주는 것이다. 아무리 패키징 기술이 뛰어나고 대규모의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따라서 OSAT 사업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정된 고객사가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OSAT업체들은 특정 원청업체로의 매출 쏠림이 심각하지만 해외 OSAT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고객사를 두어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Inari Amertron(이하 "Inari")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깨뜨리는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Inari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업체 중 가장 특이한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Inari는 2021년 기준 단 두 곳의 고객사로부터 전체 매출액의 99%를 얻고 있다. 매출액 규모로는 말레이시아 3위 업체이지만 2021년 말 기준 시가총액은 4조 원으로 1위 MPI(2.7조 원)과 2위 UNISEM(1.8조 원)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동남아에 위치한 OSAT업체이지만 우리나라와 대만의 OSAT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는 규모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사업 구조와 시가 총액을 가진 Inari는 어떤 성장 배경을 가졌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Inari를 소개하기에 앞서 현재 Inari의 최대 고객사인 Broadcom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Inari에게 있어 Broadcom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Broadcom의 역사가 즉 Inari일만큼 둘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단 시간을 60 여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61년 미국의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Company)는 특수 실리콘, 게르마늄 및 갈륨비소 다이오드의 공급을 목적으로 HP Associates를 설립했다. 1966년 HP Associates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GaAsP(갈륨-비소-인화물) 발광 다이오드(LED)를 개발하여 신호등, 대형 간판용으로 납품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의 시간 동안, HP Associates는 LED산업의 혁신을 거듭해서 세계 최대 LED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말 HP는 성장 잠재력과 인력, 기술, 훌륭한 브랜드 등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릴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1999년 초,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HP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그룹의 성장 방향인 컴퓨터와 그 주변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당시 그룹 내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의료기기와 계측기 사업(반도체와 LED 사업부 포함)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1999년 HP의 의료기기와 계측기 사업부는 Agilent Technologies라는 사명으로 독립했다. 같은 해, Agilent는 Philips Lightig과 합작하여 고전력 LED 제조업인 Lumileds Lighting을 설립했다. LED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바로 그 업체이다. 네덜란드 기업인 Philips의 LED사업부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Lumileds의 모태는 사실 HP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HP입장에서는 의료기기와 계측기(반도체 포함) 사업을 하는 자회사 Agilent와 LED사업을 하는 손자회사 Lumileds가 생긴 셈이다.

  

 2005년 HP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1999년 HP의 CEO 자리에 올라 컴팩과의 합병을 주도했던 피오리나가 컴팩 인수 후 사업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고 2005년 3월 마크 허드가 새로운 CEO가 되었다. 피오리나 재임 중 인수한 컴팩의 부진한 사업의 만회를 위해 마크 허드는 다시금 그룹 재편을 진행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2005년 12월 HP는 Agilent와 그 자회사인 Lumileds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Agilent는 Philips와의 합작회사 지분 전량을 9억 5천만 달러에 Royal Philips Electronics로 매각했다. 이어 HP는 Agilent의 반도체 사업을 Kohlberg Kravis Roberts & Co.(KKR)와 Silver Lake Partners 두 사모펀드에 26억 6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로서 HP의 반도체 사업은 막을 내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비상장 반도체 회사가 탄생했다(2005년 기준 18억 달러 매출). 회사의 이름은 "Cargo"라는 단어의 운율을 따서 Avago로 정해졌다. 

 2014년 Avago는 데이터 센터, 모바일 네트워크 클라이언트 컴퓨팅의 스토리지와 네트워킹 가속칩을 설계하는 LSI Corporation을 6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어서 2016년 Avago는 Broadcom을 370억 달러에 인수하며 유무선을 모두 커버하는 견고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 사명은 Avago에서 Broadcom으로 통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Broadcom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7년에는 퀄컴까지 인수하려다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저지된 이력이 있다. 

 현재 Broadcom(舊Avago)의 사업부는 케이블 모뎀·셋톱박스·스위치·라우터용 반도체의 유선 인프라, 와이파이 및 RF 칩셋 등의 무선통신 칩 그리고 기업용 서버의 커넥터 및 컨트롤러와 기타로 나뉘어 있다. 2021년 기준 매출액은 210억 달러이며 퀄컴, 엔비디아에 이어 Fabless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제 Broadcom의 연혁을 기반으로 Inari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자. 2006년 Inari Technology Sdn Bhd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SMT 조립, PCBA 및 Box-Build 서비스를 위한 첫 번째 공장(P1)의 운영을 시작했다. 같은 해, Inari는 Avago의 주요 OEM업체로 지정됐다. 설립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업체였지만 Inari의 경영진은 Avago(舊Agilent) 말레이시아와의 인맥을 십분 활용하여 Avago의 OEM업체로 지정될 수 있었다. Avago의 OEM업체로 지정된 이후, Inari의 사업 방향과 신규 투자는 Avago의 반도체 위탁 조립을 최적화하는데 집중되었다. 

 2010년대 들어 Inari는 자금 조달을 통한 생산 시설 확충과 미래 투자를 위해 증권시장 상장을 확정했다. 2010년 9월 21일, 기존 생산 법인인 Inari Technology Sdn Bhd를 100% 자회사로 둔 INARI BERHAD가 설립됐다. Inari의 초기 4대 주주는 Insas Technology(사모펀드, 33.0%), Marconion(사모펀드, 20.6%), Ho Phon Guan(Inari 현 Inari 기술 부사장, 11.5%), Avago Malaysia(9.8%)였다. 상장 초기 Inari의 지분 구조를 보더라도 Inari와 Avago가 얼마나 돈독한 관계인지 알 수 있다. 

 2011년 7월 19일, INARI BERHAD의 주식은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의 ACE시장(우리나라 코스닥과 유사)에 상장되어 거래를 시작했다.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Inari는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해 2012년 필리핀을 기반으로 한 EMS업체인 Amertron Global을 인수 합병했다. 

 Inari가 전략적 투자처로 정한 Amertron Global은 LED 관련 부품의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EMS업체였다. 2012년 Inari가 인수를 타진하던 당시 Amerton은 연매출 1억 2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업체로서 Inari보다 더 큰 규모를 가진 회사였다. Inari는 자신보다 규모가 큰 Amertron 인수를 통해 그룹의 매출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Amertron의 EMS제조 라인은 Inari가 그동안 구축한 고도의 자동화된 대용량 필터 패키징 기술과 결합되었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Inari는 필리핀의 Clark Field와 Paranaque, 중국 쿤산(Kunshan China)에 있는 Amertron의 주요 생산 거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글로벌 생산 거점뿐만 아니라 Amertron의 주요 Line up인 광트랜시버 모듈 및 센서를 포함한 광섬유 모듈과 LED 기반 광전자를 기반으로 Broadcom, Osram, Lite-On, Sigmatron International와 같은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Amertron 인수에 따라 매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Inari는 2014년 6월 말레이시아 증권 거래소의 주거래 시장으로 이전했다(우리나라 코스피와 유사). 이후, Inari의 사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Inari Amertron Berhad으로 변경되었다. 현재 2022년 기준 Inari는 KLCI Top 30 지수의 핵심 구성주이다. 



  Inari가 Amerton을 통해 매출액이 급상승했던 2014년 무렵부터 Broadcom의 통신칩이 애플과 삼성을 비롯한 유수의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Broadcom의 RF필터 제조 비중이 높은 Inari는 Broadcom의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조립 위탁량이 덩달아 증가했다. 마치 Broadcom의 패키징 자회사처럼 Inari의 성장은 Broacom의 성장을 추종하게 됐다. Inari와 Broadcom의 주식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Broacom의 주식 변동폭과 Inari의 주식 변동폭이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 위탁 생산업을 하는 Inari의 사업 특성상, Broadcom이 실제 매출이 이뤄지는 시기보다 이른 시기에 패키징이 이뤄지기 때문에 Inari의 주가 변동은 Broadcom보다 선행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급냉각해서 양사 간 주가 변화가 완전히 동조하기 전까지 일부에서는 Broadcom의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Inari 주가를 참조하기도 했다. 

 Inari는 Amerton을 인수하면서 Osram이라는 신규 고객사를 영입했다. OSRAM은 전통적인 LED산업의 강자로서 말레이시아 페낭과 중국 우시에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Inari는 페낭에 특수 LED 사업을 확장하고 홍채 스캐닝에 사용되는 LED 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Osram과 협업을 성사시켰다. Inari는 현재 Osram의 LED 칩 패키징에 대한 독점 공급업체이다. 홍채 스캐너를 사용해 화면 잠금을 해제하는 스마트 기기에는 Inari에서 조립한 부품이 탑재되고 있다. 


 Inari는 매년 6월을 기점으로 연간 매출을 마감한다. 이 글에는 2021년까지의 정보를 담았으나 2022년 결산도 이미 마감되었다. 타 OSAT와 정보를 비교함에 있어 혼돈이 생길까 봐 2022년 회계정보는 싣지 않았다. 2021년 마감 자료를 보면 Inari는 3,948억 원의 매출에 97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5%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저마진 구조의 OSAT산업에서 25%의 영업이익률은 Top Tier OSAT업체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거대 Fabless인 Broadcom으로부터의 안정적인 위탁 물량과 OSRAM을 통한 LED 관련 패키징까지 Inari에게 있어서만큼은 한정적인 고객사가 OSAT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말레이시아의 증권사에서 발행한 Inari의 기업 분석 리포트를 보면 Inari에 대해 할애되는 부분보다 Broadcom의 RF 필터에 대한 전망 그리고 OSARM의 LED 사업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Broadcom과 OSARM의 기술적 해자가 붕괴되지 않는 이상, Inari의 성장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2022년 들어 직면한 반도체 다운 사이클로 인해 매출액과 공장 가동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반등할 시기에는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Broadcom의 패키징 물량을 대응하기 위해 Inari는 생산 시설 확충과 생산 능력 고도화를 위해 추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Inari의 설립 당시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1대 주주의 자리에 있었던 사모펀드 Insas Technology Berhad(ITB)는 2021년 Inari의 주가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정리했다. ITB 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주들은 대부분 적지 않은 차익을 남기며 Exit 했다. 주주는 물갈이되었지만 2006년 Inari를 설립하고 Broadcom(Avago)와 협업을 이끌어 냈던 경영진은 아직 Inari를 이끌고 있다. 20여 년 전 시작된 Broadcom과의 협업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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