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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Jan 01. 2022

8. 중국 OSAT 성장전략과 미래①

반도체 굴기의 허상과 차량용 반도체라는 돌파구

 중국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서 전 세계 유통 반도체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수입된다.(2020년 3,500억 달러)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석유 수입액보다 많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 적자(2020년 2,334억 달러)는 중국 정부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이렇게 반도체 수입액이 급증함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20년 기준 16%가 채 안된다. 2014년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7년이 지난 2021년의 자급률은 2014년과 비교하여 별반 차이가 없다. 돈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중국의 IT기업 성장신화는 무슨 이유로 반도체에서 발목이 잡혔을까. 중국 OSAT 산업을 파악하기 앞서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Wafer 가공)의 현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중국은 지난 2000년대부터 천문학적인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고 자국 기업들에게 특혜에 가까운 보조금을 살포해가며 IT기업들을 육성했다.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LED를 시작으로 태양전지, LCD, 2차 전지 시장까지 차례차례 잠식하더니 2014년에는 '반도체 산업 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2013년 당시 반도체 업계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칭화유니그룹이 팹리스 업체 스프레드트럼을 인수하며 언론에 전면으로 등장했다. 이후 칭화 유니그룹은 국가 반도체 기름(ICF)란 이름으로 조성된 중국 정부 자금을 중국 정부를 대신해서 살포하기 시작했다. 칭화유니그룹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과 SanDisk 에 대한 인수 제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SK hynix에까지 손을 뻗었다.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들에 대한 인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여기까지는 중국 정부에서 예상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수 실패 이후, 숨 가쁘게 이어진 중국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를 방증한다. 당시 중국발 반도체 투자 계획과 외국인 엔지니어 영입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로 인해 3년 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의해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뉴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갖게 했다.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동시 다발적으로 건설되던 2017년 말, 푸젠진화메모리(JHICC-디램)가 마이크론에 기술탈취 혐의로 제소당하며 중국 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자립 계획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푸젠진화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설비 반입까지 봉쇄당하며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YMTC(낸드 플래시)와 CXMT(디램)도 양산이 지속적인 차질을 빚으며 제품 출시 일정이 연기됐다. CXMT에서는 DDR4가 양산을 진행 중이긴 하나 아직 수율이 안정되지 못했고 우리나라를 겨냥했던 YMTC의 128단 낸드 플래시는 아직 기약이 없다. 결국 중국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2021년 현재까지도 YMTC와 CXMT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Foundry로 시선을 돌리면 중국 반도체 업계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표 Foundry 업체인 SMIC는 10nm 이하 공정에 대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중국의 유일한 업체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인해 10nm 이하 Wafer 가공에 필요한 EUV 노광 설비의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SMIC의 최선단 공정에서 양산 가능한 선폭은 14nm이지만, 삼성전자와 TSMC는 5nm 이하 공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찌감치 10nm 이하 공정을 기반으로 고객사를 확보해 온 삼성전자와 TSMC는 Foundry 매출의 절반 이상이 10nm 이하 공정에서 발생한다. 즉, 최선단 공정에 대한 기술경쟁에서 낙오되는 순간, 중저가 영역에서 수많은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SMIC는 중국 정부와 합작하여 28nm 공정을 적용한 12인치 웨이퍼 팹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10nm 이하 공정에 대한 투자를 잠시 보류한 것으로 미국의 허점을 노리기 위한 다른 복안을 실행 중인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정부에서 특정 기업을 지원할 때에는 초기 투자 시, 최대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을 투하한다. 아래 도표는 칭화유니그룹의 계통도(칭화유니그룹 → XMC)와 2015년 JCET(중국 1위 OSAT)의 StatsChipPAC(싱가포르-당시 글로벌 3위 OSAT)의 인수 과정이다. JCET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SMIC와 ICF(국가반도체기금)은 JCET의 경영권을 희석하지 않는 범위에서 1차 투자가 집행되었으며 특수 목적 자회사를 설립하며 투자금의 규모를 확대했다. 마치 JCET를 아래로 감싸듯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가 JCET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자본을 증식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JCET로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글로벌 3위 업체 StatsChipPAC을 7.8억 달러 현금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JCET Case를 통해 예행연습을 마친 중국 정부는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칭화유니그룹에 대한 투자 자금을 집행했다. 칭화유니그룹은 长江存储科技控股有限责任公司(YMTC 모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본 조달을 했는데 특히 西藏紫光大器投资有限公司  → 湖北紫芯国器科技投资有限公司(51.0%) → 湖北紫芯科技投资有限公司(50.76%) 구간에서 외부 투자를 통해 자본금을 불렸다. 마지막으로 칭화유니그룹은 长江存储科技控股有限责任公司에 대한 51%의 지분을 확보함과 동시에 ICF를 통해 투자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렇게 금고가 가득 찬 长江存储科技控股有限责任公司는 YMTC를 설립하여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함과 동시에 중국 Foundry 업체인 XMC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 중국 기업에게 있어서 51%의 지분율은 기업 지배를 위한 불문율이기에 대부분의 경우, 기업 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측에서는 51%에 상응하는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Wise Road & JAC Capital 컨소시엄 지배구조

 중국 정부는 칭화유니그룹을 통한 반도체 공장 건설 외, 민간 투자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중국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 역시 동일한 형태의 투자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 정부 자금은 주로 반도체 기업 인수와 대규모 공장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지방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위치한 곳에 생산 공장을 건설할 시 지분 투자를 통해 초기 부담을 덜어 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2014년 설립된 JAC Capital을 통해 중국 정부의 해외기업 사냥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JAC Capital은 중국 정부(국무원) 51%, 민간 사모펀드 49%가 지배하는 사실상 중국 국영 투자 기관이다.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민간 업체는 들러리일 뿐 대부분의 자금이 중국 정부에서 조달됐다. 

 JAC Capital은 2015년 NXP의 RF 전력 사업부가 분사한 Ampleon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NXP와 합작하여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생산업체인 WeEn Semiconductors를 설립했다. 외국 언론을 통해 JAC Capitial의 지배 구조가 신문지상에 드러나자 JAC Capital의 투자 활동이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다. 

 2017년 JAC Capital을 대신하여 소위 얼굴마담이 되어 줄 Wise Road(Zhulu) Capital이 설립됐다. Wise Road는 2021년 중반 매그나칩 반도체를 14억 달러에 매입하려다 미국 제지로 실패한 이력이 있는 회사다. Wise Road를 전면에 내세우며 JAC Capital은 Wise Road 컨소시엄의 하나로 위상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3개의 회사를 통해 Wise Road를 지배하는 이빈(李濱)은 JAC Capital의 지분 49%를 보유한 建平(天津)科技信息咨询合伙企业의 실직적인 소유주다. 결국 중국 정부와 사모펀드, 정확히는 "이빈"이라는 개인과 중국 정부 간의 컨소시엄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칭화유니그룹 회장인 자오웨이궈(赵伟国)가 Beijing JianKun(北京建廣)을 통해 칭화유니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칭화유니그룹 이름으로 중국 정부의 자금을 집행했던 투자 행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Wise Road Capital과 JAC Capital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8년 融信联盟(Financial Information Technology Alliance)를 조직하여 내로라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회원사로 영입했다. 사모펀드인 Wise Road의 회사 특성상, 투자금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이들이 집행하는 투자금의 출처와 투자자 비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중국 정부의 투자금과 더불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모금한 자금 역시 투자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뒷바라지하며 키운 것은 중국 정부이므로 결국 중국 정부의 자금이 여러 호주머니들을 거쳐 Wise Road 컨소시엄에 모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자금으로 Wise Road 컨소시엄은 반도체 회사, 소재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집행해 왔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투자부터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2020년 인수, 합작한 업체들은 모두 차량용 반도체 생산과 연관되어 있다. 동일 선상에서 중국의 반도체 생산업체(Wafer 가공) 업체들은 2020년부터 전 세계 8인치 설비를 앞다투어 구매하고 있는데 이 역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염두해 놓은 것임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반도체 최선단 공정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진 현재,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통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레버리지를 활용한 공격적인 투자는 대개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데 칭화유니그룹에게 있어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핵심 자회사 YMTC의 낸드 플래시 양산 지연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누적과 장기간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의 부메랑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거두인 칭화유니그룹을 궁지로 몰았다.

 2021년 칭화유니그룹은 달러화 채권의 상환에 연이어 실패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여러 업체들 특히 2021년 중국 정부에게 호되게 교육받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정부 눈에 들고자 칭화유니그룹 사태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30일 열린 칭화유니그룹 채권단 회의에서 자오웨이궈 회장의 Beijing  Jiankun Investment와 칭화대학 컨소시엄을 대신하여 Wise Road & JAC Capita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알리바바-저장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 후보에 올랐으나 칭화유니그룹 내부 정보가 외부로 공개될 우려가 있어 최종 인수자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자오웨이궈 회장은 채권단 회의에 앞서 칭화유니그룹의 헐값 매각에 대한 "공개 고발장"을 발표하며 격렬히 저항했으나 Beijing Jiankun은 끝내 칭화유니그룹 구조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주도의 매각인 만큼 매각에 대한 저항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자오웨이궈 회장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2022년, 지금까지 칭화유니그룹을 이끌던 자오웨이궈 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Wise Road 컨소시엄으로 대표되는 이빈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칭화유니그룹이 출항한다. 과연 Wise Road 컨소시엄은 칭화유니그룹이란 항공모함과 더불어 기존에 투자를 통해 인수한 반도체 업체들을 호위함 삼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라는 망망대해를 무사히 항해할 수 있을지 Wise Road 컨소시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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