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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Jun 29. 2020

작년의 당신과 올해의 당신은 얼마나 바뀌었나?

회사, 조직, 그리고 정치나 국가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바꾸기 쉬운 게 뭘까? 솔직히 부모가 자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어렵다. 날 가르치는 선생님, 교수님이나 내게 월급 주는 회사 사장도, 거래처 사장도 나를 바꾸지는 못한다. 갑을 관계에서 갑이 을의 생존을 볼모로 을답게 행동하길 강요하지만 을은 앞에서만 바뀐 척, 그 요구를 적정선에서 들어줄 뿐 을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내가 나를 바꾸는 것은 어떤가. 어제까지 술 먹고 담배 피우던 사람이 대출 압박 등 큰 스트레스로도 하루아침에 술을 끊고 담배를 끊지는 못한다. 자기 합리화를 벼랑 끝까지 가서도 한다. 어제까지 신나게 야식을 먹어대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먹거리를 다이어트식으로 바꾸고 하루에 운동을 1시간씩 매일 하지는 못한다. 힘들게 다이어트에 성공해봤자 또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 곧 요요가 온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가 자기 몸 하나, 정신상태 하나, 생활습관 하나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국가나 사회, 조직에게 너무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 너무 빨리 실망하고 바로 체념하거나 아니면 바로 다른 요구를 하고나 그 대상을 바꿔버리는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간 신입 직원이 1~2년 근무해놓고는 '작년과 똑같다며, 달라지는 게 없다'며 불만이 팽배해 퇴사, 이직하고, 투표를 해놓고 그 정당이 하는 꼴이 못마땅하다며 직후 선거에 , 그러니까 기껏 3년에서 5년도 되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다며 다른 정당에 표를 던지거나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


나 하나 내가 변하려고 해도 1~2년에 가시적으로 변하는 것이 어려운데 수십 명, 수백 명 이상이 몸 담은 조직이나 4천만이 넘는 국민이 있는 국가가 그렇게 변할 리가 만무하다. 생각해보자. 갑의 위치에서 을을 바꾸게 하는 것도 어려운데 동등한 위치의 남을, 다수를 변화시키는 게 어떨지, 사실 그게 가능한 게 미션 임파서블인 것이다.


내 배우자도 바꾸지 못하고,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변하게 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국가나 정치나, 혹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단기간에 바뀌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말자. 


내가 아닌 타인에게, 조직에게, 사회와 국가를 보는 시선에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일부 젊은이들의 호흡이 너무 빠르다. 입사하고 몇 년, 그 안에 회사가 무슨 수로 변한단 말인가. 당신도 알다시피 작년에 120kg 나가던 사람이 1년 만에 30kg을 감량하면 뉴스거리가 되거나 화제가 된다. 매우 극히 드문 예이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책상 앞에 앉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에 대여섯 시간 공부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작년까지 스스로 책 한 권 읽지 않던 사람이 올해 책을 백 권 읽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까지 여자나 아이를 때리던 사람이 오늘 스스로 폭력을 끊지 못한다. 작년에 알코올 중독자가 올해 금주하고 운동하며 건강한 사람이 되는 일도 로또 맞을 확률이다.


국가, 사회, 조직에 너무 빠른 호흡으로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 나오는 주기처럼 새로운 뭔가를 기대하지 말자. 신기술, 신제품 나오듯 사회나 조직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바뀌면 적응하는 사람보다 적응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사실 기술도 그렇다. 내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인생 100년 중 길어야 30~40년이다. 10년 후의 나는 지금 같은 속도로 세상이 변하면 적응할 거라는 자신은 없다. 너무 급하게 바뀐다. 이런 건 좋은 게 아니다. 세대차가 극명해지면 갈등만 더해진다. 지금도 '라떼는'이라며 비웃고 희화화하는데 얼마나 심해질지 감도 안 온다. 변화에 따른 괴리감을 희화화하면 갈등은 배가 될 것이고 사회는 반목만 남는다.)


우리 사회의 부작용은 과거 초고속 경제발전 시대의 후유증이다. 빠른 변화는 때로 바람직하고 좋은 면이 있겠으나 언제나 그늘이 있고 반작용이 있다. 우리는 표를 던지고, 입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서 뭔가 자신이, 가족이, 지인이, 동료들이 빨리 순식간에 바뀌길 기대하지만 그것은 모두 그 각각의 경우에 맞는 시간이 필요하고 적정한 시간이 요구된다.


견고하게 짜여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제도를 법으로 못 박고 그 법이 국회에서만 생기고 바뀔 수 있는 이상, 회사든 조직이든 작게는 대여섯 명에서 수 만 명에 이르는 이상, 기대하고 요구하는 변화가 현실에 반영되는 속도는 훨씬 더딜 것이다. 아예 기대를 접는 편이 나을 만큼 느릴 것이니 숨 크게, 깊게 쉬며 멀리 보는 것이 좋다.


그게 외형이 아닌 체질 변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보이는 몸매 바꾸는 건 쉬워도 체질을 바꾸는 것은 내 일상생활과 습관 모두를 통째로 바꿔도 짧아도 몇 년이 걸리는 일이다.


당신이 당시의 삶이나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그냥 지금 이대로 좋은데 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바뀌지 않는 이상 조직이나 사회도 변하지 않는다. 조직이나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게 훨씬 쉽고 빠르다.


호흡으로 기다리지도 못한다면 남 비판, 남 비난은 그만하길 바란다. 24시간, 365일은 안 그래도 짧다. 아마 그 시간에 자기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고 자기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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