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렌 Jul 17. 2020

어른의 취미(19금의 세계)

책임, 쾌감, 그리고 절제.

예나 지금이나 섹스는 성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지만 섹스라는 행위에 따르는 책임이나 리스크를 감안하면 섹스는 성인들의 유희이자 몸으로 나누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섹스라는 행위는 본능에 의하지만 임신, 성병 등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뒤따를 수 있기에 리스크가 큰 행위에 속한다. 사실  생명이라든가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직 그럴만한 사이가 아닌데 실수로, 혹은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고 나면 다시 얼굴을 보거나 예전 관계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그 리스크는 상당히 광범위한 편이기도 하다.


섹스는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보상 프로세스를 거친다.


위험 -> 절제 -> 쾌감(보상)

or/and

쾌감 -> 무절제 -> 피해(대가)


즉, 섹스라는 행위에 뒤따르는 일련의 위험들을 인지하고 절제하며 즐기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쾌감과 즐거움을 얻지만, 쾌감을 탐닉하다 그것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하면 그 대가를 질병이나 생명, 인생으로 치를 수도 있는 것이다.


 쾌락 이면에 자리한 위험을 인지하고 절제하며 분별 있게 행위에 임해야만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섹스다.


어른들의 취미라고 일컬을 수 있는 취미들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륜차, 즉 모터사이클을 타는 행위는 사고로 인한 사망, 부상을 담보로 즐기는 자유다. 승마를 하면 어느 순간 말과 내가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느낌이 매우 특별하다. 물론 말이라는 존재와 교감하는 것과  운동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겠지만 말과 하나가 되어 달리는 느낌이 주는 특별한 그 순간,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승마와는 조금 다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비유하듯, 가파르게 치솟는 엔진의 rpm과 진동, 엔진과 배기음을 그 바로 위에 올라타서 느끼며 움직임을 제어하는 행위, 그와 동시에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느낌은 자유로움이라는 단어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데가 있다. 시속 300km로 뛰쳐나갈 수 있는 힘을 제어하며 코너링에서 함께 몸을 눕히면서 달린다. 핸들을 돌려서는 코너를 돌지 못한다. 내가 왼쪽으로 무게를 실어줘야 바이크는 왼쪽으로 돌아나간다. 엔진의 진동과 속도에 비례하는 풍압과 풍절음은 내가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제어하지 못하면, 인생이 달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은밀한 공간에서 둘이 기타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즐기는 섹스와 달리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공도에서 수많은 타인과 시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죽거나 사망케 할 수 있는 쇳덩어리를 타고 공공의 약속 하에서 즐기는 취미인 것이다.


시가(cigar) 도 마찬가지다. 한 대에 30분에서 한 시간을 피우는 이 시가는 한 스틱에 적게는 1만 원에서 5만 원 이상의 가격인데 이걸 담배 피우듯 하면 돈도, 시간도 문제지만 구강암을 피하긴 어렵다. 허세에 빠지기 쉬운 취미이기도 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맛에 즐기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위스키, 코냑, 와인 등 술과 페어링 해서 즐기다 보면 건강이 금새 나빠진다. 음주, 호색,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인데 음주는 언제나 나머지 둘을 견인한다.


사실 술도, 예를 들어 와인이나, 전통주를 암묵적인 룰과 전통, 관습에 따라 즐기는 것 역시 이런 점에서 어른들의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술을 즐기면서 절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각종 사건사고에서 음주가 원인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스쿠버 다이빙, 스카이 다이빙, MTB 같은 해양 또는 익스트림 스포츠, 사냥도 그러하다. 독서라든가, 음악/영화 감상, 글쓰기 등과는 결이 다른 취미다. 운동이라 해도 통상의 운동은 모두 약간의 리스크를 담보로 하긴 하지만 대부분 정해진 장소, 한정된 공간에서 명시되거나 공표된 룰에 따라 한다는 점에서 격투기라고 할지라도 익스트림 스포츠들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대자연에서 실수는 죽음, 살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크지만 즐거움이 그만큼 비례하는 이런 어른의 취미를 일상에 영향 없이 즐긴다는 것은 그가 절제를 아는 어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실수는 순간이고 실수는 언제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걸 감안하면 자만해서는 안 되고, 가족이나 지인들도 언제나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가볍게 그 취미를 대하는 순간 경각심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며, 통제력을 잃을 것 같으면 금해야 한다.


하지만 성인으로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이런 취미 하나쯤은 가져봄직하다고 생각한다. 절제된 열정, 욕구를 제어하며 향유하는 것은 자존감도 높여준다.(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재테크 만의 명제가 아니다.) 그리고 글쓰기와 같은 정적인 취미나 행위의 반대편에 있는 극적으로 활동적인 취미는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무아지경의 섹스를 나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파트너와 경험하고 즐겨본 성인이라면 이 의미를 알 거라 생각한다. 돈이 줄 수 없는 것이 세상엔 의외로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권할 수 없는 취미 두 가지, 그 두 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