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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Mar 14. 2020

대학교 졸업장,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갖고 보자

인생은 길고 세상은 넓다, 다른 길이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알아두자.

대학교.

대한민국에서 대학과 대학교는 다르지요. 여기서는 대학교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학교 꼭 가야해?"

어느 지점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사회부터 이야기하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자본주의 경제를 추구하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입니다. 국가는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존재하고 그 룰 안에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리를 제공합니다. 그 룰 안에서 뭔가를 규정하기 위해서 목적, 취지, 자격요건 등등을 규정합니다. 우선 이걸 기억하고 다음으로 갑시다.


또, 자본주의란 결국 경제이고 돈입니다. 과거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전후 세대들은 잘 배워야 한다는 일념하에 자녀들을 교육시켰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부모님도 머리를 조아리는 존재였고, 학교는 신성한 곳이며, 배움을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는 관념이 머리에 지배적인 세대가 그들이지요. 잘 배워야 좋은 직장을 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전전세대인 부모님을 둔 저는 자유롭게 자랐지만 집안 전체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런 분위기 안에서 자랐고 대학교를 못 가거나 안 가는 것은 생각도 못 해본 축에 속합니다. 대학교는 당연히 가야하는 것이었죠. 조금 다른 얘기지만 군대에서는 의외로 대학교에 가지 못한 고졸 이하 학력자가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년/3년제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2000년대부터 이미 학력과 돈벌이, 소득은 예전처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이런 생각이 자리잡게 되고 굳어지게 된 이야기는 굉장히 상세하고 길지만 이번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자,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돈인데, 학력이 돈과 정비례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정과 노력을 다해 성공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때로는 조직 안에서 정치를 잘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죠.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학력과 무관하게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매우 높은 비율로 생겨났습니다. 운도 엄청나게 작용하는 것이 돈벌이, 소득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개도국을 넘어서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학력이 좋다는 것은 출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유리천장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하지만 크리티컬한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본다면 말이죠. '성공'이 명예나 권력이 아닌 '돈'을 의미한다면 학력은 과거처럼, IMF 이전 시대, 개도국 시절처럼 중요하지는 않게 되었고, 인터넷과 온라인 덕분에 어지간한 지식은 지식 축에도 못 끼는, 대부분의 상식과 지식은 모두가 공유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것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급적 대학교는 가시라고, 그것도 모자라 가급적 졸업을 해서 '4년제 학사 졸업장'은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자퇴나 중퇴는 입학하지 않은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대학교를 가라고? 왜?

인터넷과 온라인, 그것은 급속한 글로벌 세상을 불러왔습니다.

강남에서 자란 제가 중학교 때 저희 반에서 방학에 해외여행에 갔던 친구는 한둘 있었는데, 미국에서 한 달을 지내고 온 친구는 저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조금 번거롭게 비자를 받던 세상이었고 여권 있는 친구들이 한 반에 다섯 손가락 정도 밖에 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요? 강남 같으면 이미 유치원생들도 해외를 두어 번 이상 다녀온 경우가 오히려 대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억도 못할 시절부터 해외를 다닙니다. 장난이 아닌 거죠.

청년 시절 해외여행은 기본이요, 해외에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경우도 많고 그걸 넘어서 이제는 해외취업도 하고 해외로 가서 살기도 하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게 좋은 대학교를 나온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젊은 쉐프는 해외에서 자기 가게를 열고, 카페를 열고, 해외에서 제작/제조를 하는 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해외에 직접 취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이제 갓 10년 정도 된 흐름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직 이쪽으로 시선을 가져가 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이미 20대, 30대 초반에 이미 해외에서 자기 식당이나 자영업 규모의 사업체를 만들어서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분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로벌한 시대를 살게 될 현재의 10대,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에게 대학교는 의외로 중요합니다.

글로벌한 시대인 지금은 이제 선진국으로 유학 가는 것이 일반적인 해외 진출이었던 시대를 넘어 선진국/개도국/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한국의 여권 파워를 등에 업고 돈 벌러 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과 달리 개도국 이하의 국가들은 학력이 꽤 중요한 진출의 요건입니다!!!

왜일까요?

이는 국가의 사정에 근거합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여건에 따라 이민법을 만들고 해외 인력의 진출입을 결정합니다. 선진국으로 가는데 학력이 왜 그렇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하면, 그 나라들은 대체로 고학력 사회, 인구/인력이 부족한 사회,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기술직이나 일반 노동자가 부족한 사회입니다. 해서 기술이민이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고학력, 고자본이 없는 사람도 합법적으로 진출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용접이나 타일, 도배, 자동차 수리 등의 기술을 배워서 이민 가는 국가들이 아시다시피 적지 않습니다. 선진국의 사정은 그러한 것이죠.

그러면 개도국/후진국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개도국이나 후진국은 국가 경제 사정상 국민들의 다수가 고학력자가 아니라 저학력자입니다. 그런 국가들은 저학력 외국인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습니다. 고학력자에게 개방합니다. 당연히 대자본에게도 많이 개방합니다. 저학력/저자본에게는 완강한 태도를 취합니다.

고학력자가 와서 자기 나라의 저학력자를 가르쳐주길 바라고, 대자본이 와서 자국민들을 고용해주고 산업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겁니다. 저학력, 저자본 따위는 자국 내에 이미 득실득실하니까 더 오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데 고학력의 기준이 바로 4년제 대학교 졸업장, 즉 bachelor degree 입니다.

동남아 중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봅시다. 동남아 최대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모르시는 분들 많은데 중국, 인도, 미국 다음이 인도네시아입니다. 2억7천만명이 넘는 인구, 게다가 그 인구의 평균연령 또한 매우 젊은 걸로 유명합니다. 당연히 내수시장 전망이 밝죠. 그런데 동시에 경제 수준이 낮고 학력도 낮습니다. 당연히 고학력/대자본의 외국인/외국법인에게만 자국 시장을 개방합니다.

이런 연유로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4년제 학사 졸업자인 외국인만이 원칙적으로 근로/취업/사업을 목적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졸업장 없으면 합법적으로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인생은 매우 길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외국에서 산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물론 저는 아버지께서 영어 전공에 대기업에서 해외생활을 오래 하셔서 이미 그 때도 해외에 대해 열린 생각을 하고 있었긴 했습니다만도.)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지요. 지금 전 세계에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10대 시절에 인도네시아나 해외에서 일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나 상상을 했던 사람도 거의 없을 겁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드린다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4년제 학사 졸업장'이라는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갖지 못해 동남아 진출을 포기하고 있습니다.(동남아라고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업종, 다양한 생각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이 동남아로 오려다가 저 조건 하나에 벽에 부딪혀 포기하거나 1-2년 더 사이버 대학이나 방통대 등을 통해 졸업장을 따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 시장환경이 변합니다. 매.우. 안타깝습니다. 군대에서 느끼던 걸 20년 지난 지금 그대로 느낍니다. 의외로 많더군요.

자, 현재 청소년이거나, 이제 20대 초중반이거나, 혹은 그러한 자녀를 둔 분들 중 대학교나 대학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게 모두가 대학교를 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제 아이들에게도 너희들이 원하면 가는 거라고 내내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대학을 가고 안 가고가 어떤 미래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장단점은 무엇이며 그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하길 바라고 있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사정이나 사회 구조를 보건데, 한국 내에서만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 겁니다. 평범하게 대기업 취직해서 생각지도 못하게 해외 발령 받고 해외에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갈 수도 있고 후진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어쩌면 큰 생각 없이 대학을 가지 않았던 것이, 대학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한 것이 뼈져리게 후회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것은 공부를 잘하고 집안이 좋아 SKY를 쉽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글은 아닙니다.

반대로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 대학교에 굳이 가서 공부할 것을, 혹은 미래 설계가 되지 않는데 학비가 부담이 되서 가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뛰어드는 분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는 이야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혹은 어려워도 일하면서 방통대나 사이버 대학교에서 학사까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만 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젊었을 때 준비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일찍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저도 제 인생에서 개도국이, 후진국이 의미를 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미래의 거대한 선택지 하나를 지워버리는 것이 대학교 졸업장 포기라는 것을 알고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10대에 그냥 하라는 대로 남들처럼 학교 다니고, 20대에 방황하고, 30대가 되어서야 길을 찾았는데 그게 대학교 졸업장을 요구하더라, 어떻게 하지?'


10살부터 본인이 선택하는 것들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살 전후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그 자녀들에게 방향을 잡아줄 때 이런 부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공부하는지, 왜 대학을 가는지 모르고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니 그 이후에 원하는 걸 알고 싶다고 방황을 시작하거나 인생의 방향을 청춘이 지나고 찾으려고 합니다.

후진국/개도국에 인생의, 일생의 기회가 많은데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조건이 어떤 분들에겐 이해할 수 없이 까다롭습니다.

젊은이들, 어린이들, 그들의 미래의 한국은 통일 대한민국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시대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육로로 서울역에서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시대일 수도 있습니다. 동남아에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이 자리 잡고 더 많은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더 많이 진출하고 남미가 정치 불안에서 벗어나 고도 성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 하나, 기술 하나, 그리고 대학교 졸업장 하나면 전 세계가 내게 열린 시장일 수 있고, 그 중 하나씩 없을수록 내 미래는 한국 내에만 있을 수 있습니다. 미래, 잘 모르시겠죠? 그럼 이 세 가지를 다 준비하고 20대 중후반, 30대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선택지가 넓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필요한 건 오직 결단 뿐이죠.





+ 대안학교라든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데 대학교가 별로 의미가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혹은 제도권 교육에 대한 실망 등으로 색다른 길을 가는 경우를 간혹 교양 프로그램이나 기사로 접할 때가 있는데 색다른 길을 가는데 갑자기 그 길이 해외에, 개도국 등에 있으면 학력이 제대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면 글로벌 시대에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리 좋아하고 기술 익힌다고 대학을 안 가고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반대로 지름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 우리가 스타트업 스타트업 하는데 그런 회사도 결국 법인입니다. 4년제 대졸이 아니라면 스타트업 법인도 못 만드는 해외의 국가들이 쌔고 쌨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20대 30대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건강보험 하나 없이 면허 하나 없이 사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은 생명력이 짧습니다. 왜 보험이나 면허가 없냐고요? 그런 것은 신분요건이 중요하고 신분요건은 법에 따릅니다. 이민법상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적법한 비자를 받을 수 없고 그런 사람에겐 면허나 보험 같은 필수적인 부분들이 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도권 안에서 산다면 제도권의 규칙을 따를 필요가 있는 것이죠. 뭐, 그래도 그게 좋다면, 이런 걸 알고도 택한다면 그것은 존중할 일이죠, 책임은 본인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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