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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Ko Nov 18. 2018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 팬으로 산다는 것은

나는 소위 말하는 '망겜'유저이자 팬이다.

스타2? 스타1은 아는데 스타2는 뭐하는 게임이냐?

종종 친구들과 좋아하는 게임이나 하는 게임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스타2 좋아해'라고 말한다. 그럴 때면 10명 중에 9명은 '그게 뭐냐?'라고 반문하곤 한다. 그리 낯선 반응은 아니다. 대부분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그것도 아니라면 '메이플스토리'나 하지 스타크래프트 2를 하진 않는다. 혹은 스타크래프트 1에 익숙한 사람들은 스타2 자체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스타 1과는 다른 유닛들이 대거 추가되고, 경기 양상도 근 20년간 봐왔던 경기 양상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게임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곤 한다. 하다 보면 참 재밌는 게임인데 말이지.

허름한 부스에 학교에서나 쓰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은 그 당시 스타2 리그의 인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2년, 온게임넷의 'tving 스타리그'를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 1의 모든 리그가 공식적으로 끝을 맺고, 해설자, 캐스터,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블리자드에서 새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 누구도 스타 2를 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타 1 리그를 강제로 종료시킨 역적이자 원흉으로 지목받았고, 2013년부터 시작된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는 신도림의 전자상가 구석에서 10명도 채 안 되는 관중 앞에서 빔프로젝터로 좁아터진 스크린에 경기를 중계하며 사실상 팬들에게 버림받았다. 그렇게 줄줄이 대기업에서는 후원을 끊었고 경영난에 시달렸던 STX를 시작으로 웅진 스타즈와 케스파의 지원으로 유지되었던 제8게임단까지 스타1의 프로게임단들은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스타 2를 좋아하고 플레이하는 팬들과 선수들이 있었기에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2014년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을 가득 메운 인파들.(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Bazzi's game life)
2015년 롯데월드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사진출처 inven 네이버블로그)

하지만 2014년 스포티비 게임즈가 개국하면서 정말 기적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 리그는 다시금 호흡기를 붙이고 살아남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던 스타 2였지만,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2를 플레이하던 유저들과 선수들이 있었기에 스타2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넥슨 아레나에서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과 경기환경을 제공받게 된 팬들과 선수들은 조금씩 활기를 되잦았고, 2014년에는 세빛둥둥섬, 2015년에는 롯데월드에서 프로리그 결승전을 치르며 스타크래프트 2가 아직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버린 승부조작 사건은 스타2 리그의 호흡기를 앗아갔다.




당당하게 조작범이 아님을 밝히던 이 새X끼는 결국 모든 기록을 말소당하고 범죄자가 되었다.

하지만 2015년, 꾸준하게 제기되어 오던 승부조작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고, 개인리그에서 수도 없이 많은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부터 게임단 감독, 언론사 기자까지 얽혀버린 승부조작 사건은 스타 2에게 있어 치명상이었다. 선수들은 하나둘 은퇴하기 시작했고, 승부조작범들이 대거 연루되었던 PRIME, 스타테일이 해체되며 한국 프로 씬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2015냔에 터진 승부조작은 프로리그 폐지에 페달을 밟았다.

공공연하게 팬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프로리그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오고갔고 '그래도 설마 해체하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를 조금씩은 품고 있었지만, 2016년 프로리그를 끝으로 스타2의 프로리그, 더 넓게는 스타크래프트 1부터 시작되었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프로리그는 그렇게 끝이 나버렸고 스포티비 게임즈의 개인리그였던 'Starleague' 또한 공식적인 입장 없이 조용히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한국의 프로게임단은 '진에어 그린윙스'를 제외하고 모두 해체했고, 선수들은 사실상 무직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꾸준하게 개인리그에서 상금을 탈 수 있는 S급 선수들과 A급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프로팀에서 꾸준하게 연봉을 받을 수 없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모두 은퇴하고 군입대를 하거나 취직을 하기 위해 스타2 프로 신을 떠났다. 그렇게 칼바람이 부는 2016년 말을 견딘 선수들과 팬들에게 있어 다가오는 2017년은 꿈도 희망도 없는 그저 가혹한 미래만이 있을 것만 같았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마지막 프로리그.


하지만 스타2를 바보처럼 사랑하는 팬들이 있기에 스타크래프트 2 리그는 계속될 수 있었다.

   
2018 GSL 시즌1 결승전을 가득 메운 관객들.

2017년 GSL 시즌 1을 시작으로 한 해에 3개의 시즌이 열렸고, 정말 기적적으로 진에어에서 후원하는 'Jinair SSL'이 개최되면서 한 해에만 아프리카 tv의 GSL 시즌 1,2,3, 스포티비 게임즈의 SSL 시즌 1,2 총 5시즌의 개인리그가 개최되었고, 오히려 2016년보다 더 풍성한 리그를 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었다. 당연히 팬들은 정기적인 프로리그 경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심심할 틈도 없이 경기가 있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매 경기마다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은 점점 늘어났고, 주말 경기나 빅매치가 있을 때면 발 디딜 틈도 없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면서 아직 한국에서 스타 2의 인기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리그인 LCK나 국제대회인 MSI나 롤드컵의 시청자 수나 관객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2 팬들은 여전히 스타2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이 주는 매력과 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컨트롤, 경기력은 끊을 수 없는 마약처럼 계속 경기들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군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과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신규 프로게이머는 리그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2018년 11월 기준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의 수는 대략 33명이다. 이 중에서 91년생 28살 프로게이머가 2명이고, 개인방송 등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5~6명, 92년생 프로게이머가 8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 아무리 늦어도 2020년에는 정상적인 리그 개최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비관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가 25살 이상인 현재 상황에서 군입대로 인해 한 명, 두 명 반강제적으로 은퇴하게 되면, 정말 스타크래프트 2의 국내 리그는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선수들과 팬들이 그런 미래를 바라지 않고 있지만, 점차 현실이 되어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2016년을 기점으로 군 입대했던 선수들이 조금씩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측면에서 조금은 다행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현재 각종 국내, 해외 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에는 못 미치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리그가 끝나는 그 날까지 우리는 스타2를 사랑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 트로피 세레머니를 볼 수 있을까.

언젠가 국내 리그가 끝나는 날이 올 것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허황된 믿음은 스타2 팬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끝날 때는 끝나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팬들이 좋아하고, 선수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었기에 '정말 수고 많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위 말하는 망겜이었지만, 스타2가 있어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 GSL과 같은 개인리그가  유지되고, 선수들이 계속 리그에 출전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그것에 열광해주는 것만이 진짜 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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