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그리고 레일바이크 (2)

레일바이크는 2명이서 타야 하는 기구다.

by Writing Ko

내 뒤에서 증기기관차가 냅다 들이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잠시 뒤로하고, 오랜만에 페달에 두 발을 올리고 있는 힘껏 즈려밟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까 자전거도 초등학생 때 한 두 번 타다가 웬 도둑놈한테 털린 이후로는 거의 안 타봤는데 곡성까지 와서 페달을 다 밟아본다. 초등학생 때도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이상을 안 돌아봤던 것 같은데 나이를 곱절로 퍼먹고서는 이 쇳덩어리 2인용 레일바이크를 두 발로만 움직이려 하니 죽을 맛이다.

옆에서 누군가 함께 페달을 밟아줬다면 하는 얕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죽어라 페달을 밟아 조금씩 레일바이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정상궤도에 오를 때쯤에는 잠깐 발을 페달에서 떼도 데굴데굴 잘만 굴러간다. 그제서야 붙들어잡고 있던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두리번두리번 이 쪽 저쪽을 찍을 수 있었다. 나무들은 서로를 맞대고서는 혼자 유유히 떠내려가는 레일바이크를 배웅해주기도 하고, 철길을 끼고 달리는 섬진강은 오늘의 마지막 손님을 목적지까지 인도해주고 있었다.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봤던 김용택 씨의 '섬진강 아이들'에서 김용택 씨가 왜 그토록 섬진강을 무한히 예찬했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됐다.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핏줄과도 같은 섬진강을 길동무 삼아 철길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서도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아직 채 1km도 오지 않았지만, 참 기분좋은 질주였다.

한참을 페달을 밟다가, 잠깐씩 사진을 찍으며 달리다 시계를 보니 한 10분 정도 지나있었다. 증기기관차가 내 뒤를 추격하기까지 10분이 남았다는 뜻이다. 얼만큼 왔나 도무지 가늠도 안될 때쯤, 마치 레일바이크를 타는 나를 조롱하듯 '굴리는 자에게 복이 오니라!'라는 팻말과 함께 2km 지점을 통과했다고 친히 팻말로 알려준다. 저렇게 써놓으니까 무슨 죄수들 노동교화시키는 것 같잖아. 제기랄. 대충 계산해도 10분에 2km면 20분이면 4km, 조금 빡세게 페달 좀 굴리면 증기기관차가 출발하는 시간 쯤이면 도착하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2km를 달리면서 반쯤 방전된 비루한 나의 체력에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오르막길과 그 때 당시 역대급 기온을 나날이 갱신하던 여름의 뙤약볕은 지난 날의 나의 과오를 참회하고, 왜 혼자 레일바이크나 타겠다고 여기까지 왔을까하고 후회하게 만들기에는 20분도 짧은 시간이었다.

나는 쳇바퀴 굴리면 주인이 던져주는 해바라기 씨나 먹는 햄스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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