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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lare J Apr 27. 2020

나를 위한 나만의 토슈즈

발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포인트슈즈 손질법

 질문은 하나인데 답은 여러 개입니다. 포인트슈즈 손질법을 물으니 사람마다 다른 얘기, 저마다의 방법을 제시하죠. 누구는 슈즈 앞을 꿰매고 누구는 밑창을 자르라더니 또 다른 누구는 기껏 구한 포인트슈즈를 부수라고요. 여기저기 검색하고 영상을 봐도 여전히 답은 제각각입니다. 참 난감하죠.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말입니다.


 포인트슈즈 손질은 발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심사숙고해서 고른 포인트슈즈라도 발 형태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아쉬움을 보완하고 개조하는 거죠.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포인트(en pointe)를 위해 19세기 말 무용수들의 슈즈가 끊임없이 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참고: 끊임없이 변하는 발끝) 발볼이 조인다면 뱀프를 부드럽게 만들고 바닥이 미끄럽다면 마찰력을 좀 더 높여주면서, 많은 이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일일이 손질합니다.


 하지만 같은 모델, 같은 사이즈의 포인트슈즈를 신어도 손질 부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리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발 생김새 또한 전부 다르니까요. 게다가 포인트슈즈와 발의 미세한 간극을 느낄 수 있는 무용수가 직접 매만지다 보니 각자의 방식이 생겼고 답은 여러 개가 되었습니다. 유연한 섕크를 위해 밑창을 꺾을 수도, 자를 수도 있죠. 방법은 다양합니다. 이러니 포인트슈즈 손질법에 정답이 없을 수밖에. 그저 본인의 발 형태, 손질 목적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적절히 취사선택할 뿐이죠.


 그러니 어떤 손질법이 있는지,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길들이기, 꿰매기, 부수기, 자르기 등 다양한 이름의 손질법을 크게 포인트슈즈의 구조와 손질 목적에 따라 분류하였으니, 이를 참고하여 여러분의 포인트 슈즈도 한번 바꿔보세요. 아! 소개하는 방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도 되고요.


※ 유의할 점

- 포인트슈즈 손질은 필수가 아닌 선택! 슈즈 그 자체로도 잘 맞는다면 굳이 손질하지 않아도 됩니다.

- 과도한 손질은 금물! 포인트슈즈의 내구성 약화,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뱀프

* 부드럽게 다듬기

 단단한 뱀프는 기본적인 손질 부위 중 하나로, 부드럽게 만들어 발에 편안하게 밀착되도록 합니다. 단, 슈즈의 뼈대가 되어주는 토박스는 피해서요. 만일 토박스까지 전부 말랑말랑해진다면 포인트슈즈는 발끝을 세워주는 주요 기능을 잃게 될 겁니다. 그러니 발볼이 닿는 뱀프 하단과 옆면을 마사지하듯 손으로 부드럽게 만져주세요. 포인트슈즈를 신었을 때 발레 천 슈즈처럼 뼈가 눌리지 않고 뱀프가 발등에 편안하게 밀착된다면 완성입니다! (토박스는 발을 받쳐주는 틀, 그 틀을 또 한 번 감싸주는 것이 뱀프 / [포인트슈즈의 구조] 참고)


* 수명 연장하기 

 하드너(접착제)를 활용하면 포인트슈즈의 짧은 수명을 조금 늘릴 수 있습니다. 하드너는 발의 땀과 습기로부터 토박스를 보호하는 코팅막이 되어주죠. 포인트슈즈를 신기 전, 뱀프 내부에 미리 골고루 바르고 충분히 말려서 신어 보세요. 부드러운 밑창(섕크)에 하드너를 발라 섕크 강도를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무른 포인트슈즈가 아까워 하드너로 연명하는 것은 비추합니다. 하드너는 수명을 조금만 늘려줄 뿐, 죽은 포인트슈즈까지 부활시켜주진 않습니다. 발 건강을 위해 죽은 포인트슈즈는 미련 없이 버리고 새 포인트슈즈로 바꿔주세요. [참고 영상 : BlochAU <How to use Pointe Shoe Hardener (Shellac/French Polish)> ]


밑창 

* 유연성 높이기 

 밑창 손질은 뭐랄까, 좀 다이내믹합니다. 굳센 나무처럼 단단한 밑창을 꺾고 자르기도 하죠. 무게를 견뎌줄 튼튼한 밑창이 필요할 뿐, 뻣뻣한 밑창으로 섬세한 발놀림까지 가리고 싶었던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밑창. 발 아치에 ‘착’ 감기는 맛을 느끼며 섬세한 발끝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결국 꺾고 자르기 모두 밑창의 유연성을 높이고 아름다운 아치를 만드는 각각의 방식입니다. 꺾기는 곡선을, 자르기는 두께를 조절하면서 말이죠.

 발로 하든 손으로 하든, 밑창을 꺾는다면 일반적인 손질 지점은 2곳입니다. 드미 포인트(demi pointe)에서 발가락 관절이 꺾이는 부분과 포인트(en pointe)에서 발 아치 가운데 부분이죠. 정자세에서 드미 포인트를 거쳐 완벽히 발끝까지 섰을 때, 포인트슈즈가 불편함 없이 발바닥에 부드럽게 밀착된다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꺾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보다 부드러운 아치를 원한다면 밑창을 자를 수도 있습니다. 총 3겹의 밑창 중 일부분을 2겹 또는 1겹으로 만들어 밑창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거죠. 단, 프로 댄서들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니 초, 중급의 실력자라면 나중을 위해 일단은 참고만 해주세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내부 밑창이 잘 보이도록 뒤꿈치 쪽 슈즈 천을 뒤집고, 발 아치가 구부러지는 지점에서 가로로 칼집을 낸 다음, 펜치를 이용해 뒤쪽 내부 밑창을 뜯어내고 다듬기. 마지막엔 발 보호를 위해 잘린 단면에 남아있는 거스러미와 못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 영상 : 발레리노 김명규 <[해주세요 컨텐츠] 국립발레단 박예은 발레리나의 토슈즈 길들이기!!!> ]


* 마찰력 높이기 

(* Insider <How Ballerinas Customize Their Pointe Shoes> 유튜브 영상 캡처)

상처 날까 찢어질까 애지중지하는 포인트슈즈도 외부 밑창만은 예외입니다. 슈즈 바닥이 더러워졌거나 오염물이 묻어 미끄러진다면 칼, 브러시를 이용해 바닥면을 긁어내고 일부러 스크래치를 내기도 합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적절한 마찰력을 유지하고 싶을 때도요. 무조건 박박 긁기보다는 외부 밑창의 결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쓸어주세요.



플랫폼

* 안정성 높이기

 플랫폼의 고른 표면을 자세히 보면, 가장자리는 완만한 곡선으로 뱀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발끝으로 서기에 문제는 없겠지만, 조그만 이 굴곡마저도 보완한다면? 발 중심이 엇나갈 가능성은 줄고 발 안정성은 높아져 발끝을 최대한 세울 수 있을 겁니다. 바닥면이 평평할수록 발끝 세우기는 편할 테니까요. 플랫폼의 손상 방지는 덤이고요. 때문에 무용수들은 플랫폼의 완만한 곡선을 메꾸기 위해 바느질을 하기도 합니다.

 플랫폼을 꿰매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초보자라면 버튼홀 스티치를 추천하죠. 플랫폼 가장자리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바느질하되 바늘에 실을 감아 한 땀 한 땀 작은 매듭을 만들면 됩니다. 처음엔 헷갈릴 수 도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법입니다. 영상을 보고 한번 따라 해보세요! 아, 그리고 딱딱한 플랫폼을 꿰매야 하니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송곳으로 바느질 구멍을 미리 뚫어놓으면 보다 편하게 손질할 수 있습니다. [참고 영상 : Ballet Backstage <Darn Pointe Shoes> / Xenia V <How to darn Gaynor Minden pointe shoes>]



* 손상 방지하기

 무용수에게 제2의 발바닥이 되어주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연약합니다. 얇은 새틴으로만 싸여있어 미끄럽기도 하고 쉽게 헤질 수 있죠. 하지만 보호 패드를 덧대어 신으면 미끄러움은 줄이고, 마찰로 인해 생기는 마모와 오염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호 패드(≒ 포인트슈즈 캡)를 플랫폼 크기에 맞춰 다듬어주고 본드를 고르게 발라 플랫폼에 붙이기만 하면 끝. 대신 24시간 이상 건조하고 신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가성비가 좋아 꽤 유용한 손질법이죠. [참고 영상 : BlochAU <How to Glue Suede Toe Caps onto your Pointe Shoes> ]



 쭈욱 살펴보니 포인트슈즈 손질은 여러모로 손이 꽤 많이 가죠? 관찰력과 섬세함은 기본이고 약간의 힘도 필요합니다. 물론 귀찮고 성가실 수도 있지만, 매번 새삼스레 여러분의 발을 들여다보고 더 나은 발끝과 발레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정성을 들여 그들의 발끝과 포인트슈즈를 다듬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포인트슈즈는 어떤 모습인가요? :)   

[The Australian Ballet <En Pointe!>   https://youtu.be/P1w8zbEf_Qg ]



[참고]

All About Pointe allaboutpointe.weebly.com


여기저기서 직접 경험하고 읽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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