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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피#65. 국립대만대학교를 거닐다.

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by 나나

국립대만대학교 산책기


다안삼림공원을 나와 국립대만대 쪽으로 걷던 중,

마침 모스버거가 보여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IMG_4172.JPG?type=w966 이름은 모르지만, 맛은 좋았다.


이 세트는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대만 여행 한 달 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번체자는 읽기 어렵다.

결국 그냥 사진만 보고 골랐는데, 적당히 향신료 맛이 나면서 꽤 맛있었다.

중국풍 향신료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메뉴였다. 주문 성공!





국립대만대학교

common-icon-places-marker-x2-20180920.png%7C25.01734,121.539752&center&zoom&scale=2&path&visible&language=ko&client=gme-nhncorp&signature=Pp4qn8-jL3JxDKcVA8rXSjxSzJg= No. 1, Section 4, Roosevelt Rd,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17



‘품성과 학문 함양에 힘쓰고, 나라와 사람을 사랑하라.’


국립대만대학교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학교에 해당하는 곳으로, 대만을 대표하는 명문대이다.

1928년 일본 식민지 시절, ‘대북제국대학(臺北帝國大學)’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곳 출신으로는 노벨상을 수상한 리위안저(李遠哲)를 비롯해, 대통령, 부총통, 타이베이 시장 등 수많은 정치인과 학자들이 있다.


또한 이공학과 의학 분야에서 특히 명성이 높고,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반도 이 대학의 정밀공학 연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IMG_4176.JPG?type=w966 국립대만대학교


나는 북쪽의 다안삼림공원 방면에서 내려오며 체육관 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연못이 있었는데, 이곳도 다안삼림공원처럼 탐조 명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어쩐지 새가 많더라... 빨리 도망가야지!


IMG_4188.JPG?type=w966 국립대만대학교
IMG_4189.JPG?type=w966 국립대만대학교


3월이라 그런지, 캠퍼스 곳곳에는 동아리 홍보 부스가 가득했다.


대학 시절의 모습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중국에서 살 때 많이 보았던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학생들,

3:3 농구 시합,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나누는 무리들까지


그 모든 장면이 '젊음' 그 자체였다.

잠시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더 끝내주게 놀 수 있었을 텐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너무 무료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하루를 72시간처럼 썼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생을 더 즐기며 살아야겠다.

어찌 됐든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때니까.


IMG_4195.JPG?type=w966 국립대만대학교의 야자수길


워낙 대만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보니, 캠퍼스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나도 슬그머니 그들 틈에 끼어 구경을 이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그 유명한 야자수길(椰林大道) 도착했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야자수들과 그 사이를 거니는 학생들이 모습이
정말 찬란해 보였다.


IMG_4199.JPG?type=w966 국립대만대학교



캠퍼스 기념품을 찾아라!


문득 국립대만대학교의 티셔츠가 사고 싶어 졌다.

뭐랄까, 대만대학교의 티셔츠를 입으면 나도 조금은 명문대의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학 내 굿즈샵을 찾기란 어려웠다.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겨울용 기모 후드만 남아있었다.

내가 사고 싶었던 것은 반팔 티셔츠였기 때문에 다시 대학교 내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간신히 후생관(학생 복지시설)을 찾을 수 있었다.


IMG_4203.JPG?type=w966 대만대 반팔 티셔츠를 구입한 후생관


후생관에는 매점이나 미용실, 서점 등이 몰려있었는데, 그곳에서 드디어 내가 찾던 반팔 티셔츠 발견할 수 있었다.


IMG_4208.JPG?type=w966 지금도 잘 입고 있는 대만대 티셔츠


이것으로 나도 대만대학교 학생이다.(웃음)


IMG_4206.JPG?type=w966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원하는 것을 구매했더니, 이제야 목이 말랐다.

학교 내에 있는 매점에서 직원이 추천해 주는 '우롱차 라테 어쩌고'하는 음료를 시켰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한 입 먹고는 순간 "이게 무슨 맛이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자수길을 끝으로 국립대만대학교의 캠퍼스 구경을 마무리했다.

대학 부지가 정말 넓어서, 대만대학교를 전부 다 보려면 유바이크(공유 자전거)를 타야 할 것 같았다.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서성이고 있는데,

한 학생이 다가와 "도와드릴까요?"라며 흔쾌히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는 "혹시 한국인이세요?"라며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라며 되물었더니,

내 핸드폰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금방 알았다고 했다.

아이고, 깜짝 놀랐다!


대만을 여행하며 북경 사람이냐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한국인이라고 바로 알아봐 준 사람은 처음이라, 괜히 기분이 좋았다.


IMG_4209.JPG?type=w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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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대 학생이 찍어준 누가봐도 '관광객'같은 사진


이렇게 나의 국립대만대학교 탐방은 끝이 났다.


한적한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정말 최고의 장소다.


1920~30년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학생들 틈에 껴서 먹는 학식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노란 유바이크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캠퍼스를 살펴보니, 외국인 유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다.

갑자기 어학연수가 오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또 중국어 어학연수를 하겠다고 하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니, 일단 참기로 한다.


IMG_4223.JPG?type=w966 대학교 앞 공관역


안녕, 대만대학교.

이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타이베이 최대 전통시장인 디화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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