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늘었나' 는 중요하지 않다.
발레를 시작한 건 2017년 2월 초 였는데 그간 딱 2개월 정도 방황아닌 방황(이라 쓰고 발(레).(권)태.기 라 읽는다.)을 하고 나머지는 성실히 다녔다고 자부한다. 운동을 싫어하는 보통 여자들과 다름없는 정서로 여러 운동을 거쳐 종착역에 오게된 것 같다. (흠.. 정말 종착역일까? 이보다 더 날 설레게하는 운동이 있을까?) 지금이 2018년 5월이니까 도합 만으로는 1년 3개월정도 된거네.
발레를 처음 시작했을땐 사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재미를 느끼게 된 후로 부터 얼마나 하면 '발레를 발레처럼 할 수 있을까' 라는 욕심이 생겼다. 그 이후로 1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얼마나 변해있는 걸까를 가끔 생각해보기도 한다. 처음엔 이 동작은 제대로 하고 있는 듯 한데, 이 동작은 정체를 모르겠고 (몸치) .. 그래도 이제는 아예 못하는 동작은 없다. 잘 안되는 동작이 있을뿐
잘 안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개선이 힘든 것 부터 차례로 적어보자.
1. 뼈 구조 이상(?)
장애는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발레리나의 몸을 가지지 않은 자의 애환이랄까? 죽어도 예쁘게 안되는 동작들이 있다. 사실 그런 동작들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포기한지 오래다. 언젠가 뼈가 자리를 잡아준다면 기쁘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치 로또를 사지 않고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것과 상동하다.
2. 기술 부족
1년 반이면.. 기술은 다 배운거 아닌가 라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는데 체감하기로는 이제야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가 아닌가 싶다. 몇몇 동작은 이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지만 책보고 공부를 한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름들으면 아직 모르는 동작도 많고 동작은 아는데 이름을 모르는 것도 많다. 시간이 흐르면 차차 해결이 가능한 문제인 것 같다.
3. 힘 부족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체질상 근육이 잘 안붙는데 잦은 음주로 인해 그나마 자리 잡혀있던 근육까지 소실되었고 출산도 근소실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사정상 누워만 있어야 했음) 근육의 양이 힘과 비례를 하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부위에 적당한 양의 근육이 붙어 있는가를 염두해두며 관리를 잘하면 발레가 정말 빨리 늘 것 같다. 나보다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힘이 좋은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는거지 남을 부러워 할 생각은 그닥 없다.
발레를 하면서 어떤 것이 발전했을까
체력
어떤 운동을 하던 체력 증진은 따놓은 당상이라 설명도 필요없음. 패스
스트레스 해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러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많이 먹거나 하는 것 외에 여러 해소법이 있는데 나는 딱 정해놓은 건 없었다. 자전거를 타는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용 운동이었는데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은 셈이다. 발레를 하면 거울속의 나와 꽤나 집중적으로 대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건강한 환각제인듯 하다.
정신력
발레를 생각하면 아름답게 춤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춤을 추기 위해서 수십년간 버티기를 연습했을 선수?들의 고충을 1/100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이제 1년 햇는데..) 버티면 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발레는 아령이나 기구 없이도 근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웨이트 운동이다. 내 몸 자체가 기구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연습하면서 근력이 없으니 정신력으로 버티는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 너무나도 버티고 싶은데 나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이고.. 꽤나 많은 시간을 정신력으로 버텨낸다. 나는 이게 너무 어렵다.
사회성
취미 발레가 대중화가 덜 된 만큼 취미 발레인들 끼리의 교류가 상당히 좁고 깊은 편이다. 요새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발레를 알지만 아직도 발레를 한다고 얘기를 하면 '너 발레해?? 우와...!' 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뭐 그건 상관 없는데 많은 사람들과 발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인지 자꾸 주변 사람들을 발레로 끌어들이고 싶다. 나랑 얘기좀 해줘 ㅋㅋ
발레는 정말 재밌다. 아직까지는?
옷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고.. 발태기(발레 권태기)를 겪는 것도 어떻게 보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나도 경험하고 있는 거니까 일부라고 생각한다. 목표랄 것은 딱히 없다. 매순간 늘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근데 이상하게 자꾸 하게되는 이유는 재밌어서라는 것 밖엔 답이 없다.
그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배울 것들도 정리해야 할 것이고?
새로이 구입한 장비 자랑도 하고싶고.. (인스타만으론 부족했니..?) 선생님 자랑도 하고싶어..
가끔은 내가 설명하는 것들이 '얘는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거지..' 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아카이브성으로 저장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뭔가 기념?이 되는 것 같지 않아 발행을 하는 것이에요..ㅋㅋㅋㅋㅋ
집에 발레공간도 만들어놨으니 맘 놓고 즐겨야겠다.
즐거워라, 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