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랄씨 생애 첫 웹소설 엔딩을 앞두고 끄적이다
올해 여름부터 충동적으로 쓰기 시작한 웹소설의 끝이 보이고 있다. 중간에 전염병으로 등장인물을 다 죽여버리고 그만 쓰고 싶을 때도 몇 번 있었고(...), 잠시 육아를 뒤로 하고 호텔방에 틀어박혀서 아주 아주 집중해서 멋들어지게 소설을 완성하는 뭔가 굉장히 작가스러운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두 가지의 극단적인 선택의 중간쯤에서 괴로워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뎌서 여기까지 왔다. 글을 쓰고 있을 때는 왜 이렇게 내용이 식상하고 별로지 - 너는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생각을 했고, 내적인, 그리고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글을 쓸 수 없을 때에는 이 게으른 것아 핑계 대지 말고 써라 - 너는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생각하며 스스로를 들들 볶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적어본다.
1. 글이 풀리지 않을 때, 잠시 노트북과 멀어져 글을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생각의 방향을 전환해보는 의미가 있었지만- 노트북을 펼치고 빈 페이지 앞에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갈 때 비로소 이야기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서 머리를 박고 인터넷 서핑을 하더라도 노트북 앞에 일단 나를 앉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어찌 됐든 엔딩까지 달려온 나를 토닥토닥해본다.
2. 구성을 미리 했었어도 큰 의미는 없었겠다.
초반에 글을 쓰면서 미리 잡아놓은 구성없이 무작정 쓰기 시작한 걸 후회하고 후회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구성만 잡다가, 그냥 적당한 시점에 능구렁이처럼 그만두는 것=나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이렇게 시작한 것도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였다. 중반까지 더 쓰다 보니 구성이 있었어도 들어 엎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치광이 ENTP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위에 썼듯이 실제로 글을 결정하는 것은 노트북 위에 글자를 써 내려가는 그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구성 이런 거 말고 아예 혼자 완결까지 끝내고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한번 해본다. 내가 과연 완결까지의 게으름을 극복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3. 노트북이 굳어지지 않게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어렸을 때 발레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발레를 3년이나 하니, 재능이 없어도 기본적인 동작에서도 발레선의 형태가 나왔고, 다리도 꽤 벌어졌다. 하지만 발레를 그만두고 난 지금 내 몸뚱아리에서는 발레의 흔적은 희미하게라도 찾기가 어렵다. 글쓰기도 그런 것 같다. 놓지 않고 글을 쓸 때에는 힘들어도 그 무지갯빛 판타지를 피어오르게 하기 위해 집중한다. 그런데 일단 글쓰기를 하루 이틀 멈추기 시작하면, 회색빛 돌 같은 서글픈 일상으로 돌아가버린다. 스티븐 킹이 말한, 등장인물들이 가짜처럼 느껴지는 '죽음의 키스'라고 표현한 그 단계가 오면, 생각과 글 쓰는 감각이 돌처럼 굳어지고, 곧 돌아버릴 것 같은 답답한 심정이 되어버린다. 그때부터 불면증과 우울감이 찾아오고, 그때는 글조차 쓸 수 없다. 그걸 몇 번 경험하고 나자, 글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언제쯤에 내가 내 머릿속에 직접 칩을 박아놓지 않았나 생각한다. 창작을 하지 않으면 머리 한 구석이 폭파될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고, 그 덩어리를 없애기 위해, 쓴다. 이번엔, 썼다.
4. 글을 쓰면 행복하다.
내 마음대로(항상 내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만든 세계의 캐릭터들을 움직이고, 그들을 존중하고 설득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큰 기쁨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다. 그걸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여기부터는 일기장 모드로-
웹소설 완결을 하면 연말까지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본다. 보잘것없는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소설에 대한 예의로, 쓰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세계관에 풍덩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런 의미에서 (순서는 의미 없지만)
1. 오징어 게임, DP
2. 올해 안에 성경 1독 (골로새서에서 멈춰버림)
3. 어린 왕자 다시
4. 귀멸의 칼날, 주술 회전
5. 8월의 크리스마스
6. 기적의 분식집
7. 디즈니 플러스 보기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