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똥의 상관관계
좀 전에 금쪽같은 아가를 시어머님께 맡기고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도서관에 간 이발랄씨. 골라놓은 책의 서가 번호 위치를 찾는 중에 배에 가스가 가득 차며 똥이 마렵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식물의 덧없는 삶’이었나 하는 책등을 우연히 발견한 뒤였을 것이다. 매혹적인 제목의 책이었지만 이미 보고 싶은 책들도 많기에, 내려놓고 다시 빌리려던 책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여지없이, 배가 꾸룩꾸룩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방귀를 뿌지직 뀌는 것은 개인적으로 신도림 역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는 것만큼의 수치라고 생각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허겁지겁 대출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 밖으로 나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지나가는 차 소리 사이로 방귀 소리를 슬쩍 흘려보내자, 배변 욕구도 사그라들었다. 왠지 모를 허탈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보니 어머, 이건 이번 한 번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배가 아픈 일이 많았다. 간신히 빌려온 책을 집에 오자마자 내던지고 화장실로 달려간 적도 있었다.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어서 밖에서 똥을 싸는 일이 드문 이발랄씨임에도, 도서관에서는 이미 일찌감치 똥을 트고야 말았다.
사실 이 도서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점에 가도 똥이 마렵다.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화장실을 한번 가는 것이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렸다. 수없이 많은 책들 사이를 걷는 거대한 설렘, 부드럽고 뻣뻣한 책 냄새, 낯선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웅성거림, 우연히 집어 든 책과의 은밀한 만남…
이런 좋은 것들, 두근거리는 것들이 결합된 우아하고 재미난 이야기의 숲에서 왜 이발랄씨는 왜 가장 먼저 똥이 마려운 것일까. 왜 그 공간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화장실로 낙오하는 것인지, 신비로운 일이다. 어쩌면 책은 마음의 양식이기 전에, 똥을 부르는 메아리가 아닐까 감히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