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필연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수학 선생님은 방학기간 수학연습장 깜지 써오기 숙제를 내주셨다.
무지 연습장을 가로로 놓고 세 개로 단을 나눈 다음 방학 동안 수학문제풀이로 꽉 채워오는 거였다.
이 연습장 쓰기 방법에 익숙해진 나는 고3 때까지 여러 권의 수학연습장을 이렇게 채워나갔다.
집중이 안될 때면 오늘 할 분량을 단을 나누는 줄을 치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하루는 발표를 해볼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셨었다. 칠판에 나가서 문제 설명을 하는데, 나와서 설명할 때는 존칭을 써야 한다고 하시면서 발표방법을 알려주셨다.
수업시간 시작할 때는 수학공식을 한 목소리로 다 같이 외우게 하셨는데, 내 기억엔 사각형의 성질 부분이었던 것 같다. 도형 부분의 특징을 순서에 맞게 익히는 방법으로 유익하다.
아이의 진로에 관해서 고민이 될 때
아이의 선생님들을 한번 돌아보는 게 어떨까.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 말이다.
내가 수학 선생님이 된 데에는 그만큼의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 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내 생각에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닐까 싶다.
첫 수업에는 아이들도 적응하느라 말이 별로 없을 때가 많다.
아이들과 요즘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조용히 있던 남학생이 요즘 코딩에 빠져있다면서 엄청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 아 저런 것이 흥미이고 관심이구나'
수학은 어쩌면 필요에 의해서 하는 공부이지만, 코딩이나 기타 과목은 아이의 흥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코딩을 하다 보면 수학에 대한 이론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수업 중에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엄청 신이 난다고 했다.
필요에 의해 부모가 정해준 학원보다는 자기가 가고 싶어서 가는 학원이 훨씬 아이의 진로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설령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눈여겨보고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보면
세상이 우리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장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내 아이의 미래는 지금의 경험과 부모님들의 가치관과 친구들과
그리고 아이가 만나는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결정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내 생각이나 판단은 내려놓고
잠시 관찰해 보는 것도 내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오늘도 만나게 될 학생들에게 내가 꼭 필요한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