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by 최진영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 세상에 제일 어려운 일은 무언가를 남의 머리에 넣어주는 것이다."


즉, 가르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어렵다는 말씀이었다.


가르치는 것은 그저 지식전달이 아니다. 설명하는 것이 가르치는 일이었다면 사실 부모님도 집에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시험을 못 봤을 때, 이해를 하지 못한 걸까? 연습이 부족한 걸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고 그에 따른 방법을 생각해 내는 점에서 선생님은 의사와도 같다.


수업시간에 잘 이해하고 숙제도 잘해왔던 아이들이 데일리테스트에서 평균 55점을 맞는 일이 발생했다.

뭐가 문제지? 채점하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수업 중에 필기를 하느라 다음 문제를 풀지 못했던 아이가 생각났고,

상담 중에 지금 하는 내용이 조금은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한편으로는 수업 중에는 문제의 답을 잘 대답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뭐가 문제지????


이럴 땐, 직접확인만이 답이다. 보충프린트를 만들어서 수업 중에 각자 풀게 하고 개별채점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본문제 설명할 때는 필기를 하지 않고 집중하게끔 하고 풀이는 집에서 숙제로 한번 더 풀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절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진도를 나가고 과제를 체크했다고 해서 가르침이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단체수업인 만큼 잘 이해 못 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렇게 테스트에서 갑작스러운 점수로 드러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고 싶은데, 이유를 알고 싶은데... 다음 수업까지 며칠이 남았다.


조급해해선 안된다. 꼭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같은 학원이라도, 같은 수업내용이라도 누가 그 수업을 진행하는지에 따라 수업의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학원에서는 그 갭을 시스템을 통해서 보완하고자 하지만 역시 한 사람의 열정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수업에 있어서는 또한 아이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아~ 이 선생님이라면 내 공부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

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당연히 싫어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다. 공부에 대해서 가장 답답한 것이 당사자인 학생 본인이기 때문에 내 문제를 털어놓으면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

믿고 따라가면 반드시 잘하게 될 거라는 확신을 주는 리더.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확실히 느껴지는 사람.


그런 부분들에서 학생들은 신뢰하는 선생님, 좋아하는 선생님을 형성해 가는 것 같다.


신뢰가 쌓이기 전에 섣부른 조언이나 화를 내는 것은 역효과다


클리닉 시간에 우리 반 아이가 운 적이 있다. 클리닉 선생님은 애가 고집이 세다면서 그냥 식을 고치라고 했을 뿐인데 저렇게 운다고 보고를 했다. 아이가 그냥 고집을 피운다고? 자세히 살펴보니 선생님의 말투에 아이가 좀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낯선 사람이 지적을 하고, 그에 대한 아이의 변론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다 보니 눈물이 터진 거다. 그 이후 그 아이는 클리닉 선생님이 뭐라고 말만 하면 우는 아이가 되었다.


수업시간에 그 아이에게 풀이 방법과 글씨에 대해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문제를 설명하다가 나도 모르게 좀 흥분하고 톤이 높아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울지 않았다. 그저 대답만 잘하는 거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자기를 위한 말이라 생각할 때, 그리고 그 내용이 납득이 될 때 아이들은 자신이 혼나는 상황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누구라도 소통이 잘 안 되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지 않은가.

아이들은 똑같은 사람이다. 단지 좀 이해의 폭이 좁았을 뿐.


학원 선생님을 하면서 나 또한 기분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고, 유머가 늘고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연재를 하면서 글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주요 내용은 부모님들에 대한 간절한 부탁인 것 같다.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세요.

기대보다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너무 조바심 내지 않으셔도 돼요. 학원에 맡겨두었다면 조언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선행을 하고 있다고 아이가 성장한 것은 아니니 실제적인 나이를 항상 되새겨 주세요.

공부는 그저 수단일 뿐이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서 다음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 특별히 공부에 재능이 없다면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장애물이 되지 않게만 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성적이 진로는 아니니까.

무엇보다 아이가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부는 아이들이 첫 번째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인내하고 노력하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게 된다. 좌절하더라도 일어서는 힘도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자라난다.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수학을 전공할 것이 아니라면 극복하면 된다. "


1등을 목표로 할지언정 1등을 강요하지는 말자.


항상 알고는 있지만 애정을 가진 내 자식이기에 부모는 늘 흔들릴 수밖에 없고, 불안할 수밖에 없기에 나는 오늘도 상담을 하고,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모든 학생들과 부모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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