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주인공이 아닌 강의실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찾아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에 모집할 때는 여기만 등록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우리 아이도 잘하는 아이가 바로 될 것 같은 상담을 받지만 수업을 막상 하기 전에는 사실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맞는 레벨반에 들어간다 해도 수업을 얼마나 성실하게 듣고 있는지, 숙제는 잘해오는지
여전히 아이에게 맡겨진 부분이 많기때문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수업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일단 나쁜 학원은 없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아이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원의 목표고 그것이 추후 학원의 운영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업을 대충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수업을 하면서 지난 과정들의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안배웠다고 하기도 하고, 어머님들이 지난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실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아이가 지난 번에 배운 내용들을 많이 잊어버리거나 연습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 였던 것 같다. 이유가 뭐든 간에 지난 과정들에서 구멍이 있는 것이 팩트이고 그것에 대한 이유를 말씀하시는 거겠지. 그 구멍에 대한 부담은 다음 과정 선생님이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학은 단계별 학습으로 앞 단계를 잘 밟아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선행이 어느 정도 가능한 과목이긴 하다. 그리고 다른 과목에 비해 연계가 높아서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기 때문에 잘 쌓여만 진다면 선행과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기본 전제는 앞 단계를 잘 채워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매번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상담에서 재수강이나 낮은 과정으로 가야함을 말씀드려야 할 때 학부모님의 대응 때문이다.
좋은 반에 넣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수업을 해보니 아이에게 버거운 느낌이 들고, 매 시험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천천히 다시 기초를 쌓아줘야 할 것 같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고, 그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게 되는 것인데 그냥 계속 있게 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낮은 반으로 내려가기 싫은 이유가 뭘까?
학원은 다녀봐야 알고 수업은 해봐야 안다. 아이의 이해도가 학원의 과정속도보다 느릴 수 있기 때문에 적합한 과정을 선택해주고,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것이 원칙인데 그냥 있게 해달라니.
성적이 안되는데 다음 과정에서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씀은 실패확률 90%이상이다. 선행은 어쨌든 아이의 학년보다는 높은 과정을 배우고 있는 것이고, 어느 순간 연습량부족이든 속도 때문이든 아이에게 한계가 올 수 있다. 그 한계라는 것도 사실 기초를 다지다 보면 스피드가 오르는 순간이 있고, 아이의 신체적 성장처럼 공부의 성장시기도 있는 것이다. 그런 아이의 시계를 무시한채 일단 앞 과정을 배우다 보면 잘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은 단호히 말하지만 틀렸다.
학원에서 아이를 쫓아내는 일은 거의 없다. 뭐 말썽을 부리거나, 지속적으로 숙제를 안한다던가, 수업을 방해한다던가 하면 경고퇴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취도가 낮아서 내보내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부모님이 우기시면 그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선생님으로서는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과정을 찾아주고 싶지만, 부모님의 기대는 그걸 용납하기 어렵다. 더 나빠지기 전에 맞는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부모가 그렇지는 않다. 그냥 진행하기보다 그래도 아이에게 적합한 반을 찾으려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낮은 반이라도 그게 맞다면 가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이에게 성장의 준비시간을 주는 계기가 될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높은 반에 있겠다, 원하는 과정을 듣겠다 하는 것은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교육은 단순히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설득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최후의 결정은 부모님께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해드려."
이런 결론은 긍정의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어짜피 버티지 못할 거란 걸 알기에 끝까지 설득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최선이고, 그냥 그렇게 라는 것은 결과는 부모님께서 책임지셔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선행은 경쟁이 아니다. 보여주기가 아니다.
무리한 과정에서 치이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내 아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낮은 점수에 쉽게 상처받고, 자신감을 잃기 쉽다. 작은 성취들을 모아 자존감을 형성하는 시기여서 사실 초등학교때 문제를 지나치게 어렵게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90점, 100점 맞는 학생들이 많은데 높은 과정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특히나 대형학원들에서 아이들과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많은 좌절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배워나가야 한다.
뭔가를 결정할 때는 부모님의 목표보다는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학원을 다니는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아이를 먼저 살펴보셨으면 좋겠다. 지금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선생님이 다음 과정에 좀 낮은 반으로 이동해서 기초를 채우고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더 열심히 할테니 유지해달라고 하면 믿고 그렇게 해주시고, 사실 너무 힘들었다하면 한번쯤 들어주시는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