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청심국제중은 많이 들어서 익숙했다.
그런데, 상담하다 보니 갑자기 아이가 전라도에 내려간다고 하셨다.
'전라도? 원래 전라도 사람인가?'
전라도 자립형 중학교라고 한다. 교육현장에 있는 나도 생소한 정보를 어머님들은 참 많이 아신다.
덕분에 나도 폭풍검색을 해본다.
나라에서 자율적 운영을 허가한 기숙형 중학교라는데 수도권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을 기숙학교에?
이런 얘기는 외국 영화에나 나오는 줄 알았더니...
중학교 입시 설명회도 있다.
하긴 인기가 많고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하다면 전략이 필요하겠지.
근데 왜 나는 씁쓸하기만 한 건지 모르겠다.
학원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공부할 기회를 갖는 건 좋은 거겠지만, 어린 나이에 주말마다 기차를 타고 올라와서 주말 학원을 다니는 것이 괜찮은 걸까?
부원장님께 여쭤보니 요즘 유행인 것 같다고 하셨다.
유행... 입시에도 유행이 있구나.
좋고 나쁘고를 얘기하기에 좋은 주제는 아니기에 쓰기가 망설여지기는 했다. 부모님들도 분명 많은 고민을 하셨을 테고 힘든 경쟁을 이겨내고 붙은 것일 테니까.
확고한 신념이 있으신 거라면 괜찮은데, 이것이 유행이라면 걱정이 앞선다. 맘카페에는 중학교 입시설명회가 크게 광고되어 있었다. 아~ 이래서 많이들 알게 되시는 거구나.
자립형 중학교의 경우, 입시학원처럼 시험도 자주 보고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학교와 수행평가나 체험학습을 늘리는 대안학교 같은 학교도 있다. 후자가 이상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요즘 고등학교 입시를 보면 자칫 고등학교 입학에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같은 경우 대다수가 엄청난 공부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연결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방학 동안 잘 따라와 주던 학생이기에 다음 과정의 진행이 걱정이 되었는데, 어머님은 모든 수업을 녹화해서 동영상 강의로 받고 싶다고 했다. 학원에는 그런 규정이 없기도 하고, 새로 배우는 내용을 동영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강으로 이제까지 배웠던 부분에 대한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상담을 마쳐야 했다.
아쉽다. 그냥 여기서 친구들과 같이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면 좋지 않을까.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할 수 없지만, 지금 이대로가 충분히 좋다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보의 홍수인 요즘 세상은 좋은 것을 다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되기 쉽다. 나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너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매번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투성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마구 끌려갈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내 아이의 교육문제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다양한 입시전략들을 보고, 영재고, 과고, 자사고 입시공부를 시키는 입장에서 내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 최선일까를 늘 고민해 보게 된다. 아이가 있다면 중심을 잡기는 더더욱 힘들 것 같기 때문에 아직 아이가 없을 때, 미리 생각해둬야 할 것만 같았다.
첫째로, 4학년 이하에서는 공부에 관한 학원은 보내지 않을 것 같다.
중학생만 되어도 입시가 치열한 상황에서 어린 나이에는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주고, 체력을 길러주고, 충분히 부모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최대한 많이 놀아줄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책도 같이 많이 읽어주고 싶다. 같이 멋진 도서관 탐방도 하고, 자연을 체험할 기회도 넓으면 좋겠다. 자연을 접했을 때의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알게 해주고 싶다.
둘째로, 5, 6학년에서는 중학교 이상의 선행은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초등문제집을 보면 다양한 사고를 요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특히 서술형 구조로 된 것들이 많다. 수나 도형에 대한 깊은 이해는 자기 학년 심화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중등선행은 기본개념이 잘 잡힌 기본서와 연습하는 문제집 한 권정도로 하고, 남은 시간은 수학 외에 다양한 과목에 대한 심화와 자기 학년 심화 수학문제를 같이 풀어주면 좋겠다 생각한다.
셋째로, 중학생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는 습관, 뭔가 시작했다면 마무리하는 성취감을 가르치고 싶다.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작업이 되어있다면 그 이외의 것은 아이의 선택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되 아이의 선택을 기다려줘야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다.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말은 실제 쉽다는 뜻이기보다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와 성장을 가져다 주기에 투자대비 결과가 좋다는 뜻일 거다. 피아노 배우기처럼 처음은 힘들어도 공부는 쌓일수록 쉽고 재미가 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기초과정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
결국, 공부가 즐거웠던 나처럼 아이들도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한지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전라도에 가는 내 제자도 기왕 가는 거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을 누리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다녀오면 방학 때 그 학교는 어떤지 얘기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