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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간

매일글쓰기 12일차

by 밤비

상대성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생각했다. ‘아아, 정말로 한 인간은 외로운 존재구나. 공존하는 그 시간마저 우리는 서로 다르게 흐르는구나.’ 하고. 아쉬움보다는 쓸쓸함의 무게가 커서 괜히 모든 것이 덧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학적으로 그런 이해가 옳고 그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했어도 서로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을 것이다. 각자가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 처음부터 다르게 새겨졌을 시공간이니 기억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라 생각하니 상처받는 일은 줄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때때로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남몰래 애정을 키웠던 대상일수록 그렇다. 나의 온도와 속도가 그대와 같지 않았을 뿐, 무엇을 탓하겠나 하면서도 비슷하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입맛을 다시는 셈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희망을 놓지는 않는다. 그 언젠가 서로의 시공간이 아주 잠시라도 스치는 순간이 올 거라는 믿음 한 올을 책갈피 삼아 끼워두고 책장을 덮는다. 내가 당신을 환대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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