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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위로

매일글쓰기 22일차

by 밤비

특별히 쓸 만한 이야기가 없는 날에는, 아니 더 정확히는 독이 잔뜩 묻은 이야기만 줄줄이 흐르는 날에는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편이 좋겠다.

지친 마음을 넝마처럼 끌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특유의 미소와 유머를 쉴 새 없이 날린다. 매주 금요일마다 자유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떻겠냐느니, 아이와 함께 엄마가 좋아할 만한 쿠폰(소원권)을 만들어보겠다느니, 설거지를 자기가 좀 자주 하겠다느니, 당분간 힘든 날에는 외식으로 식사의 부담을 줄여보자느니 … (실제 지켜지는 일인가 아닌가와 관계없이) 듣고 있자니 하나같이 지금의 나를 일으켜 세울 만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도 없다. 그 사실이 너무도 어이없어서 좁혔던 미간이 팽팽히 펼쳐진다. 웃음이 날 것도 같다.

결국 혼을 빼놓을 만큼 부산스럽고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두 남자 덕에 웃는다. 하기야 이 지난한 고됨에 근본적 해결책이 어디 있을쏘냐. 이렇게 오늘 하루도 넘기는 게지. 그게 또 사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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