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6일차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개방을 하게 된다. 에세이만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그렇다. 소설을 쓴다 해도 그 안에 녹아든 나를, 담아야만 하는 나의 조각을 마주한다. 독자가 그걸 알아차릴 것인가는 크게 중요치 않다. 내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 글에 담긴 나를.
그럴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른다. 초고 상태로 휘갈겨 쓴 나의 조각을 해체하고, 픽션과 뒤섞고, 과대포장하거나 덜어내며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경계를 만든다.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어째서인지 그 경계를 정하는 일이 날로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더 많이 휘청이고 흔들린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사투다.
쓰고 싶은 글이 한 편 떠올랐는데 자꾸만 멈추게 된다. 그 글을 완성하는 건 어렵지 않겠으나 그 글을 누군가에게 열어 보이는 건 ... 조금 더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