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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 마음

매일글쓰기 35일차

by 밤비

2022년 11월 17일. 먼 발치서 한강 작가님을 뵈었다. 작별하지 않는 마음. 학교에서 주최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였다.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었고 자연스럽게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결해 읽었다. 특별히 의도하거나 계산한 것은 아니었으나 책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으므로.

작가님의 첫인상은 특별했다. 으레 한 사람이 지닐 법한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공기보다, 바람보다 더 조용히 객석을 지나 무대 앞으로 미끄러지듯 걸어가셨는데 바로 내 곁을 스쳐 지났는데도 인기척을 못 느껴 그 자체로 인상적인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 작고 조용한 목소리로 청중을 향해 천둥 같은 큰 울림을 전달하는 강인한 힘이 있는 사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 날 내가 보았던 작가님의 일부를 투사하며 읽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작가님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아이 생각에 다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그 날. 좀 더 오래 기다려 작가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사인을 받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뜨거운 영광을 오래 간직할 수 있었을까.

어젯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그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몸이 달 떴던 순간. 늘 염원하고 고대하던 일이었지만 정말 일어날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꿈같고 기적 같았던 일이 현실이 되고야 만 순간. 이 뜨거운 마음을 쉬이 표현할 길이 없다. 다시 한번 가까이에서 작가님을 뵐 기회가 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더 닿는다면 그때는 기필코 두 눈을 마주하고 전하리라. 나의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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