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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고 싶은 것

매일글쓰기 37일차

by 밤비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당신 '교수'가 목표인 것 아니었냐고.

내가? 처음 듣는 질문에 가만히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답했다. 당연히 운 좋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꼭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그보다는 강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이 세상에 이유 없는 마음은 없다는, 그로 하여금 나와 타인을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나의 이 사소하고 단단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개의치 않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은 강의인데 그건 꼭 교수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가능할 것 같아서라는 설명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덧붙인다. (교수가 되면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나를 찾는 곳,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단 한 명의 청중을 향해서라도 온 힘 다해 심리학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두둥실 부풀어 오른다. 그래, 나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고 있지. 나 그런 사람이었지. 의외의 답에 남편의 입이 헤 벌어지다 닫힌다. 당신은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기는 힘들겠다는 소심한 반론을 제기해 보면서도 담담한 아내의 포부를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아주 조금은 나의 간절한 마음이 남편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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