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8일차
주말 아침이면 아이가 가장 먼저 눈을 뜬다. 등교할 때는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녀석이 주말만 되면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눈을 뜬다. 그 마음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월화수목금 진한 피로감에 짓눌린 남편과 나는 달콤한 아침잠을 더 사치스럽게 누리고 싶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부터 아이는 아침에 우리를 깨우지 않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의 움직임에 내가 깰까 염려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방을 나선다. 한동안은 그게 귀여워 어디 가느냐 질척거리며 품에 안고 뒹굴기도 했다. 얼마 안 가 작전을 바꾸었다. 아무래도 아침 나절 저 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가 깰 때부터 함께 잠에서 깼지만 모른 척 두 눈을 꼭 감고 누워 있는다. 때로는 나서기 전 내게 이불을 덮어주거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기도 하고 또 진짜 가끔은 볼 뽀뽀도 남긴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꼭꼭 숨기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로 아이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간다.
슬그머니 침실을 벗어난 아이의 발자취를 귀로 가만 쫓는다. 시원하게 뿌리는 소변 줄기 소리, 우다다다 제 방을 향해 달려가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종이 또는 비닐 소리, 무언가가 서로 마주 부딪히는 소리 ... 소리만으로도 아이의 동선과 행동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배가 고파지면 간단한 간식 정도는 알아서 챙겨 먹는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면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아이가 뭔가를 건넨다.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거나 우리를 위한 편지를 선물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번 주말에도 아이가 편지를 하나 가져왔는데 잠결에 웅얼거리니 탁자에 둘 테니 나중에 보라고 말을 하고는 후다닥 방을 나선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침대 옆을 보니 하얀 쪽지와 빨간 볼펜 뚜껑이 함께 놓여있다. 아직 채 다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게슴츠레 보니 비밀 펜 뚜껑이다. (불빛을 비추면 그 펜으로 쓴 글씨가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에 불빛을 비추자 단순하고 귀여운 편지가 보인다. [아빠 엄마 하트. 서우 씀] 아빠 엄마 사랑해, 서우 씀. 메모에 가까운 이 쪽지로 아침을 맞이하며 아이가 건넨 사랑 한 조각을 담뿍 베어 문다. 달큼한 사랑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