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9일차
절친한 언니가 있다. 6년이라는 나이 간극에도 불구하고 뭉근히 퍼지는 따스한 온도로 나를 덥혀주는 사람.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언니 곁에 있을 때 내가 참 좋아 보인다, 언니를 늘 친절하게 대한다 등등 투정 섞인 질투였다. 어쩐지,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한 명은 설거지를 하고 한 명은 과일 깎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라니.
언니와 나 사이에 고유한 간격이 늘 유지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로를 향한 배려,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예의, 각자의 개인 공간(영역)에 대한 존중. 어쩌면 늘 살을 부대끼며 사는 가족이 아니어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망가지기 쉬운 간격 말이다. 곁에서 시간을 공유한 지 벌써 4년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둘 사이에 깨끗하고 맑은 공기가 드나들 틈이 있다는 것이 늘 고맙고 또 기쁘다. 느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쫀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관계의 역학이 참 좋다.
오늘, 오랜만에 사치를 부려 만든 시간을 오롯이 언니와 함께 하고 돌아오는 길. 역시나 내 곁에 언니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외모, 성향, 취향 … 어느 것 하나 닮지 않은 우리 두 사람이 비슷한 결로 맞닿아 있을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일 터. 만남 그 자체보다 헤어짐 이후에 진득하게 밀려오는 애정이 더 큰 사람. 존재만으로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는 사람.
가까운 미래, 이 글을 읽을 언니가 내게 보낼 눈빛을 미리 그려본다. 내 수줍은 사랑 표현을 받아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