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40일차
시작은 단순했다. 우연히 좋은 책 한 권을 선물받았고, 그 책을 오래전부터 간직해왔고 꼭 읽고 싶었던 절친한 언니가 함께 읽기를 제안했다. 기왕이면 필사를 하며 조금 더 깊게 읽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이 오갔고, 우리 둘이서라도 그럼 읽고 쓰고 나누기를 해보자는 데까지 결론이 다다랐다.
그러다가 문득, 혹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번졌다. 용기 내어 [필사하는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멤버들을 모집했다. 즉흥적이기도 무모하기도 한 제안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둘이서 해 볼까? 주고받았던 소소한 바람이 조금 더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라인 필사 모임 [필사하는 마음]이 시작됐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시작으로 1기를 마치고 머지않아 이슬아 수필집 [일간 이슬아]로 2기를 꾸렸다. 3기는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었고,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었던 4기는 벌써 지난달 말일을 기준으로 끝을 맺었다. 그저 우스갯소리처럼, 소소한 바람처럼 떠올린 움직임이 네 권의 책을 읽고 쓰고 나누는 쪽으로 흘렀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한 권의 책을 더 읽고 쓰고 싶다는 바람이 분다. 이미 책은 정했다. 다음에는 '나만의 단상 쓰기'에 조금 더 집중한 필사 모임도 꾸려보고 싶지만, 어쩐지 그건 필사가 아니라 글쓰기 모임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고민해 볼 일이다.
아무튼, 이렇게 글로 필사하는 마음의 지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은 함께 읽고 쓰고 나눈 시간들에 대한 애정표현이자 함께한 이들에 대한 감사 표현이다. 혼자였어도 충분히 읽고 썼겠으나 함께여서 가능한 어떤 지점이 있었다고 믿는다. 애정하는 필사 동지들. 그들이 읽지 못할 이 조용한 공간에 수줍은 사랑 조각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