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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매일글쓰기 41일차

by 밤비

얼마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헬스장에서의 운동과는 별개로 (무수한 주변인들의 긍정적 자극 덕에) 실외 러닝에 관심이 생겼고 용기 가득 끌어모아 하천길을 따라 달리는 시간을 야금야금 챙겼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앱을 실행시키면 활기찬 음성으로 설명이 이어진다. 약 30분간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러닝. 처음에는 고작 1분에도 헐떡이던 폐활량이 이제는 가뿐하다는 기쁨을 누리는 데까지 다다랐다.

각설하고, 나의 이런 열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과 아이가 슬그머니 관심을 내비치었다. 남편은 몹시 당당하게 자신은 쉬지 않고 쭉 30분을 달릴 수 있다고 고개를 한껏 하늘 향해 들었고, 아이 역시 자기도 평소 운동량이 있으니(축구를 좋아하고 또 즐겨 한다)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럼 두 사람 정말 주말쯤에는 나랑 같이 달리자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았더랬다.

"아들, 지금 엄마 달리러 가고 싶은데 같이 갈까?"

오늘, 하원하는 아이에게 대뜸 내질렀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금방 긍정의 사인을 보내왔다. 학교 교실에 벗어둔 외투도 찾아올 겸(제발 좀 챙기렴!) 아이와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학교 운동장 트랙을 달릴지, 원래대로 하천길을 따라 달릴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니 하천 길이 좋겠단다.

오늘 코스는 1분 30초 달리기, 2분 걷기 세트였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지만 어쨌든 총 5번 달려야 하는 코스. 한 쪽 이어폰을 아이 귀에 꽂아주며 중간에 달리다가 힘들면 언제든 멈추어도 좋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도 엄마가 다시 네게 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 무리해서 빠르게 달리지 말고 천천히 대화가 가능한 속도로 여유롭게 달려라 등등 잔소리에 가까운 당부를 쏟아냈다. 아이가 잘 달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총 30분. 아이는 오롯이 나와 함께했다. 그 언젠가 순례길을 떠난 딸과 엄마가 따로 또 같이 걸었다더니, 이 평범한 하천길 위를 우리 두 사람이 발을 맞추어 걷다가 각자의 속도로 뛰며 호흡이 같았다가 달라지는 무수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나는 아찔할 만큼의 행복을 느꼈다. 끝까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달린 아이의 의지와 인내력에 끝없는 찬사와 칭찬을 날리며 냉큼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와 함께 달리느라 평소보다 느린 페이스로 남은 기록이었으나 결단코 나는 오늘의 이 달리기를, 이 경험을, 이 기록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조금 더 이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고 정돈되면 언제고 이 날을 보다 더 상세히 글로 써 남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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