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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Oct 20. 2024

시험문제

매일글쓰기 44일차

 

강의 경력이 오래되었어도 여전히 시험문제를 출제한 세월보다 시험문제를 풀었던 세월이 길다. 그래서일까.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문제를 출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느껴진다.


대학은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했다. 내일 학생들에게 배포할 시험문제를 추려내다가 문득, 이런 몇 개의 문제로 학생들의 해당 분야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혹은 합당한가 같은 질문이 나를 콕콕 건드린다. 강의 중 다루었던 내용에서만 제출한다고 했으니 방대한 양에 대한 암기력이나 수업 참여도 같은 성실성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을까.

 

학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당시 시험문제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감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정당한가 합당한가 같은 의문도 전혀. 그저 주어진 문제를 다급하게 해결하고 답변을 채워 넣기 바빴던 시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차곡차곡 쌓인 지식의 층계가 시나브로 내 삶에 녹아들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시험이라는 건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판가름 짓는 수단이고, 잘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메타인지가 가능해진다) 시험이 끝나는 순간 공부도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가에 대해 골똘히 고민할 여유나 기회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 현 교육과정상 시험은 점수 매기기, 순차 정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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