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자전거 여행

책리뷰_열, 자전거여행을 여행하다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오랜만에 책 글이다.

책을 읽을 여유는 있었는데, 독서모임을(CRD) 안 나가다 보니- 책을 읽고 글로 적어두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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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이 있다.

1. 너무 어렵거나, 2. 너무 좋아서.

내게 <자전거 여행>은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이 황홀해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는 책이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글을 쓰는 것 또한, 꼭 기록해두고 싶은데 더 미루다간 '책보따리'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보따리장수의 본분을 망각할 만큼 빠져든 책이다.


김훈 작가의 묘사는 이 빠른 세상에서도 자꾸만 멈추게 하는 힘이있다. 달리는 전철의 속도로는 느낄 수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마치 옆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아래서 보고 내려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나무 하나를 봐도 그 줄기 줄기를 타고 흐르며 나무를 이루는 모든 존재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그는 참으로 뿌리가 하는 말도, 잎이 하는 말도, 꽃이 하는 말도.. 나아가 그 나무에 깃들인 새가 지저귀는 노래가 설렘인지 슬픔인지도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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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귀인이 쓴 글을 읽노라니, 문득 내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글을 좋아했던 나는, 국어 수업 시간에 '묘사'를 배웠던 그 날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시절의 방법처럼(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가 해온 과제를 일어나 소리 내 읽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내가 한 묘사를 칭찬하시면서 '은지는 묘사의 여왕이네'라며 칭찬해주셨다. 그 이후로도 종종 글을 써야 하는 때가 오면 담임선생님이 '묘사의 여왕'인 내게 글을 쓰도록 기회를 주셨다.


/ 잠깐 다른 길로 새자면, 우리가 어렸을 적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만나는 이들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글을 계속 쓰게 된 것은, 6살 때 쓴 나의 동시를 보고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니며 시를 쓰며 나의 유년기를 보내게 해 준 나의 친애하는 삼촌과 나를 '묘사의 여왕'으로 지명하여 불러준 그 담임 선생님 덕분 아녔을까. 이 글을 빌어 다시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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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책의 모든 부분이 완벽한 시 한 편 한 편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한 문장을 꼽기란 굶주린 저녁 치킨이냐 피자냐와 같은 고뇌지만, 피자**치킨공주와 같은 절충안이 있듯이 나도 (어찌하였든) 한 문장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장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픈 곳으로.


풍경은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지만, 인간이 풍경을 향해 끝없이 말을 걸고 있다. 그러므로 풍경과 언어의 관계는 영원한 짝사랑이고, 언어의 사랑은 짝사랑에서 완성되는데 그렇게 완성된 사랑은 끝끝내 불완전한 사랑이다. 언어의 사랑은 불완전을 완성한다. _김훈 자전거 여행 中


그의 책을 모순으로 만드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풍경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타오르는 여름의 태양은 한강 너머로 몸을 식히며 노을을 만든다. 그리고 수많은 한강 다리 위를 달리는 인생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마도. 위로일 것이다.


나는 그저 풍경이 건네 오는 말을

듣지 못하는, 듣지 않는 인간들이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풍경은 언제나 마을 건네 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듣고,

잘 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이가 김훈 작가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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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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