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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Feb 23. 2020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오늘의 사색, 아홉 잔>

K언니를 만났다. 매일 보면서도 요즘은 어떠냐고 물어봐주는 다정함에 대책 없이 말랑해진 마음이 쏟아졌다.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 기다렸던 듯. 나는 정말로 잘 지내지만 정말로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로 달라도 한참 달라 보이는 녀석이 어쩜 그리 사이좋게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고.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너의 큰 장점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다. 취미이자 특기랄까. 원체 웃음이 많기도 하고 표정을 잘 숨기지도 못하는 덕에 좋은 것은 좋다고 마구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이 결핍의 존재는 많고 많은 좋은 것들 중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까만 구멍 하나를 자꾸만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지 말라고, 안 그래도 된다고, 그냥 너 좋아하는 거 하라고 말해준 그 한마디가 왜 그리 컸는지.

집에 오는 길에 좋아하는 과일맛 젤리, 팝콘, 식혜를 사서 그녀가 선물한 넷플릭스 아이디로 다큐 하나를 봤다.


오늘도 좋아하며 살아야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대화를 하고 좋아하는 책 하나를 집어 들고 좋아하는 카페에도 가야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자주 해야지.

내일도 좋아하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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