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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Apr 16. 2016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서울살이편#1_난지 한강공원


#1. 바로 어제 본 것 같은 사람


2013년, 우리들의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캄보디아에서 함께 보낸 나의 소울메이트 라미꼬(애칭)를 만났다.

귀국 후, 캄보디아 마을 펀딩 때문에 딱 한번 본 이후로, 연락만 자주하고 실제로는 만나지 못했음에도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각자 열심히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에 그 교차점이 잦지는 않았지만,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이 여전히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들과 생각들을 옮겨다 주고 있었나 보다.

라미꼬: 우리 안 본 지 1년 반도 넘었는데, 어떻게 넌 바로 어제 본 사람 같냐
Hanna: 야, 나 그 말 되게 좋아해. So do I.


퇴근 후, 나란히 누워 그때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 글에서 꺼내놓기엔.. 너무 방대하므로 아직은 참아보련다.)

   우리 늙어서도 이렇게 재미나게 지내자. 우린 진짜 복 받은 거야.
   우리 아가들은 이런 신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라겠지!

나의 꼬꼬마 분신들에게 들려줄 재미나고 신나는 이야기가 가득한 삶을 늘 살아야지. 암암.

새벽까지 못다 한 말들을 이어나가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다.



#2.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이 날, 우리의 동선은 동묘> LP카페> 난지 한강공원이었다.


앞으로 동묘에 올 때는 운동복에 마스크를 쓰고 와서 본격적으로 옷 무더기로 투입해야겠다는 라미꼬를 뜯어말리고 동묘 아지트 LP카페로 향했다.


지난밤, '아띠라면 <느리지만 착한 2G 여행>이지'라며, 오랜만에 만난 나들이조차 좀 편하고 쉽게 가기를 거부하는 나의 제안에, 나보다 더 좋아하던 라미꼬와 LP카페에 앉아 몇 시간의 짧은 나들이를 계획하는 척~하며 흘러나오는 신청곡에 빠져있었다.

시인과 촌장_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_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고작 세줄 짜리의 가사만 반복되는 이 짧은 노래는,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줄을 계속 생각해 보게 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움 풍경은,

그 있어야 할 것들이 그곳에 '존재'하고  풍경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 '존재'의 '제 자리'.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줄래요?


#3. 이름값.


난지공원을 가기 위해 마포구청역에서 나오자마자 꽃향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고 풀꽃이 흩날리는 길로 향했다.


서울살이 4개월 차, 아직 새내기이지만, 이 도시 참 묘하다.

업무차 여의도에 갔을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처럼 외계인이 지구 한복판에 '인간 양육' 블록들을 쌓아놓은 것 같다며, 다신 여의도 빌딩 숲 안에 들어와서 괜히 호흡곤란 겪지 않겠다 다짐한 것이 엊그제인데, 같은 서울 땅에서 나는 또 쉼을 느낀다.


풀과, 물과, 나무와 그 속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는 표정들이 살아난다.

이것도 서울, 저것도 서울이겠지. 묘하다 이도시.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지극히 아름다웠을 이 난지도는 꽤 오랫동안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100m 정도의 쓰레기 산이 있었던 그곳에 이제는 난지 캠핑장, 난지 한강공원, 노을공원, 하늘 공원 든 내로라하는 시민의 쉼터가 가득하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이 곳이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 전까지 쓰레기만 가득하고, 생명체라고는 살 수 없는 곳이었다는 것이 상상조차 가지 않을 만큼, 가는 곳곳마다 생명력이 가득했다.

이름값 했네.

'난지'도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었다.


클릭 한 번이면 나오는 멜론 음악보다는 손글씨로 신청곡을 적어내야 돌아가는 LP판의 옛 노래가,

씽씽 쌩쌩 달리는 자가용보다는 힘차게 구르는 자전거와, 뚜벅이 두 발이,

손에서 떠날 줄 모르는 바보 스마트폰보다는 더 빛나는 옆사람의 두 눈과 이야기가,

여러 장의 티슈보다는 엄마표 천연염색 손수건이

내가 담겨있는 풍경들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 아닐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찾아가 힘을 다해 말을 걸고 느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그 모든 아름다운 존재들을

'너'와 함께 보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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