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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Apr 10. 2016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태국&캄보디아편 #12_에필로그

12개의 글로 그 많은 웃음과 눈짓들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글에 내비치지 못한 속내도 있었고, 글을 쓰기 위한 글이 되지 않으려고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마음을 후다닥 써 내려가기도 했다.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 마지막 글을 쓰지 않고 그냥 그때의 시간 속에 갇혀있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떠올렸다.

심장 뛰는 글은, 고여있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삶 속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지나간 것은 지나 간대로의 의미가 있도록 마음에 딱 새기고, 또 문 밖을 나선다.


사랑했던 이와의 시간들도 그 사랑이 끝났을 때는,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도록 점을 찍는 것처럼,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 꾹- 점을 찍는다.


#1. 마지막 만찬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다시 방콕으로 향해야 했다. 왔던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국경으로 가야 했다. 거사(?)를 치러야 하니, 마지막 캄보디아의 만찬을 즐겼다.

마지막이라고 좀 특별한 것을 먹으려나 했더니, 4명 모두 늘 먹던 바이차(볶음밥)와 카페떡러꺼뜨꺼(연유커피)를 시켰다.


가장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었나 보다.

별 것 아닌 것들이 그곳을 떠나올 때는 가장 큰 것이 되어 남을 테니까.



#2. 고맙고 사랑해.

느리지만 착한 2G 여행은 글의 처음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매일 담당자 재량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와서 모르는 곳들을 더 가보기 나하지 굳이 한국에서도 또 볼 수 있는 사람들하고 노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가 여행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물론, 긴 여정으로 피곤에 찌든 마지막 공항의 밤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마지막 '함께함이 즐거운'시간의 담당은 나였다.


우리의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몇 가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1. 성별이 다른 사람과 여행을 해보았다는 메리트를 살려서, 여행 기간 동안 서로를 보며 이런 모습을 가진 이성이 좋은 거구나라고 생각된 것!
2. 서로를 3가지 형용사와 3가지 명사로 표현해보자.
3. 서로에게 한마디
4. 가장 그리울 것 같은 순간
5. 2G 여행 최고의 순간!
6. ~해서 미안해. ~해서 고마워.(이건 녹음했지롱. 후후)
7. 이런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사람 만나고 싶다


나눈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 빛나고 소중해서 다 주저리주저리 풀어놓고 싶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아 4번과 5번만 나눠보려고 한다.


가장 그리울 것 같은 순간

구교) 씨엠립 대박식당에서 먹었던 한국음식, 음식들의 가격, QT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공동체(여행팀), 캄보디아와 태국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어울린 것

수나이퍼) 카퍼떡러꺼뜨꺼, 야시장, '어꾼찌란'(감사합니다란 뜻), 꺼꽁의 해변, 코끼리 인형

소냥반) 카페떡러꺼뜨꺼, 꺼꽁 스노쿨링, 뚝뚝이, 느리지만 착한 2G 여행 자체, QT와 말씀 나눔

Hanna) 구교의 특유 몸짓과 끊임없는 노래, 소냥반의 엉거주춤 포즈(특히 스노쿨링 할 때), 수나이퍼의 칼 같은 끊기, 구교를 깨우기&잔소리, 밥 먹듯이 했던 가격 흥정, 카페떡러꺼뜨꺼, 자연스레(?) 나오던 캄보디아어, 같이 바다를 보며 찬양하던 순간, 이 네 명의 조합


여행 최고의 순간

구교) 꺼꽁 스노쿨링 때 물고기들과 함께 교감?

수나이퍼) 프놈펜 캠퍼스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만났던 시간: 떠나올 수 있었던 돈, 언어, 만날 수 있는 상황 모든 것이 감사했다.

소냥반) 태국 국경에서 씨엠립을 넘어가던 순간

Hanna) 마을에 들어가서 사랑하는 이들을 만났던 순간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단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 '함께함이 즐거운'시간을 마무리했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공항 노숙을 하기 위해 빈 의자를 찾아 가방을 메고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맡에 앉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과, 그 손을 계속 붙잡고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인생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머물렀던 자리는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테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을 테니 너무 아쉬워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점을 찍고

크게 후-하-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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