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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Oct 04. 2020

넘실대는 모든 것은 방향을 가진다.

진정한 '일부'를 찾아 '일부러'떠난 전북 진안 여행

#일부러 모인 사람들


광화문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목소리를 내어 사회를 바꾸는 ‘광장’으로 존재한다.

코로나도 두렵지 않다던 목소리는 광장을 뒤덮었고 그 넘실댐이 누군가에겐 혐오, 불안의 증폭이 되고 말았다. 일부의 모습이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상황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화가 왔다.

카톡으로 인생 대소사를 전하는 시대에 일부러 전화까지 한 것이라면 굉장히 급하거나 중요하거나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겠지 싶었다. (본인은 카톡보다 5배쯤 전화로 목소리 듣는 일을 선호함을 TMI로 밝히는 바이다. 참고하시라고:)

“전북에 같이 가지 않을래?”

“네? 갑자기?”

“그러니까…”

재밌고 의미 있는 일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는 삼박자에 진심인 나는 손쉽게 걸려들었고 온라인으로 첫 회를 마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팀 이름을 지어 회의록까지 정리해 공유했다.




#생명력으로 넘실대는 동네, 진안 '배넘실 마을'


각자의 휴가를 쓰고 서초의 산정현교회에 아침 일찍 모였다. 목적지인 전북 진안의 배넘실 교회와 마을을 오래도록 후원하고 있는 산정현 교회 김관선 목사님과 전도사님, 집사님과 함께 차에 올랐다.

일을 벌인 재원님과 목사님은 학교 수업에서 처음 만나 최근에 다시 연이 닿아 ‘해조아’라는 유튜브 채널을 같이 하고 있었고, 이번 배넘실 교회 방문 일정은 해조아에 올라갈 컨텐츠이기도 했다.
파마가 잘 된 인터뷰어와 무엇이든 잘 대답해주시던 인터뷰이님

내려가는 차 안의 시간도 허투루 흘려지지 않고 오가는 이야기들로 가득채워졌다. 목사님은 ‘일부’를 ‘1부’라는 단어로 다시 표현하셨다.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1부’, ‘메이저’는 최근에 보였던 그 ‘일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유명하지 않아도 세상을 움직이고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교회가 진정한 메이저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일부러 선물을 들고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곳이 지역을 섬기며 변화시킨 진짜 메이저라고 소개하셨다. 그 외에도 '삶으로 고백되는 사도신경'에 관한 이야기, 좋은 가치관으로 교육을 한 거창 고등학교 이야기 등 많은 대화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하나의 대화만 옮겨 보려고 한다.

준비해간 질문과 메모가 빼곡한 노트되시겠다-
은지 / 우리 안에 새로이 생겨야 할 건강한 ‘일부’의 모습이 있을까요 목사님?

김관선 목사님 / 우선은 성령 충만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종교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인을 키워야 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감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배넘실 마을 오두막 쉼터와, 바로 근처의 배넘실 교회

3시간이 훌쩍 지나 진안에 내렸을 때 마을 주민분들이 오두막 쉼터에 모여 계셨다. 목사님을 보자마자 주민분들이 보인 반응이 그들의 관계를 설명해주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두 손을 뻗어 ‘우리 목사님~’하면서 반기시는 얼굴들에 깊은 존경과 애정이 묻어났다. 배넘실 교회의 이춘식 목사님의 간단한 소개를 듣다가 밥때가 되어 그 귀하다는 쏘가리를 먹으러 갔다. (나는 입 짧은 초등학생으로서 뚝심 있게 돈가스를 시켜 먹었다고 한다..)

식사 중에도 열정 넘치시는 이춘식 목사님

식사하는 내내 이목사님은 산정현교회와 김관선 목사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실 누군가에게 잘 굽히지 않는 본인이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는 쪽이 갑이 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이치에도 소위 갑질이란 것을 하지 않고 ‘형제’로 지내는 두 교회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배넘실 교회는 이번 코로나로 산정현교회가 임대료 지원을 시작했을 때 함께 동참해서 대구 지역의 교회를 지원했다고 한다. 농촌의 작은 교회가 하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지만 흘려 받은 사랑을 고이지 않게 다시 흘러가게 한 것이다.

열띈(?) 식사를 마친 후 마을 주민분들에게 드리려 산정현 교회에서 준비해주신 선물을 열심히 날랐다. 그리고 이춘식 목사님과 성도분들의 안내로 교회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안 배넘실 교회. 농어촌 목회 학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교회 이름과 마을 이름이 '배넘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본디 '이름'이 존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인데, 교회 이름과 마을 이름이 ‘배넘실’로 바뀌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교회를 둘러싼 주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장관들도 왔다 간다는 지역의 유명한 식당이 된 '산들엄니밥상'

교회 옆에는 향토음식으로 운영하는 산들엄니밥상이 있었고, 뒤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어르신들을 위한 회관이 준비 중이었다.

팜스테이용으로 지어진 황토 주택

그 외에도 황토 찜질방까지 갖춘 팜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보지 못했지만, 늦여름과 가을 사이 '진안 배넘실 마을 해바라기'축제도 이춘식 목사님과 배넘실 교회 성도(현재는 마을 주민 분들, 마을의 70~80%분들이 배넘실 교회의 성도이기도 하다.)분들의 합작품이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사람, 한 교회로 시작된 변화가 마을과 지역에 생명을 주었다. 노아의 방주의 의미를 담은 배는 안팎으로 어우러져 필연적으로 넘쳐흘렀고 온 동네를 생명력 있게 할 수 있었다.




#넘실대는 모든 것은


넘실대는 모든 것은 곡선을 그린다. 직각으로 모나지 않고 파동을 만들며 흘러간다. 그러나 분명히  진행 '방향'을 갖는다.


산정현교회라는 한 교회가 지닌 사랑의 에너지가 오랜 세월 동안 그 안에 흔들림이 있을지라도 더 낮은 곳을 향해 가듯이 배넘실 교회가 지역을 살리고 키워내는 에너지 또한 안팎으로 넘실대고 있다.


일의 시작점, 서모씨는 언제나 촬영 중이다.

사진과 영상과 글 그리고 기도로 일부러 진안으로 향했던 이 청년들 또한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부단히 넘실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재원 / 손을 벌리러 갔지만 되려 그보다 큰 품에 안기고 온 느낌이에요. 자신들의 형편보다는, 받은 은혜를 아낌없이 흘려보내는 배넘실교회를 보고 나눔의 가치를 깨닫게된 것 같습니다.
황피디 / 사람이 좋고, 음식이 맛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진다. 더 할 나위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지도.
현경님 /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교회와 마을을 통해 확인   있었다. 서로를 견제하고 미워하는 요즘. 함께함의 아름다움을 일부가 아닌 모두가 나누길 바랍니다.


| photo by. Eunji

| 유튜브 채널 해조아: 배넘실 교회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GzCPFSnyxw&t=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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