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공간희희 d-day
드디어 공간희희를 오픈하는 D-Day가 밝았다.
8:30
늦잠을 자려고 했으나 결국 8:30쯤 눈을 떴다. 두 번째 공간을 여는 날의 아침이라니. 희망찬 뒤척임도 잠시, 200권의 책을 천호동에서 을지로로 옮길 생각에 살짝 겁이 났다. '오늘도 손목과 무릎에게 많이 미안하겠네. 너네가 고생이 많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일단 시작해 보자고 이불을 밖으로 나가 책이 담긴 공간 박스를 정리했다. 기쁨곡간을 정리하며 가지고 왔던 잡동사니도 챙겼다. 짐을 이동하기 위해 예약한 차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 책 200권이 담긴 공간박스 12개와, 다른 것들이 담긴 큰 가방 1개, 박스 2개를 더 건물 아래로 내려놔야 했었다. 박스 몇 개를 들어보니 이러다 다음 주 내내 앓는 소리를 할 것 같아서 대표님께 전화를 했다.
"희대표님, 도저히 안 되겠어. 우리 봉고차 사장님께 짐 같이 내려 주시는 것 요청하고 비용 더 드리자!"
13:00
엘레베이터가 없는 3층에서 짐을 내리느라 땀 범벅이 되어 차에 올랐다. 덜컹거리는 책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 남산타워가 보이는 한남동 고개를 넘었다. '이제 또 진짜 시작이구나.'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출근의 삶을 2년간 살아본 내가 다시 공간을 시작했단 것엔 이유가 있겠지. 이 정도면 공간 중독자 혹은 애호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혼자서도 아니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어느새 을지로 3가 한복판에 도착했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희대표님과 오늘도 천사로 나서 주신 아래층 바 사장님이 빨간 목장갑을 끼고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오예!
15:00
공간을 구성하며 가장 기다렸던 순간은 바로 책을 꼽는 시간이었다. 희대표의 책과 내 책들로 공간을 채우고, 몇몇을 골라 북 선반에 따로 꼽아 두었다. 명색이 큐레이션 북살롱답게 '이달의 희희 추천도서'를 해나갈 셈이다. 재고가 없는데 버젓이 상품을 올려놓아 몇 주를 애먹은 문제의 소파 대신(공간을 꾸리느라 무언가를 사다보면 이런 일로 콧바람 내뿜을 때가 있다.), 친절왕 기사님이 배송해 주신 안락한 페브릭 소파도 자리를 잡았다. 책에 손이 잘 닿는 곳, 거울을 통해 공간희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에 희희를 닮은 노오-란 소파가 있다.
그 외에도 희대표님이 공간희희에 통 크게 선물한 검정 냉장고와 나의 친애하는 현 직장 팀장님이 직원의 회사 밖 일을 마음껏 지지하며 선물한 네팔 그림도 자리를 잡고 희블리 언니가 야심 차게 주문한 창문 데코 스티커도 붙였다.
한 달 만에 텅텅 빈 공간이 희희스러워진 것을 보며 희대표님과 함께 노란 소파에 앉아 “우리 공간 너무 좋다!!!”를 몇 번씩이나 외쳤는지.
17:00
티믈리에로 거듭나고 있는 희블리 언니의 합류로 완전체가 되었다. 공간을 이끌어갈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각자 골라온 이야기들을 나누고 묵상하며 기뻐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공간희희의 문을 열었다. 아무리 정신 없고 바쁜 때라도 10가지의 이벤트를 잘 해내는 것보다 1시간 동안이라도 ‘우리는 누구이고,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어떤 마음과 캐도로 누구을 위해 할 것인가’를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희희 모두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을지로 맛집 탐방 중인 요즘, 근처의 김치찌개 집에서 회식도 했다. (희대표님은 을지로의 카페나, 굿즈샵, 맛집 등을 소개하는 컨텐츠를 올릴 것이라고 하는데!)
18:00
오픈 날을 잊지 않고 용인과 화정에서 반가운 친구들이 찾아왔다. 집에만 있어 심심하다면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사는 것 같은 한 친구는 정성 들여 만든 초와 엽서를 선물해 주었고, 또 다른 친구는 우리가 이 공간에 식물 들이는 것에 행복해하는지 어찌 알고 반들반들한 몬스테라를 입양시켜 주었다. 이름은 튼튼이로!
20:00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을 공간에 초대해 잔치를 벌이진 못하지만, 공간희희에 애정을 보내주시는 분들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오픈 기념 인스타 라방을 준비했다. "저 사람들 왜 이렇게 귀여워!"라는 친구의 외침 속에 컷팅식을 진행하고 케이크 초에 불도 껐다. 그리고는 라방을 위해 미리 받은 질문들에 답하며 간단한 오픈식을 치렀다.
받았던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희희는, 공간희희는 어떻게 그렇게 멋있나요?"였다. 질문이 아닌 감사한 칭찬에 가까운 말에 대표님은 대표답게 지혜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질문을 해주신 분이 저희를 멋지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멋진 분이 멋진 눈으로 보니 멋지게 보이는 것이죠! 그런 분들의 지지로 저희가 잘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희희도 늘 기쁘진 않고 늘 멋지진 않지만 그런 것들을 오래 가져가지 않고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으쌰 으쌰 하는 것이 저희의 멋진 부분 아닐까 생각해요!"
22:00
집에 돌아오는 길 잠시 오늘의 이야기를 떠올려봤다. 실제로 “진짜 멋있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 요즘이다. 어떤 부분을 그렇게 보아주시는지도, 부러워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기쁨’을 위해 오늘을 탕진 중인 희희를 멋지게 보아주는 그 마음들이 더 귀하고, 일부러 찾아와 축복의 말과 선물을 두고 가는 이들이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그저 중심으로부터 사랑하는 것, 힘들 때 더욱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기쁜 일에 아낌없이 기뻐하며 되도록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사랑하며 잘 지내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시간과 물질과 능력과 마음과 체력을 탕진해 보는 것이다. 우리의 30대가 가장 찬란할 수 있도록.
오늘도 희희 언니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격스러운 밤에 고되고도 기쁜 첫날을 기록. 나와 우리가 더 기쁜 오늘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