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지기의희희한인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쁨터뷰 Take 6.
#이혜빈
타고난 밝음, 선천적 낙천성이란 것은 존재할까. 우린 매일 기쁘고 매일 행복할 수 있을까. 해맑음이 루틴인 혜빈을 만났다. 비결을 좀 캐내봐야지. 흠흠
#해맑은혜빈에대하여
요즘 우리 자주 만나는 것 같지만 가장 최근의 이혜빈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 스스로를 소개할 때 자주 말하는 키워드는 ‘서해 바다’에요. 제가 느끼는 서해바다는 천천히 깊어지지만 결국 깊어지긴 하는 것인데 그런 면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수능 끝나고 산 일기장을 지금까지도 쓰고 있어요. 매일매일 썼으면 진작 채웠을 텐데, 5년 동안 용케 새 노트를 사지 않고 그 노트로 다시 돌아와 채워가고 있는 것이 게으른 부지런함이랄까? 하하. 천천히 도드라지진 않지만 꾸준하게 살려고 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닉네임은 ‘혜말그미’에요. 대학 때 친구들이 지어준 건데요, “혜빈이 세상엔 꽃밖에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제 눈엔 세상이 늘 아름답고 신이 나거든요.
저보다 해맑은 사람 찾기 쉽지 않았는데 여기 있었네요.(웃음) 혜빈님의 해맑음은 타고난 거예요? 아니면 후천적?
지금의 모습이 되기 위해 쌓인 무언가가 있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 같아요. 원래 부정적인 것이 둔하고 금방 잊는 편이에요. 좋으면 좋다, 제 감정에 솔직하고요.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쿨한 건데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거 같기도 해요. 저는 모든 순간에 진심인데, 가까운 사람들이 제 성향 때문에 상처 받거나 하면 속상할 때도 있죠.
사전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포용’을 꼽아주셨는데요, 그 가치가 지금의 혜빈님께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래는 변화라고 이야기해왔는데 포용으로 바뀌었어요. 인턴을 하면서 저 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과의 만나며 깨닫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가깝게는 제가 부모님과 잘 소통하지 못했던 면들도 보였고요. 우리 시대에 단절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세대 간에, 성별 간에, 사회적 위치 간에. 내가 상식이라 생각했던 무언가조차 어떤 줄을 맞추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 '나조차도 다른 이들과 많이 단절되어 있었구나' 싶었죠. 그래서 포용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
얼마 전엔 집에 혼자 있는데 밖에서 어떤 두 사람이 무섭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는 지금 이 순간과 공간이 너무 좋고 행복한데, 누군가에겐 끔찍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내가 기쁜 순간에도 내 주위에 괴로운 사람들이 있겠구나 생각하며 포용의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저는 포용이 변화를 만드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함께해야 변화가 시작되고 알아야 변화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고. 그러니 지금의 저는 변화를 지향해야 할 단계랄까요.
혜빈 간사님은 제가 27살 때 만난 것 같은데, 지금의 제 모습은 어때요? 그때랑 변화가 있었나요?
얼마 못 만나고 제가 출국을 했으니 그때의 간사님에(=쁨지기)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만두신다고 했을 때 ‘아 의지할 곳 하나가 사라졌다,’는 마음에 아쉬웠어요. 돌아와서는 제 마음에 조용히 품고 있는 롤모델이에요!
네? 하하하하;; 그 말은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돼요.
기쁨곡간하시는걸 보면 제가 ‘이거 해야지, 저것도 해봐야지.’ 말만 하며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쁨지기님이 이미 다 하고 계신 거예요! 보통 롤모델이라 하며 위인전 같은 먼 곳에서 찾는데 저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내가 꿈꾸던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 내가 하려는 게 허황된 게 아니구나’하고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지인들에게도 간간히 소개했어요. 이 사람 봐라, 내 롤모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저는 공간희희를 새로 오픈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고 틈틈이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하면 너무 기쁜 일들인데 꾸준하기란 늘 어려워요. (그래서 희의를 통해 '희피리의 건강한 루틴 클럽'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운영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저는 의지가 약한 편이라 돈과 사람을 써요. 혼자 하면 지속도 안되고 조금만 하기 싫으면 안 해버리니까 학원을 등록해 돈을 쓰는 편이죠. 이 프랑스어 학습지도 하고 있고. 친구들과 같이 모임을 만들어 글을 써서 책도 냈어요.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는 하고 싶은 많은 것들 중 진짜 하고 싶은 몇 개를 남기고 쳐내는 작업을 합니다.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또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이죠. 그중 가장 하고 싶은걸 고르는 혜빈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마음의 정도라기보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보이는 것들 중 현실적으로 내가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해요. 이 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르는 것은 더 어렵거든요.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상황상 미뤄둔 00이 있다면?
서핑이요!
이런, 제가 또 먼저 하고 와버렸네요.
맞아요 인스타 보면서 또 소름이 돋았잖아요. 먼저 했네 또. 저도 이번 여름에 꼭 가려고요. 7월에 포항에서!
#우리의기쁨그리고슬픔
네이티브 해맑음이 혜빈! 주변에 혹 무언가 힘들어하거나 슬퍼하는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친구들이 저에게 힘든 이야기를해도 제가 그 감정에 깊이 빠지진 않아요. 섣불리 "나도 그래", "나도 그랬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주로 들어주고 그 자리에 같이 있어주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 네 마음 알아’라며 손을 내미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선천적으로 낙천적이라 힘든 감정에 엄청 잘 공감하진 못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기쁨과 슬픔은 대조적으로 보이는 단어지만, 두 개가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느껴요. 슬픔이 배제된 기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돌아보고, 결국 기쁨을 향해가지 못하는 슬픔이 우리를 얼마나 침식시킬 수 있는지 경계하죠. 그래서 북클럽이나 여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우리가 더 함께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일들, 그래야 할 삶의 모양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요?’ 곡간북클럽 이번 시즌을 하고 나서 슬픔의 끝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어요. 모른 척 지나고 싶은 모습들도 많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알아갈수록 모르던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 사회적 슬픔, 구조적 슬픔, 개인의 슬픔의 영역이 함께 할 때 기쁨으로 바뀌어갈 때 큰 기쁨인 거 같아요.
회복이 일어날 때인 거죠. 현재 나의 기쁨도 분명 중요하지만 현재 기쁘기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기뻐하기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을 유지하는 것에 민감하려고 노력해요. 그냥 두면 무뎌지기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함께 기뻐하기 위해, 그중에서도 혜빈님이 말한 우리와 다른 나이 때의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어머니, 아버지랑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제 언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어요. 최근 어머니께 ‘공익섹터 언론’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설명했는데 어머니가 잘 이해를 못하시고 “어렵다.”라고 이야기하시는데 너무 나에게 익숙한 언어로만 설명했구나 싶었어요. 서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방법이 조금 더 치밀해지고 따뜻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한테는 당연한 단어들이라 습관적으로 나올 때가 있죠. 대화하고자 하는 서로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단어로 치환하는 것이 소통의 능력인 거 같아요. 언어 개발이 더 필요해요. 세대 간에 공감할 세대를 분리시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요. ‘세대’도 그런 단어일까요?
내게 당연한 거를 다른 사람이 “왜 모르지?”이러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민망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배려도 지능이랄까. 모를 수도 있으면 그걸 미리 예측하고 풀어써주는 것. 저는 그래서 쉽게 쓴 칼럼을 좋아해요. 너무 전문 용어로만 풀어낸 것보다 이해도 되고 와닿아요.
요즘 너무 바빠서 놓친 기쁨이 있을까요?
저는 잘 누린 것 같아요. 이 순간이 모자랄 것 없이 즐거워요. 그런데 중간중간 이게 지속 가능하지 못한 기쁨일까 봐 기쁨이 깨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죠.
서른의 이혜빈에게 기쁨에 대해 남겨둘 말이 있다면?
현실적인 것들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너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해야 되는 것들에 억눌려 살기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것들로 채워갈 수 있는 혜빈이어라! 5년 동안 훈련했으니 서른 살엔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믿어줄 사람은 나니까요.
#쁨터뷰에관하여
쁨터뷰를 신청하셨던 분들 중에 스스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시작은 ‘제가 인터뷰해도 되나요?’라고 수줍게 이야기 하시지만…. 혜빈님은 어떤분께 쁨터뷰를 하라고 추천하고 싶나요?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이나 내 이야기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서 망설이는 것 아닐까요? 사실 내 이야기도 하고 싶고 나를 좋아하는데 나를 잘 포장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거죠. 포장지가 좀 별로이진 않을까. 그런데 쁨터뷰는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정성을 들여 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다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사실 남의 시선으로 보면 별거 아닌데 그럴듯해 보이잖아요.
제 눈엔 정말로 다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인걸요. 쁨터뷰를 할 때마다(물론 녹취를 풀 때는 조금 귀찮아 병이 오지만) 참 기쁘고 벅차요.
사실 이 인터뷰를 신청한 것도 저도 인터뷰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는데, 잘하려면 잘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 이란건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읽을만하게 포장하는 것이 어려우니, 누군가의 시선으로 필터링 걸쳐 나오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저한테, 쁨터뷰에 하고 싶은 말, 궁금했던 것!
제가 보기에 참 많은 것을 하고 계시는데, 그 많은 것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허허 이렇게 또 역 인터뷰 시작이군요. 저는 에너지 총량 자체가 많은 사람인 것 같긴한데, 균형있는 분배는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나도 건강히 살아가고 다른 이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지 밸런스를 찾는 과정의 연속이죠. 때에 따라 마음과 시간을 쓰는 비중을 바꿔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6년째 하고 있는 커뮤니티인 '작말모’에 올해 초 2달간 방학을 선언했는데, 쉬겠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고,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이 될 만큼 성장했거든요. 그런데 북클럽은 매번 새로운 분들을 만나니, 매일 연락하며 관계를 쌓아야 책이라는 매개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때에 따라, 멤버들의 니즈와 관계성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커뮤니티가 존재할지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과 서로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커뮤니티를 하려는 사람은 마음과 영의 꾸준한 근력관리가 필요하죠. 양치하는 것도 어렸을 땐 싫었는데 결국 하게 되잖아요? 마음과 영혼을 단단하고 풍성하게 하는 부분도 루틴으로 다져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생존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더욱 사랑하며 잘 살 수 있도록.
오늘의 쁨터뷰는 어떠셨는지?
올 때 조금 긴장했다고 했잖아요. 뭔가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이번에 글 쓰실 때 힘들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그런데 친구랑 카페 가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부담되지 않고 신나게 이야기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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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터뷰로 그대의 기쁨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인터뷰 신청을 해주세요:)
insta. @soso_rej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