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쁨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n 29. 2021

타고난 '해맑음'은 포용을 위한 변화에서<쁨터뷰>

기쁨지기의희희한인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쁨터뷰 Take 6.
#이혜빈

타고난 밝음, 선천적 낙천성이란 것은 존재할까. 우린 매일 기쁘고 매일 행복할 수 있을까. 해맑음이 루틴인 혜빈을 만났다. 비결을 좀 캐내봐야지. 흠흠

#해맑은혜빈에대하여

해말그미 혜빈.

요즘 우리 자주 만나는 것 같지만 가장 최근의 이혜빈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 스스로를 소개할 때 자주 말하는 키워드는 ‘서해 바다’에요. 제가 느끼는 서해바다는 천천히 깊어지지만 결국 깊어지긴 하는 것인데 그런 면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수능 끝나고 산 일기장을 지금까지도 쓰고 있어요. 매일매일 썼으면 진작 채웠을 텐데, 5년 동안 용케 새 노트를 사지 않고 그 노트로 다시 돌아와 채워가고 있는 것이 게으른 부지런함이랄까? 하하. 천천히 도드라지진 않지만 꾸준하게 살려고 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닉네임은 ‘혜말그미’에요. 대학 때 친구들이 지어준 건데요, “혜빈이 세상엔 꽃밖에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제 눈엔 세상이 늘 아름답고 신이 나거든요.
 
저보다 해맑은 사람 찾기 쉽지 않았는데 여기 있었네요.(웃음) 혜빈님의 해맑음은 타고난 거예요? 아니면 후천적?
 지금의 모습이 되기 위해 쌓인 무언가가 있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 같아요. 원래 부정적인 것이 둔하고 금방 잊는 편이에요. 좋으면 좋다, 제 감정에 솔직하고요.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쿨한 건데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거 같기도 해요. 저는 모든 순간에 진심인데, 가까운 사람들이 제 성향 때문에 상처 받거나 하면 속상할 때도 있죠.


사전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포용’을 꼽아주셨는데요, 그 가치가 지금의 혜빈님께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래는 변화라고 이야기해왔는데 포용으로 바뀌었어요. 인턴을 하면서 저 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과의 만나며 깨닫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가깝게는 제가 부모님과 잘 소통하지 못했던 면들도 보였고요. 우리 시대에 단절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세대 간에, 성별 간에, 사회적 위치 간에. 내가 상식이라 생각했던 무언가조차 어떤 줄을 맞추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 '나조차도 다른 이들과 많이 단절되어 있었구나' 싶었죠. 그래서 포용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

 
 얼마 전엔 집에 혼자 있는데 밖에서 어떤 두 사람이 무섭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는 지금 이 순간과 공간이 너무 좋고 행복한데, 누군가에겐 끔찍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내가 기쁜 순간에도 내 주위에 괴로운 사람들이 있겠구나 생각하며 포용의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저는 포용이 변화를 만드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함께해야 변화가 시작되고 알아야 변화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고. 그러니 지금의 저는 변화를 지향해야 할 단계랄까요.


혜빈 간사님은 제가 27살 때 만난 것 같은데, 지금의 제 모습은 어때요? 그때랑 변화가 있었나요?
 얼마 못 만나고 제가 출국을 했으니 그때의 간사님에(=쁨지기)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만두신다고 했을 때 ‘아 의지할 곳 하나가 사라졌다,’는 마음에 아쉬웠어요. 돌아와서는 제 마음에 조용히 품고 있는 롤모델이에요!
 
 네? 하하하하;; 그 말은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돼요.
 기쁨곡간하시는걸 보면 제가 ‘이거 해야지, 저것도 해봐야지.’ 말만 하며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쁨지기님이 이미 다 하고 계신 거예요! 보통 롤모델이라 하며 위인전 같은 먼 곳에서 찾는데 저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내가 꿈꾸던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 내가 하려는 게 허황된 게 아니구나’하고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지인들에게도 간간히 소개했어요. 이 사람 봐라, 내 롤모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저는 공간희희를 새로 오픈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고 틈틈이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하면 너무 기쁜 일들인데 꾸준하기란 늘 어려워요.
(그래서 희의를 통해 '희피리의 건강한 루틴 클럽'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운영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저는 의지가 약한 편이라 돈과 사람을 써요. 혼자 하면 지속도 안되고 조금만 하기 싫으면 안 해버리니까 학원을 등록해 돈을 쓰는 편이죠. 이 프랑스어 학습지도 하고 있고. 친구들과 같이 모임을 만들어 글을 써서 책도 냈어요.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는 하고 싶은 많은 것들 중 진짜 하고 싶은 몇 개를 남기고 쳐내는 작업을 합니다.

혜빈님이 친구들과 함께 출판한 책. <졸업하고 뭐 할 거냐고 묻지 마세요> 제목이 참 와닿는다.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또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이죠. 그중 가장 하고 싶은걸 고르는 혜빈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마음의 정도라기보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보이는 것들 중 현실적으로 내가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해요. 이 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르는 것은 더 어렵거든요.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상황상 미뤄둔 00이 있다면?
 서핑이요!
 
 이런, 제가 또 먼저 하고 와버렸네요.

  맞아요 인스타 보면서 또 소름이 돋았잖아요. 먼저 했네 또. 저도 이번 여름에 꼭 가려고요. 7월에 포항에서!



#우리의기쁨그리고슬픔


네이티브 해맑음이 혜빈! 주변에 혹 무언가 힘들어하거나 슬퍼하는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친구들이 저에게 힘든 이야기를해도 제가 그 감정에 깊이 빠지진 않아요. 섣불리 "나도 그래", "나도 그랬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주로 들어주고 그 자리에 같이 있어주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 네 마음 알아’라며 손을 내미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선천적으로 낙천적이라 힘든 감정에 엄청 잘 공감하진 못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기쁨과 슬픔은 대조적으로 보이는 단어지만, 두 개가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느껴요. 슬픔이 배제된 기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돌아보고, 결국 기쁨을 향해가지 못하는 슬픔이 우리를 얼마나 침식시킬 수 있는지 경계하죠. 그래서 북클럽이나 여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우리가 더 함께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일들, 그래야 할 삶의 모양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요?’ 곡간북클럽 이번 시즌을 하고 나서 슬픔의 끝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어요. 모른 척 지나고 싶은 모습들도 많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알아갈수록 모르던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 사회적 슬픔, 구조적 슬픔, 개인의 슬픔의 영역이 함께 할 때 기쁨으로 바뀌어갈 때 큰 기쁨인 거 같아요.

회복이 일어날 때인 거죠. 현재 나의 기쁨도 분명 중요하지만 현재 기쁘기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기뻐하기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을 유지하는 것에 민감하려고 노력해요. 그냥 두면 무뎌지기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함께 기뻐하기 위해, 그중에서도 혜빈님이 말한 우리와 다른 나이 때의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어머니, 아버지랑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제 언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어요. 최근 어머니께 ‘공익섹터 언론’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설명했는데 어머니가 잘 이해를 못하시고 “어렵다.”라고 이야기하시는데 너무 나에게 익숙한 언어로만 설명했구나 싶었어요. 서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방법이 조금 더 치밀해지고 따뜻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한테는 당연한 단어들이라 습관적으로 나올 때가 있죠. 대화하고자 하는 서로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단어로 치환하는 것이 소통의 능력인 거 같아요. 언어 개발이 더 필요해요. 세대 간에 공감할 세대를 분리시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요. ‘세대’도 그런 단어일까요?

 내게 당연한 거를 다른 사람이 “왜 모르지?”이러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민망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배려도 지능이랄까. 모를 수도 있으면 그걸 미리 예측하고 풀어써주는 것. 저는 그래서 쉽게 쓴 칼럼을 좋아해요. 너무 전문 용어로만 풀어낸 것보다 이해도 되고 와닿아요.


요즘 너무 바빠서 놓친 기쁨이 있을까요?
 저는 잘 누린 것 같아요. 이 순간이 모자랄 것 없이 즐거워요. 그런데 중간중간 이게 지속 가능하지 못한 기쁨일까 봐 기쁨이 깨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죠.
 
서른의 이혜빈에게 기쁨에 대해 남겨둘 말이 있다면?

서른에도, 마흔에도, 언제나 해맑을 혜말그미에게 축복을!

현실적인 것들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너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해야 되는 것들에 억눌려 살기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것들로 채워갈 수 있는 혜빈이어라! 5년 동안 훈련했으니 서른 살엔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믿어줄 사람은 나니까요.
 

#쁨터뷰에관하여

쁨터뷰를 신청하셨던 분들 중에 스스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시작은 ‘제가 인터뷰해도 되나요?’라고 수줍게 이야기 하시지만….  혜빈님은 어떤분께 쁨터뷰를 하라고 추천하고 싶나요?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이나 내 이야기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서 망설이는 것 아닐까요? 사실 내 이야기도 하고 싶고 나를 좋아하는데 나를 잘 포장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거죠. 포장지가 좀 별로이진 않을까. 그런데 쁨터뷰는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정성을 들여 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다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사실 남의 시선으로 보면 별거 아닌데 그럴듯해 보이잖아요.

제 눈엔 정말로 다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인걸요. 쁨터뷰를 할 때마다(물론 녹취를 풀 때는 조금 귀찮아 병이 오지만) 참 기쁘고 벅차요.

 사실 이 인터뷰를 신청한 것도 저도 인터뷰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는데, 잘하려면 잘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 이란건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읽을만하게 포장하는 것이 어려우니, 누군가의 시선으로 필터링 걸쳐 나오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저한테, 쁨터뷰에 하고 싶은 말, 궁금했던 것!

 제가 보기에 참 많은 것을 하고 계시는데, 그 많은 것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허허 이렇게 또 역 인터뷰 시작이군요. 저는 에너지 총량 자체가 많은 사람인 것 같긴한데, 균형있는 분배는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나도 건강히 살아가고 다른 이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지 밸런스를 찾는 과정의 연속이죠. 때에 따라 마음과 시간을 쓰는 비중을 바꿔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6년째 하고 있는 커뮤니티인 '작말모’에 올해 초 2달간 방학을 선언했는데, 쉬겠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고,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이 될 만큼 성장했거든요. 그런데 북클럽은 매번 새로운 분들을 만나니, 매일 연락하며 관계를 쌓아야 책이라는 매개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때에 따라, 멤버들의 니즈와 관계성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커뮤니티가 존재할지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과 서로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커뮤니티를 하려는 사람은 마음과 영의 꾸준한 근력관리가 필요하죠. 양치하는 것도 어렸을 땐 싫었는데 결국 하게 되잖아요? 마음과 영혼을 단단하고 풍성하게 하는 부분도 루틴으로 다져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생존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더욱 사랑하며 잘 살 수 있도록.


오늘의 쁨터뷰는 어떠셨는지?
   조금 긴장했다고 했잖아요. 뭔가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같고. 이번에  쓰실  힘들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그런데 친구랑 카페 가서 떠드는  같은 느낌이었어요. 부담되지 않고 신나게 이야기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네요!

-

*쁨터뷰로 그대의 기쁨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인터뷰 신청을 해주세요:)

insta. @soso_rejoice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 사진작가가 된 21학번 법학도입니다 <쁨터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