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쁨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Aug 04. 2021

천천히, 그럼에도 반드시 나를 발견해 가는 사람

기쁨지기의 희희한 인터뷰 <쁨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쁨터뷰 Take 7.
#김윤아


 윤아님은 스스로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윤아님은 그녀의 말처럼 천천히 가는 사람, 그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을 발견해 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저 몇 가지 질문을 곁들였을 뿐. 각 잡은 인터뷰라기 보단, 동네 언니 동생의 대화 같았던 윤아님과의 시간의 기록.


윤아의 V

안녕하세요 윤아님, 우리 초면이에요:) 윤아님 본인이 생각하는 ‘윤아’는 어떤 사람이에요? 
 느리게 걷는 사람인 것 같아요. 평범하게 교육을 받고 대학교를 졸업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한 길을 가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아직까지도 방향성을 찾고 있는 저를 보면 천천히, 천천히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천히 간다’는 표현이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에겐 조금 부정적인 말이었어요. 한동안은 조급함을 느끼고 답답해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지금 저와 같은 삶의 모양도 나름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오호! 반가운 말이네요:)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나요? 
 취업준비를 하며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러다 한바탕 울었던 날이 있어요. 제게도 그런 날이 오더라고요. 처음으로 속 시원~히 울며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고 나니까 예전에 누가 저한테 ‘넌 무궁화호 같다’고 말해 주셨던 것이 떠올랐어요. 남들과 비교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그래. 느리게도 갈 수 있지. 이제 이걸 조금 더 좋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울음을 마음껏 쏟아낸 시간이 비워내는 과정이었나 보네요. 예전에 심겼던 말의 씨앗이 지금 알맞은 의미로 피어날 자리가 생긴 것을 보니.

저는 오늘 하루 일하는 동료와 함께 회사 뒤 텃밭에서 잠깐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답니다:) 오늘 하루 윤아님이 기뻤던 순간, 좋았던 순간이 있었나요? 
 최근에 복싱을 시작했는데요,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돼서 너무너무 행복해요. 운동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더라고요. 오늘 여기 오기 전에도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서 제가 읽고 있는 책을 한 권을 더 샀어요. <침묵>이라는 책인데 읽고 나면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다고 추천을 받았었거든요. 저도 절반 정도 읽다 보니 정말로 이 책은 누군가와 읽고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쁨지기님께 드려요!(급 책 전달식)

아니… 이런 책 선물을!! 그래도 오늘 하루에 좋았던 순간이 있다고 하시니 기쁘네요. 매일 같은 하루에 그런 순간이 확실히 있다는 게 감사한 것 같아요.

신청서에서 작년 한 해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는 말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상반기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4월에 신청하셨는데 7월에 뵙게 되었다 보니.. 허허. 

 저는 '기자'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선한 일에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하게 됐고, 요즘은 매일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보면서 공부하고 열심히 글 쓰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일상 속에도 업다운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매일매일 공부하는 상황이 재밌기도 하지만 결과를 기대하게 되다 보니 잘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한달까요.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힘든 부분도 많고 그럼에도 좋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막연함’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이 직업을 정말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도 있고 ‘정말 될까? 나도 될 까?’라는 생각에 숨이 탁 막히는 때가 있어요. 그런데 좋게 생각하면 꼭 기자라는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이런 공부를 하며 사회를 더 잘 알아가게 돼서 도움이 되는 면도 많거든요. 예전보다 더 넓은 시야로 컨텐츠를 접하게 되기도 하고요. 좋은 영양분이 쌓이는 시기인 거죠.

제가 아까 밥을 먹으면서 질문 폭격을 했었죠.(웃음)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그 이유가 뭔지, 그걸 통해 이루고 싶은 가치가 뭔지요.
 저는 보통 직업 자체에 목표를 두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크다 보니 제가 지향하고 싶은 가치가 분명히 있음에도, 직업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각하게 되고 결국 ‘무슨’, ‘직업’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 같아요.

(빙그레-인자한-동네 언니의 웃음) 정말, 무직으로 우리의 가치를 실행할 방법이란 없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지기님과 대화하다 보니 제가 그런 면에선 조금 소극적이었단 생각도 드네요.

저는 ‘직업’이 제 ‘가치’가 되도록 가만 두지 않아요!(웃음) 내가 그것을 이뤄내지 못했을 때 좌절감이 너무 크다면, ‘본질(가치)을 담아내려 했던 그릇(직업)이 내 안에 주인이 되어버렸구나’ 깨달음을 얻습니다 후후.


이전의 쁨터뷰 글을 보셨다고 하셨는데 기억이 남는 분이 있나요?  

 사진 찍는 법학도분?(*쁨터뷰 5번째, 유정민님) 사람이 꼭 한길로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평생 한 길만 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적인 것일 수 도 있겠다 싶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해나가는 게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 늘 신기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갖지 못한, 그러나 갖고 싶은 면을 누군가에게서 발견할 땐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속상할 때도 있죠. ‘나는 왜 그런 모양의 사람이 아닐까, 왜 나는 잘 못 찾아가는 것 같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저와 다른 삶의 모양을 보게 되는 기회가 정말 감사한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전혀 모르고 살 수도 있으니까요.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을 더 잘 찾아봐야지!’하는 다짐을 하기도 해요.


윤아님은 뭘 좋아하세요?

 사람들이 종종 “쉴 때 뭐해? 취미가 뭐해? 뭐 좋아해?”라고 물으면 지난 25년간 딱히 말할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찾고 있어요.


찾으려고 하는 것, 찾아야만 되는 것 같은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 나 이거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것 있는데. 왜 막상 물어볼 때는 없다고 말하게 될까?’ 이럴 때가 더 많아요.


맞아요. 살아오면서 좋아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시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가 쓴 동시를 누군가가 칭찬해 주면 신이 나서 더 썼던 것 같은데, 윤아님은 어렸을 땐 뭘 좋아하셨나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있는 책은 다 읽어 버리겠단 생각이 있었어요. 사서 선생님이 할아버지셨는데, 도서관에서 저를 자주 보니까 나중에는 도서관 일을 시키시더라고요. 직접 상도 만들어서 주셨어요. 그렇게 책을 좋아했는데, 딱 고3이 되니까 책을 읽는 기쁨을 잃어버렸죠.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그 시간에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고 혼나잖아요. 그리고 공대에 진학하고 나서 책을 읽는 것과는 더 멀어졌어요. 최근에야 책 읽는 기쁨이 좀 다시 회복되고 있는데, 지기님 덕분이에요!

(으엥?)

 지기님이 인스타 스토리에 책 읽는 법에 대해 올린 글을 보고, ‘내가 왜 지하철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을까?’ 싶었어요. 저도 그 시간에 책을 봐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잘 읽히는 거예요. 기쁘고 감사하더라고요. 집에 와서도 읽던 책을 더 보게 되고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찾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버팀도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버팀의 시간을 자꾸 뒤흔드는 것이 있죠. 비교!

 SNS를 쓰면서 누군가와 스스로를 비교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는 일부러 몇 주, 몇 달 아예 안 보고 끊기도 하는데 그러다 다시 돌아오면 원점인 거예요. 그럴 때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비교의식은 우리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 같아요.


윤아님이 생각하기에 윤아님의 진짜 정체성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도 때에 따라 변해왔지만, 변하지 않는 절댓값 하나는 있어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니 그분의 가치를 이 땅에 전하는 메신저•

 질문이 쉽진 않지만 그런 본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조금 느리더라도 바르게 갈 수 있게 하는 방법 같네요.


 나는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낙담하거나 기쁨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기쁨이 사라진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와 기쁘다 행복하다!’ 하는 때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웃음 짓는 순간들이 있어요. 마음이 평온해지는 순간 같은? 그런 순간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면 되찾기도 쉬울 것 같아요. 다만 제 성향상 기쁨을 다시 되찾으려고 굳이 굳이 노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웃음)


‘기쁨’이란 말은 윤아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기쁘다는 말은 너무 좋은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된 것 같아요. 하나님은 저희가 기쁘게 살아가길 원하시는데 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기쁘게 살기란 쉽지 않아요. 또 세상 탓 만은 아니고요. 하나님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 기쁘다는 단어가 자꾸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멀고 큰 것으로만 느끼게 돼요. 그래서 ‘기쁨’이라는 말이 익숙해지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발전 같아요.  


요즘 윤아님의 기쁨은?

 운동을 하는 성취감이 제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요. 땀 흘린 제 모습을 보며 ‘나 조금 멋있는 거 같은데?’ 생각하기도 해요.(웃음) 지금까지는 자존감이란 다른 사람이 채워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는 이 사람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라고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이제는 저를 지으신 분으로부터 채워지는 것과 제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존에 집중하고 싶어요.

•자존: 自存 자기의 존재

•자존: 自尊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


 자존을 건강히 세워가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언어’를 바꾸는 일 같아요. 정해진 단어가 나를 설명하는데 부적절하거나 부족하다면 다른 단어를 찾아내는 거죠. 없으면 만들거나. 저는 글을 쓰는 윤아님이 언어를 개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욱 아름답게! 그대답게!


윤아님의 쁨터뷰는 어떻게 실릴걸 같나요?

 보시는 분들이 답답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아직 스스로에 대해 정리하고 있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인터뷰를 해보니 제가 너무 갇혀 있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요? 제가 느끼기엔 잘 대답해 주신 것 같은데요. 윤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방향들이 분명히 있고요.

 말하면서 생각의 한계를 두고 있다고 느낀 것이 많았는데…. 어떻게 하면 생각의 한계를 깰 수 있나요 지기님?!


(이렇게 또 역터뷰를..) 저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좋은 레퍼런스가 필요한 것처럼, 삶도 좋은 레퍼런스가 필요한 거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울고 웃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아, 이런 방식, 모양, 속도로도 살 수 있구나.’ 배우게 돼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타고난 에너지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에서 지경을 넓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너는 항상 피곤하고 힘이 없는데 항상 바쁘다.”라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되돌아보면 크게 무언가에서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 안에서 뭐라도 하려고 애쓰는 게 제 최대 에너지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운동도 하면서 에너지 자체를 더 키워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에너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변화의 시작엔 늘 용기가 필요하죠. 윤아님이 제게 용기를 내어 연락해 주신 것처럼!  

 거의 곡간 마무리하실 때부터 지기님을 알게 되었는데 ‘연락드리면 당황하시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래도 용기 내길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지금.


 미래까진 아니더라도, 내일부터의 윤아님은 어떤 존재이고 싶나요?

 작은걸 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항상 멀리 있는 큰 것, 최종적으로 될 직업? 이런 것만 생각했던 거 같은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일 문득 하고 싶은 것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고 싶네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래서 내일은 뭐 하실 건가요?!!

 내일은 스콘을 만들고 싶어요. 스스로 뚝딱뚝딱 만들어 보는 시간!

윤아님이 다음 날 보내주신 스콘 사진!!! 진짜 만들었다!

자, 이제 정말 마지막! 오늘의 쁨터뷰이 윤아가 다음 쁨터뷰이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
 쁨터뷰는 내가 나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기님이 이끌어주시는 대화로 풍덩 빠지셔서 더 솔직하고 자유롭게  자신과 대화하는 기쁨을 누려 보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쁨이 가득함을 느끼실 거예요!

굿바이- 사랑스러운 윤아님

/

*쁨터뷰로 그대의 기쁨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인터뷰 신청을 해주세요:)

insta. @soso_rejoice


매거진의 이전글 타고난 '해맑음'은 포용을 위한 변화에서<쁨터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