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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Nov 29. 2021

읽고 쓰는 일로 다정을 나누는 사람

기쁨지기의 희희한 인터뷰 <쁨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쁨터뷰 Take 10.
#장서윤


서른의 초입, 인스타그램에서 서윤의 글을 읽고 홀린 듯 DM을 보냈다. 이전에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희한한 일이다. 몇 문단 되지 않은 짧은 글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위로와 힘을 받았다.


무언가를 읽고 쓰는 일. 그만큼 다정하고 수고스러운 일이 있을까. 행간에 담긴 누군가의 삶을 충분히 들여다보아야 한 줄을 읽어 내려갈 수 있고, 자신의 균열을 견뎌내야 비로소 아름다운 몇 마디를 쓸 수 있다. 내가 그의 글에 이끌렸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잘 읽고, 잘 쓰는 사람. 서윤

서윤님의 글을 보고 제가 무엇에 홀린 듯이 DM을 보냈죠. 그게 벌써 올해 1월이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보통 서른부터 치열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비교적 여유로운 서른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른을 좋아하는 장서윤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원래는 경제지 기자를 했고 지금은 쉬고 있어요.

'건남', 건강한 남자들의 모임 중인 서윤

쉬고 있다고 하기엔 부지런히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영상 필진도 하고 계시고, ‘아웃오브보트’ 편집장도 하고, '건강한 남자들의 모임'도 운영하고요.

맞아요. 그런데 제가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나 봐요. 프리랜서로 협업을 하다 보니 제가 한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에 따라 수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때론 받은 피드백이 너무 좋아서 그에 따라 수정한 글이 온전한 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도와줬다는 느낌이에요.


요즘은 1개의 회사에 소속되어 일 하지 않고 본인의 시간과 능력, 자본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인디펜던트 워커’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런 일의 방식은 장단점이 있어요. 출퇴근 개념이 없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 좋아요. 기자 생활을 할 때는 빠듯한 당일 마감에 쫓길 때가 많았거든요. 단점이라면 유연성이 큰만큼 안정적인 느낌이 없다는 것이죠. 지금은 제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계속 일이 들어올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회사는 제한성 안에서의 자유로움이 있지만 지금 제가 일 하는 방식에서는 일이 주어지는 횟수, 분량, 마감 기한 등이 매번 달라질 수 있어요. 하고 싶은 대로 개인 일정을 미리 잡아 놓으면 일이 들어왔을 때 버거워질 수 있어요. 무언가 맺고 끊는 것, 일과 일상의 On Off가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 어려워요.


서윤은 언제 어디서나, 서윤의 능력으로 일할 수 있다.

원래도 글 쓰는 일을 좋아했나요?

저는 무언가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그래서 국어국문과도 갔어요.) 요즘은 읽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원래는 쓰는 것을 훨씬 좋아했어요. 그런데 기자 생활을 하며 몰아치듯 글을 써야 했다 보니, 이제는 제 주관이 들어간 글을 잘 못쓰게 된 것 같아요. 평가나 판단이 있는 글이 어려워지고 사실이 확실한 글이 편해졌죠. 제가 A라고 쓴 글이 어떤 사람에겐 B라고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이 쉽지 않은 것 샅아요.!예전엔 겁이 별로 없었는데(웃음)


서윤에게 영향을 준 글이 궁금하네요.
한참 실존주의에 빠져서 사르트르  책을 좋아했어요. 내가 ‘실존’한다면,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어느 책에서 발견한 ‘값진 낭비’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서 나의 시간과 돈, 능력,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값진 낭비’라니! 때론 이렇게 대비되는 단어가 붙어있을 때 말이 주는 의미가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서윤은 무엇에 값진 낭비를 하고 있나요?
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키워드는 ‘외로움’이에요. 주변을 둘러보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집에서 골골대기도 해요. 체력이 좋지는 않아서요.(웃음) 어머니께서는 "그럴 거면 집에서 그냥 쉬지 그러냐." 걱정을 하기도 하시지만, 모르겠어요. 그래도 만나야지, 또 만나야지 그런 마음이 자꾸 들어요.

얼마 전 북클럽에서 읽은 책 <사랑의 기술>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죠. 성숙한 사랑을 하는 존재는 용기 있고, 성실하고, 실천하는 자이며, 무언가에 계속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서윤은 성숙한 사랑의 실천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힘써 사용하고 있네요.(박수 박수)


요즘은 특별히 어떤 이들의 외로움이 눈에 들어오던가요.

믿어주는 사람, 좋은 어른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도 마음이 가고요. 최근엔 노숙인 분들께도 시선이 갔어요. 노숙을 하는 원인에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무기력과 깊은 외로움이 함께 작용하는 것 같아요. 돈을 벌고 부자 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목표가 뚜렷한 사회에서는 평균과 비평균, 정상과 비정상이 계속 나뉘게 돼요. 하지만 누구나 기준에 따라 비평균, 비정상에 속할 수 있거든요. 언제든 외로워질 수 있는 거죠. 


누구나 외로울 수 있는 사회,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필요할까요?

곁에서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해도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 예전에 쁨지기가 저에게 ‘서윤은 누가 만나자고 하면 다 만나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저는 그런 쉬운 사람이고 싶어요. 항상 나무 같이 그 자리에 있어서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누군가 만나자고 했을 때 ‘나 좀 바빠’ 이런 모습을 보이면 만나자고 말하기 점점 어려워지잖아요. 저는 언제 불러도 나오는 서윤, 그런 이미지가 되고 싶어요.


서윤과 쁨지기가 함께 하고 있는 써티랩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 존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 제가 ‘써티랩’이란 연구소를 만들어 20대 후반부터 30대를 위한 실험을 시작한 것도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시작이었어요. 서윤도 제 초대에 응해 주셨죠!(찡긋)
(->써티랩을 시작한 이유) (->써티랩 설명회)

저는 사실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큰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믿을 만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 곁이 없다는 외로움은 너무 슬픈 일이에요. 그럴수록 사람들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공허함을 떨쳐 내기 위한 수단으로써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음란물 중독처럼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저도 관계 맺기 쉽지 않은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공동체가 많지 않겠단 생각을 해요.

저도 어떤 모임을 만들 때 서로 잘 맞을 것 같은 조합을 꾸릴 때도 있지만, 되도록 다양함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해요. 일단 초대하고 보면, 의외로 더 없는 조화가 생겨나기도 하더라고요. 쉬운 길 보단 아름답고 풍성한 길을 위해서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니까요. 알면 잘 하자 나 자신아!


모두들 왜 그렇게 쉽게 수락한 걸까요?

그냥 좋아 보여서? 지기가 하는 건 다 재밌으니까!

좋아 보이는, 재밌는 일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턱을 낮추고, 깨 부수는 게 써티랩 소장으로서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글을 쓸 때의 서윤 말고, 하루하루의 서윤은 무엇을 기뻐하고 있나요?

무언가를 보고 영감을 받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힘센 주인공이 그 힘을 무엇에 쓰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런 교훈적인 면을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건 ‘기쁨’이랑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럼 ‘기쁘다’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때는 어떤 때일까요? 저는 계절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엔 알록달록한 가을을 누리고 있어요. 이 아름다움을 기뻐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죠.

음.. 기쁨이라, 어렵네요. 행복하다, 즐겁다, 재밌다 이런 단어는 일상적으로 쓰는 것 같은데 ‘기쁘다’는 말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쁨지기 말을 듣고 나니 저도 계절에 대한 기쁨이 있네요. 기쁠 것 같은 기대랄까? 가을과 겨울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다가오면 미리 캐롤도 듣고 하거든요.


20대의 서윤. 무려 캐나다 워홀 때.

우리 서른이잔아요. 20대의 서윤과 30대가 된 서윤의 차이가 있을까요?

29살까지만 해도 아주 계획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하면 분하기도 하고요. 이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어요. 애씀에 대한 해탈이랄까.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갖춰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막상 되어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졌어요. ‘그래, 어차피 시간은 돌릴 수 없다.’는 마음 같네요. 결혼도 취업도 안달복달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는 거죠. 아, 서른의 초입, 1월 10일에 쓴 글이 있네요.

@_peterbutter 1월 10일 게시물. 쁨지기가 홀린 게시물

그래서 새롭게 한 도전이 뭐였어요?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요. 다양한 곳에서 외주를 받아 컨텐츠 에디팅을 하게 된 건 처음이었거든요.


사전 질문에는 새롭게 하고 싶은 일로 타투? 수염?이라고 적어주셨는데요.

그건 지기 놀리려고!(웃음) 수염은 정말로 생각했어요. 코로나 시국에는 밖에 잘 안 나가기도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면도가 귀찮더라고요. 그런데, 줌! 줌이 있어서 별수 없이 해야 해요. 그리고 운동을 하고 싶… 아니해야 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앉아서 글을 쓸 때가 많은데 자세가 안 좋아서 필라테스도 받아보고 싶어요.


지기에게 궁금한 것이 있나요? 역 인터뷰의 기회를 드릴게요:)

쁨지기를 움직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지기는 정말 열심히 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목표로 열심을 내지만 지기의 방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계획적이면서도 꾸준히, 심지어 재밌게 해나 가요. 자신의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 마음을 갖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지쳐서 잊어버리기 쉽잖아요.

사랑하는 존재들을 잘 사랑하려는 것이 제 동력입니다. 내가 사랑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행복한지, 어떤 에너지가 채워지는지 경험해 봐서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성실은 훈련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문성을 키우거나 운동하는 시간을 하루에 몇 시간씩 들이는 것처럼 사랑하는 일을 하는 힘을 키우는 데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거죠.


잊지 못할 2021 춘천.

자 이제, 지난 쁨터뷰이가 남긴 질문!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춘천에 카누를 타러 갔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못 탔어요. 무언가를 예약하고 찾아가서 갑자기 안된다고 하는 새로운 경험을 처음 해봤네요. 강렬한 인상이었죠.(쓴-웃음)


다음 쁨터뷰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름님께 남기는 질문은?

당신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오늘 어떠셨나요?

인터뷰한 거 맞나요? 수다 떤 거 같은데?
후후. 오늘도 성공했네요.

/

insta. @soso_rej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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