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열기 전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
그렇지만, 은지님은 잘 하실 것 같아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일 리 없다. 아무리 텍스트 힙이 젊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들, 여전히 책은 책이요 서점은 서점이다. 읽는 사람도 적고 사는 사람은 더 적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명백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중 가장 잘하는 일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축적하거나 콧방귀 크게 뀔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더라도 괜찮고, 판매되는 책을 소중히 하지 않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맨손으로 서점을 나가는 사람들이 있거나 내가 연 커뮤니티 모임에 찾아와 뚱한 표정으로 재만 뿌리는 사람이 생겨도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시대에 돈이 되는 일이 아닌, 덕이 되는 일을 득으로 알아 책방 주인이란 희귀 직종에 30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역주행할지 모르잖아?
• 내가 좋아하는 일: 사람 만나기, 대화하기, 사유하기, 글쓰기, 책 읽기
• 내가 잘하는 일: 사람 불러 모으기, 일 벌이기, 책 추천, 부지런/성실
• 내가 할 수 있는 일: 마케팅, 디자인, 공간 기획, 커뮤니티 기획
• 나의 자산: 인간 보석 상자
= 최선의 직업: 다양한 커뮤니티(북클럽, 글쓰기 모임 등)가 있는 책방 주인
본격적인 서점 준비를 하며 사람 책 수집을 시작했다. 유튜브 숏폼보다 활자를 선호하고, 활자 보다 직접 마주치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 서점을 운영해 본 선배님들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며 앞으로 어떤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해 보기로 했다.
교보문고, 예스24, 북센, 한국출판협동조합 등에서 공급 계약을 맺은 뒤, 그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면 돼요. 평소 책을 구매한 것처럼 똑같이 필요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책마다 각 사이트에서 공급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잘 비교해 보고 사세요.
책을 받고 나서 며칠 안에 하면 되는데요. 정해진 기간이 지난 책이라면 명백한 사유가(나중에 손님이 구매하셨는데 책이 잘못 찍혔다든지…) 있어야 합니다. 사실, 반품을 하면 도매처에선 다 받아주는데 출판사의 손해거든요. 그래서 종종 작은 서점들이 출판사와의 상생을 위해 되도록 반품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하기도 합니다.
책마다 다른데, 정가의 60%를 공급가로 해주는 곳도 있고 평균 적으론 70~80%입니다. 비싼 책은 90%의 공급가가 되니 1만 원짜리 책을 팔면 서점은 1천 원을 남기는 것이 되지요. 그런데 또 여기서 적립이나 할인을….
- 대관: 득과 실이 확실합니다. 대관을 너무 비정기적으로 자주 하면 서점을 이용하시는 단골 고객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으실 수 있죠. 하지만 또 대관 한두 번이 서점의 한 달 수익과 비슷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을 고려한다면 하게 될 경우가 많습니다.
- 책 납품: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에 지역 서점이 납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서울은 구마다 좀 다르게 운영됩니다. 잘 알아보고 정기적인 납품을 받을 수 있으면 서점 운영에 큰 힘이 되지요. 납품은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요청한 목록을 내가 직접 구매해서 납품처로 보내는 것인데요. 직접 바코드와 분류 기호를 부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굿즈 판매: 서점은 면세 사업자이죠. 책 외에 굿즈나 음료는 판매하는 경우는 복합사업자로 등록한 뒤, 굿즈나 음료 판매에 대해서는 세금 처리를 잘 하면 됩니다.
- 콜라보/큐레이션: 이름 있는 서점이 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서점 지기의 취향이 확실하고, 뾰족한 서점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나와 취향이 다른 여러 손님들이 서점을 둘러보다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다 다양한 책을 들이고 또 들이게 됩니다. 자연스레 책이 많아지기도 하고, 또 손님들이 주로 찾으시는 신간이나 SNS에서 인기 있는 책(출판사들이 열심히 일했거나,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했거나 등)도 많이 사 오게 되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기 때문에 제가 관심 있게 본 책들이 항상 많아서 책을 고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잘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판매되는 책이 아닌 그냥 열람할 수 있는 책을 꽤 많이 비치해 두었는데요. 그 책들이 많이 훼손되기도 하고 또 손님들이 책을 더 안 사갈 수도 있습니다.
일반 카페라고 생각하고 그 공간에 오시는 분들의 문화나 태도는 서점에 오시는 분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은지님이 카페에 오신 손님들이 이런저런 책을 들춰보며 책을 소중히 하지 않고, 정작 조용히 책을 고르고 싶은 분들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또 책을 구매하는 일, 그냥 앉아서 커피 마시며 열람하는 것, 커피만 마시며 수다 떠는 것 등 규칙이 너무 복잡하면 공간이 어려울 수 있어요.
공간 규모마다 매우 다를 것 같긴 한데, 저희 서점에는 처음에 1000만 원~1500만 원 정도의 책을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또 책을 사 올 때는 되도록 2권씩 사 오시길 추천해요. 사람들의 심리상 딱 한 권만 남아있는 책 보다 2권 있는 책을 더 편히 열어보고 구매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공간의 목적에 따르면 될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가 중심이라면 편히 앉을 수 있는 자리들이 중요하겠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중요하다면 책을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서점은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지만(물론 많이 버는 곳도 있습니다만) 해서 나쁠 것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서점을 운영하며 보고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훨씬 재미있고 가치 있었습니다. 은지 님도 그런 일을 많이 해오셔서 잘 아실 것 같아요. 또 서점을 하실 때도 너무 잘 하실 것 같고요.
돈은 잘 못 버는 일이지만, 나에겐 너무 좋은 일이었다. 당신은 이미 잘 해왔고 잘 할 것 같다, 그러니 추천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하지만 단단한 힘이 있었다. 이것도 사업이니 어렵겠지만, 돈은 많이 못 벌겠지만, 이상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또 있겠지만, ‘그렇지만’이 많이 붙는 일인 서점 운영. 이야기를 나눌 수록 희한하게 심장이 쿵쾅댔다. 이런 걸 천직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