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드롬으로 작은 서점들은 돈을 벌었을까?
한강 작가님이 하시는 줄 모르고 '와, 큐레이션이 너무 내 취향인데?' 하면서 책을 두 권이나 샀던 서촌의 '책방'. 무려 난 오픈런 전에 다녀온 사람이었다.
2024년 11월 10일 저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후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 등의 대형 서점부터 오프라인 작은 서점들 그리고 쿠팡까지 책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모든 재고를 바닥냈고, 발표 후 6일 만에 책이 10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물론 '한강' 작가의 책 말이다. 또,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서촌의 작은 책방인 '책방 오늘'까지 이례적인 책방 오픈런의 현상을 만들어냈다. 책이 만든 인산인해라니, 살면서 이런 날을 또 볼일 있을까 싶었다.
'노벨상 특수'에 한강 작가의 책을 가지고 있는 출판계와 대형 서점은 쾌재를 불렀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 서점들은 한국 역사상 초유의 책 잔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책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유통구조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대형 소매점인 교보문고가 도매업도 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방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독립서점의 경우 규모가 작고, 위치도 외진 데다 책방 대표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 많아요. 본인의 노동력을 담보로 유지해 가는 구조다 보니 플러스알파를 고민해요...() 다들 부업을 하고 있어요. 광주 ‘책과 생활’은 편집자 출신이 하는 책방인데 관공서의 책 편집 기획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전북 전주 ‘청동북카페’도 마찬가지로 카페와 공간 임대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 경험을 살려 기획사를 하고 있어요. 이들만 해도 전직이 있으니까 안정적인 부업을 하고 있는 사례이고, 그 나머지는 가장 대표적인 게 음료를 파는 것입니다. 운영에 어려움이 있으니 어떤 것 하나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러다 보면 삶이 고돼요. 포기하고 문을 닫는 곳들도 생기고…, 지금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_한미화 출판 평론가
이번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 책 또한 수요와 공급의 유통구조를 따르는 시장 속 상품이다. 그러니 그 책을 판매하는 서점은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하나의 상점이자 쇼윈도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고객의 수요가 있다 한들 공급처가 가진 상품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없는 것이다.
서점에서 음료를 팔고, 공간을 대관해 주고, 행사 기획을 대행하고, 책이나 출판과 관련한 다른 일을 외주 받아 수행하는 모습을 흔하게 보게 된 것이 아주 오래된 일은 아니다. 돈이 안되더라도 서점을 하고 싶다는 희귀한 인간류인 주인장의 공급 의지가 있고, 나처럼 책과 서점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들의 작지만 확실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서점은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그리고 높아진 책 가격에 더 소심해진 지갑까지. 더 이상 서점은 책 판매 자체만으로 고정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고, 서점은 자연스럽게 서점 주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서점에 오는 이들이 가장 선호할 만한 취향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 막간 상식. 책 평균 가격은 왜 상승했을까?
책이라는 생산품의 원료인 '종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종이의 주원료인 펄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국제적으로 펄프 가격이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종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전기, 가스 등)의 비용도 올랐기 대문에 책값도 부득이하게 올라간 것이다. 또 팬데믹 이후 종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펄프 수요도 높아졌다.
서점이 해야 할 일은, 결국 하나의 스몰 브랜드가 새로 태어날 때 해야 할 일과 동일하다.
콘셉트 설정: 서점의 정체성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이다. 서점이 제공하는 가치를 정의하고, 이미 수많은 다른 독립 서점 혹은 대형 서점들과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들이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서점에 와서 책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주인장의 매력이든, 서점에서 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든, 뾰족한 취향의 큐레이션이든, 멋진 공간이든.
타깃 설정: 브랜드 콘셉트를 정할 때는 서점에 잘 올 것 같은, 혹은 왔으면 좋겠는 타깃을 고려해야 한다. 주위 유동인구에 맞출 수도 있고, 내가 잡은 콘셉트에 맞는 고객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지역 상권 분석: 나의 경우, 예전에 창신동에서 '기쁨곡간'을 열었을 때, 며칠 동안 그 자리에 다른 시간대에 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분석했다. 어떤 연령대가, 어떤 시간대에 이곳을 지나가는지 고려해 볼 수 있고 그 주위에는 어떤 다른 상점들이 있고 어떤 곳이 잘 되는지도 파악하는 것도 타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경쟁자/레퍼런스 분석: 보통 서점들은 바로 옆에 몰려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가까운 경쟁자를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책을 왜 오프라인 공간에 와서 사야 하는지 충분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 서점 몇 군데를 추려 그곳의 운영 방식, 온라인 소통 방식, 큐레이션 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을 오픈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을 얼마가 필요하며(보증금/임대료/부동산 중개비/초기 책 구매비/인테리어/제반 물품 구매비 등), 이 금액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고정 수익을 낼지, 비정기적인 수익은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가져오는 것이 좋을지 등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입지 선정: 원하는 특정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정한 서점의 콘셉트와 타깃에 따라 서점 입지를 정할 수 있다. 또 내 가게가 되는 순간 정해진 일정에는 매일 출/퇴근해야 하므로 되도록 '피곤하면 안 가고 싶은 거리'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동산 계약: 발품 그리고 또 발품이 답이다. 직접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 네이버 부동산, 당근, 직방, 지인 수소문 등등 모든 것을 두루 살피면 좋다.
인테리어 디자인: 서점 주인의 취향이 아주 빼어나거나 혹은 무난하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면(?) 서점의 콘셉트와 타깃에 맞는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좋다. 서점에 고객이 들어와서 걷는 동선, 책장과 책의 위치, 서점 주인과의 거리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기본 설치: 인터넷, 수도, POS 시스템(판매시점관리), cctv 등. 기사님 방문 등 예약이 필요한 부분은 서점 오픈 일정에 맞춰 미리 알아봐야 한다.(*사업자등록 후에 가능한 것들도 있다.)
사업자 등록: 서점 외에 서점 안에서 음료를 판매한다면 '휴게 음식점' 업종 등록도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따라 잘 알아본 후 관할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세무 신고: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했거나, 기존에 사업자 경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세무 관련 이슈가 가장 골치 아플 것이다. 유튜브나 블로그, 세무처 등 온갖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세 신고나 소득세 신고 등의 절차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SNS 계정 개설 및 운영: 온라인 SNS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사업자가 있으려나 싶다. 어떤 채널과 어떤 톤의 콘텐츠가 나에게 유리한지 잘 고려해서 서점 오픈 전부터 빌드업을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 내가 기록하는 것처럼 서점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차곡히 쌓아둔다면, 자연스레 팬층을 형성하기 좋다.
채널 추천
-> 네이버/구글 지도 등록, 스페이스 클라우드(대관) | 인스타그램, 스레드 | 유튜브
운영 시간: 본인의 상황에 너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서점 초기의 운영 시간과 휴무일 등을 결정해야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어기는 것 보다, 적당한 선의 약속을 성실히 지키며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운영 매뉴얼 작성: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 공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정기 프로그램 등 고정적인 운영 내용을 생각해 봐야 한다.
출판사 및 도매상과 계약: 책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출판사나 도매상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라 독립 출판사나 소규모 출판사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큐레이션 전략: 서점의 콘셉트에 맞는 책들을 선별하여 구매하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하면 효과적일지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