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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덮이는 날엔 다른 생각을 한다

설날 폭설에 지은 시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눈꽃이라고 하셨다

모든 곳에 차별 없이 피어난다고


하얀 눈을 하얗게만 보지 못하게

찌든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어머니

높이 솟은 나무는

날카로운 가지와 이파리로

눈의 무게를 빠르게 털어내지만

땅을 두루 덮은 덩굴들은

그 존재를 알 수도 없게 사라져 버렸어요

뽀얗고 빛나는 눈이

가장 차갑게 덮이는 곳은

비닐막 하나 덮어두지 못한 평평한 땅이에요


시를 시작하다

눈을 보니 또 눈이 부셔서

시를 맺음 하지 못했다


나의 눈은 부시지 않고

부서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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