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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Oct 25. 2016

나의 소리를 알아야만

서울살이 #3

현악4중주, 피아노독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20~30분 동안 몇개의 악장을 거쳐

하나의 곡이 완성되었다.


새삼, 평소 듣는 3분의 노래가 아닌, 장장 20~30분 동안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짜여진 하나의 곡. 글을 통해 기승전결을 전달하듯, 음악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꾸려 전달하는데, 하나의 펜이 아닌, 수 많은 악기들이 '각자의 소리'로 '하나의 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서로 다른 문장들로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속의 인물  한명  한명,  사건 하나 하나가 큰 그림안에서 주인공과 내정된 결말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 서로 다른 악기로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악기가 자신의 소리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악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다루어 소리를 내야만 어우러진 소리를 만들어내고,  지휘자의 손 끝을 따를 수 있다.


자기의 소리를 모른다면,
함께 소리낼 수도 없다.


마림바가 그 20분동안 단 두세번 등장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이야기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그들의 기다림은 조화에 대한 귀귀울임으로 아주 분명한 소리를 내고 있는것이다.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곡으로 아리랑을 들었다.

듣는이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분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는 그 누구도 중간에 끼어들어 "브라보" 를 외치지 않는다. 그저 경청하며 선율을 따라 전해오는 조화를 듣는다.


엊그제, 나도 모르게 덩덕쿵ㅡ쿵덕쿵ㅡ소리에 이끌려 갔던적이 있다.  절로 "얼쑤"소리가 입에서 나오고,  어깨가 들썩였다.  누구도 장구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지 듣거나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함께 그 소리 가운데로 뛰어든다.


-

서로 다른 색깔과 매력이 있다.

다만, 문득.

아리랑만큼은

24현도아닌

12현의 가야금만으로 뜯고 퉁기며

부르고 싶단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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