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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l 15. 2017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패기휴가 : 미국 방랑기 2. 뉴욕 2일차

#뉴요커 되기 차암~힘들다.


 미국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의 또 하나는 바로 뉴요커 인척 아침 조깅을 하는 것이었다. 뉴욕에 와서도 한국 할머니,  얼리버드인 나는 아침 6시부터 눈이 떠졌고, 더 자보려고 한들, 이미 깬 몸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빈티지 샵에 가서 우여곡절 끝에 산 외투를 걸치고 주위를 한 바퀴 산책했다. 아- 뉴요커 인척 하기 힘들다.. 춥다.. 그렇게 뉴욕 아침 조깅은 추위와 싸우며 15분 만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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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볼 것인가_모마 미술관

모마미술관 1층 로비

평소 미술에 큰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 없이 가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하얀 건 벽이오, 걸린 것은 액자구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대표작과 작가들을 열심히 복습하고 갔다. 오늘의 목표는 앤디 워홀, 잭슨 폴락, 달리, 모네, 고흐, 샤갈,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이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모네의 수련과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였다.


전혀 같을 것 없어 보이는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가끔ㅡ이게 무엇일까ㅡ라고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거나,  현대 미술에서 점 하나를 찍어놓은 무엇인가가 엄청난 작품인 것을 해석을 보고야만 알 수 있게 된다면,  앤디 워홀과 모네의 작품은 보면 그저 아! 하며 보는 순간 그것이 무엇인 줄 알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현대를 사는 바쁜 대중들이 예술로부터 한없이 소외되기 쉬운 지금에 나는  짙은 예술성을 가진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보다 그저 보면 미소 짓게 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모네가 한 말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토론하고 마치 그것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내 그림을 이해하는 척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그냥 사랑해주는 것이다.


모든 예술작품보다 더 깊고 멋진 어느 한 사람이라는 인생이라는 그림도 그렇게 보면 좋지않을까ㅡ해석하기보다ㅡ그저 사랑할 수 있다면.

모네의 그림 앞에서. 겨우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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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단함을 갖추기 까지.._자연사박물관


머리가 커서 슬픈..짐승(?)이여..

자연사 박물관,  내가 사랑하는 공룡을 보러 갔다.  도네이션 입장을 기다리다 결국 4시 30분이 되어(박물관을 6시에 닫기 때문에, 보통 이렇게 늦은 시간이며 무료입장을 시켜주는 경우들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서 곳곳을 둘러보았다. 거대하고 웅장한 전시물들에 우리는 계속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여림이에게 물었다.  

이 곳에 모여있는  여러 국가, 부족들의 물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녀는 대답했다.  그래도 이렇게 모아놓을 수 있어서  '역사'가 보존되고, 기록될 수 있고ㅡ우리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참 대단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분명히 인간이 가진 놀라운 호기심과 탐험심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저 마추픽추에 올라 저 돌들과 인형,옷들을 가져내려왔으며,  아마존 깊숙히 들어가 주요부위만 가린채 태초의 모습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사진과 풍습을 기록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누가 상주는것도 아닌데 참 놀랍다.


그러나, 퀘스쳔마크 던져보기가 취미인 내게 한가지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원하지 않는 수집'당함'과 기록'당함'은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물론 기록자체가 나쁜것은 아니고,  그렇게 기록에 대한 여력과 기술이 없는 이들에게 누군가 수고로이 해주는 그 역사기록이 큰 그림에서 이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기록과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 세계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나왔을 때 그 과정에서 어떤일들이 그들의 삶속에 일어났던 것일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 아닐까. 


그 많은 전시품들은 영화나 여러 예술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었을 것 같은 것도 많이 있었다. 이들이 여러면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 누군가들에게서 '훔쳐온' 그 무언가들의 밑받침이 있었지 않았을까-

연신 씁쓸한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이 강한 나라가 있기까지. 그 힘은 어디로부터 쌓아졌을까-


오늘도 그저 곧이 곧대로만 보지 못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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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이 궁금하거든_타임스퀘어의 예술인들을 보고


무료 입장한 박물관이 문 닫기 전까지 후다닥 관람을 마치고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BBQ그릴 이라는 현지 프랜차이즈 고기?집은 타임스퀘어 중심부에 있었기에 오늘도 타임스퀘어의 예술가들을 만났다.


내가 타임스퀘어의 예술가들이라고 하는 이들은 시카고 무대 분장을 하고 공연 티켓을 나누어 주는이, 유명인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이들(물론 해맑게 찍은 후에는..돈을 내야한다) 그리고 삐에로 분장을 하고 사람들과 호흡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이들... 문득 시멘트 바닥에서 덤블링을 하는 저 사람의 분장 뒤의 맨얼굴 삶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저들도 일상의 삶이 있겠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도 때론 잊게되는 것 같다. 저 보여지는 모든 화려함과 숙련됨 뒤에 그 시간을 갖게 되기까지의 인고와 훈련 그리고 그저 모두와 같은 일상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간극장 피디는 어서 와서 이 사람들 좀 찍어달라! 화장 뒤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만 궁금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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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또 함께_뉴욕재즈바


재즈의 본고장은 뉴올리언스이지만 그 이후 시카고와 뉴욕으로 상경한 재즈인(?)들로 각자 조금씩 다른 분위기의 재즈풍토가 자리잡았다...고 하는 것을 미리 조금 공부하고 갔다. 평소 재즈노래들을 종종 듣지만, 엄청 잘 아는 뮤지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즈 자체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그저 팬심으로 뉴욕에서의 재즈바를 *필수*일정으로 넣었다.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쌌지만 그래도 뉴욕까지 왔으니 재즈바는 가야된다는 의지로 테이블이 아닌 바(바는 음료까지 포함이었다)로 자리를 잡았다. 나도 그녀도 NON-ALCHOALIC이기 때문에 난 넌알콜 모히또를 그녀는 소다를 시켰다. 트럼펫,트럼본,콘트라베이스 등 여러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았고 뭔가 포스 있어 보이는 피아노 연주자까지 완벽한 그림이었다.


같이 연주하다가도 각 악기별로 혼자 연주를 하고  또 애드리브로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어떻게 애드리브로 연주하는데 모두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다들 얼마나 어마무시한 실력자이면 각자가 마음대로 놀지만 그 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걸까.


이것이 바로 진짜 실력이자 진짜 배려이지 않을까. 모두가 같아져야한다는 억압이 아닌, 각자가 자기 색깔로 존재하지만 그 어우러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것. 배려. 오늘 내가 재즈를 통해 본 뉴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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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 풀어진 몸은 뉴욕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추위에 맞써싸우며 다시 메가버스로 향했다.

보스톤으로 돌아오는 내내 한숨도 못잤다는 여림.. 그런데 말이야. 나는 어쩐일인지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보스톤이었단 말이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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