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Aug 19. 2017

반짝거리는 그대에게-

#패기휴가: 미국 방랑기5. 보스톤 4일차


#네가 기쁘면 나도 기뻐_가족들을 위한 마샬(Marshalls) 나들이


미국에는 마샬이라는 할인 마트가 있다. 옷, 신발, 생활용품, 화장품 등의 여러 가지 물건들을 원가에 비해 아주 싸게 파는데 아마도 포장이나 무엇인가에 아주 작은 문제가 있는 것들인지... 확실한 출처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멀쩡한 것들을 아주 싸게 판다.


사실 여행 다니며 쇼핑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뚜벅이 백패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캐리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사실 내게 있는 캐리어는 캄보디아 갈 때 시장에서 손을 덜덜 떨며 3만 원을 내고 사온 커다란 아이 하나라서. 캄보디아에서 3만 원이라니!!!!) 물건을 사도 담을 곳도 없고 액체류는 100ml 이상 살 수 없다.


그런 나도 쇼핑을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딜 가든 나를 응원해주고 기도해주는 이들을 위한 선물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꼭 사서 이곳에서 산 엽서-편지와 함께 손에 쥐어 주는 것이 내가 여행을 통해 누리는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반응이 좋은 것은 나의 메인 고객인 언니다. 사실 우리 언니도 내가 가난한 뚜벅이로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나돌아 다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뭘 요구하진 않지만, 일단 사서 가져다주면 한국에서 그게 얼만지를 찾아보며 '오져하는'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오짐'을 보는 것을 '오져하는'사람이다.

(오지다: 광주 사투리로 아주 좋아서 배부르다는 뉘앙스의 말)


어버이날에 전화 한통 못할 이 불효녀는 열심히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찾아 헤맸다.

이게 필요할까, 이걸 좋아할까.. 찾고 찾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아빠는 벨트, 엄마는 주름 에센스, 언니는 오일.

이렇게 작지만 뚜벅이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골라졌다. 선물을 받으며 기뻐할 이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쇼핑하는 내내 오지다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중에 작은 선물이지만은 그래도 내가 이 곳에 와서도 당신을 생각하였다는 것을 전하고 픈 이들을 위한 소소한 것들도 샀다.


이 먼 곳에 와서도 마음을 전하고픈 이들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열정 있는 사람은 언제나 빛난다_MIT


지난번에 급하게.. 사실은 길을 잃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MIT대학에 다시 갔다. (아- 길치 탈출하나 싶었는데) 학교가 워낙 넓고 건물들도 워낙 커서 길 잃기가 십상인데, 역시..? 엠아이티답게 와이파이가 아주 잘 터져서 지도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찰스강을 따라 걸어가다 아주 기하학적으로 생긴 건물에 도착했다. 엠아이티 학생들이 해주는 투어를 따라가면 반드시 거쳐가는 것 같은 이 곳은 강의실, 연구실, 식당 등이 있는 복합 건물? 학생회관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을 비롯한 엠아이티의 대부분의 공간이  '공유지'라는 것이다.

내가 한참을 빈 강의실에 들어가서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적으며 낙서 혼을 불태우든, 어떤 공간을 기웃거리든 아무도 날 막지 않는다!!!!!


심지어 굉장히 중요한 작업 하는 것 같은 로봇과 컴퓨터 등의 기계가 가득한 랩실 등도 다 투명한 유리였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엠아이티 학생들의 모습은 정말로 멋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일할 때 저렇게 멋있을까?

나도 내 일을 저렇게 열정적으로 집중해서 할 때 누가 날 본다면 저렇게 빛날까?


누구든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
번쩍번쩍
그리고 그 매혹적인 빛을 때론 다른 사람들을 물들인다.
나한테는 어떤 색깔 빛이 날까?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람들은 보통 가질수록 숨기기 마련인데 이 곳은, 이 이름만 들어도 어마-무시한 곳은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공유한다. 이게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닐까?

정당하게 얻은 것들, 자기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것들을 이렇게 공유하는 것.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와서 꿈을 키우리라. 진짜 보석은 꼭 꼭 감추어 놓고 자기 혼자만 가끔 몰래 꺼내어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COMMON이 될 때 더 빛나는 것 같다.



#햇살 좋고, 바람도 좋고, 너도 좋고_카플란 친구들과 나들이


여림 이가 다니는 어학원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 찰스강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피고 앉아 가져온 과자들을 나누어 먹었다.


카플란에는 전 세계에서 영어 공부를 하러 모여든 이들이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태국, 스페인, 프랑스 등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옆에 앉은 사우디아라비아 친구 모나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몰랐던 또 하나 새로운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중동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의 삶은 히잡과 브루카로 대표되는 대단히 억압적이고 갇혀있는 삶이었다. 그러나 모나가 들려준 이야기는 새로웠다. 많은 것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고. 물론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이 있긴 하지만, 여자인 자신이 국가장학생으로 이곳에 나와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라고. 

오늘도 이렇게 앞선 사람책을 만나며 하나 또 배웠다. 활자로 인쇄된 삶보다 직접 만나며 느끼는 재미를 더 알아간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와 하버드를 가기 위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터키 친구와 자기의 영어 실력을 리프레시하기 위해 몇 주이지만 잠깐 왔다는 칠레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돈이 많구나.. 조금은 베베 꼬인 질투를 해보다가 또 생각하니 참 멋지게 돈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짜 배우고 싶은 것, 그중에서도 다른 세상을 더 알아가는 가장 빠를 수단인 언어에 투자한다는 것.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에 돈을 쓴다는 것 참 멋지다. 배워서 남주는 것이 내게 중요한 신조인데. 그러려면 '많이' 그리고 '제대로' 배워야지. 이렇게 아끼고 아껴 먼 곳을 떠나와 열심히 배우는 나도 참 돈 멋지게 쓰고 있네-라며 셀프 칭찬으로 마무리해본다. 오늘도 자기애 넘치는 하루 파이팅 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날마다-당신이 행복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