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an 21. 2018

바나힐 위에서

#다낭 가족여행기. 둘째날

오늘도 행복한 음식으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했다. 먹는다는 것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어떠한지.. 연유커피를 제조하며- 아침은 역시 폭식이다.


#잃지 말아야할 것을 잃고, 잃어도 되는 것은 붙들고

이 여행에서의 첫 자유시간! 이 소중한 시간에 무얼할까 고민했다. 어느 도시나 그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그러나 누군가에겐 수학여행 아니고서야 갈일 없는 공간일 수도 있는 박물관을 가고 싶었다. 그러나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휴관한 관계로 차선책인 로컬시장을 가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쇼핑몰보다 나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것은 현지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입고 사는가를 볼 수 있는 동네 시장이다. 아침이라그런지 더더욱이 외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시장을 한바퀴 빙 돌고는 나의 사랑 롱안을 샀다. 한국에 들어오는 냉동 열대과일이 아닌 이곳 특유의 뜨뜻-한 과일.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 심으면 날려나..


로컬시장 바로 앞 빅마트에가서 신나게 쇼핑을 -언니가- 했다. 여행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캐리어 한번을 끌지 않는 것이 나름의 괴상한 자존심인지라 이번에도 작은 백팩 하나로 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차가 너무 싼터라 잠시 정신을 잃을뻔 했다. 또 좋은 것을 보면 생각나는 이들이 있기에 결국 나름 최소한의 선물을 샀다. 과소비는 싫지만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선물할 정도는 버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 그와중에 사과가 참 빨갛게 맛있게도 익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우릴 기다리다 지쳐서 아까본 그 자리에 있겠다던 엄마가 사라졌다. 엄만 우리가 어렸을적 우릴 한번도 잃어버리신 적이 없으셨는데, 우린 엄말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산 물건은 양손 가득 그대로 있었는데. 난 약속장소에 있고 역시나 큰딸인 언니는 부랴부랴 엄마를 찾아나섰다. 건물 크기로 보니 대략 10~15분 정도의 불안을 지나면 결국 다시 우리 셋이 만날거라 생각했기에, 세상 태평한 나는 그냥 차나 한잔 마시려고 바로 앞 카페를 들어갔다. 베트남의 로컬 프랜차이즈 카페였는데 지나치게 맛있었다. 그와중에. 아까 꼰시장에서 득템한 모자와 함께. 총 5천원의 행복이었다.


정말 약 10분 후, 언니와 엄마가 돌아왔다. 오늘도 든든한 마르다와 철없는 마리아는 그래도 다시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그래도 그 둘은 가족이니까.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기쁨

프랑스 식민시절 지었고 이제는 베트남의 삼성 같은 썬그룹 소유라는 바나힐(프랑스식 마을, 놀이공원)로 올라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어마어마하게 긴 이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두번째라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어무니는 눈빛이 정지했다. 아쉽다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보지 못하다니. 멋진 것을 마름껏 볼 수 있는 용기도 참 복이다.


문득 아득한 운해를 해치며 유유히 날아가는 케이블카 위에서 도대체 인간은 왜 이 높은곳까지 길을 냈을까, 이 높은 철근 탑은 어떻게 옮기고 도대체 왜 굳이 그 위에 돌을쌓아 그 마을은 만들었을까 의문들이 들었다. 그렇게 프랑스가 그리우면 왜 그 먼길을 건너와 식민지배를 한건지. 인간이란 이해가지 않는것 투성이다.

운해가 가득한 이 곳은 프랑스에 와있는 착각이 든다. 미니 노트르담과 돌로 쌓은 프랑스식 옛 집들과 알록달록 건물들이 유럽에 온 것 같았다. 멋있고도 슬펐다.


촉촉한 길을 헤매이는 이들은 무엇을 보고 따라가나. 텅텅비고 문이 잠긴 건물들은 스산하지만 그 속을 유행따라 철따라 발길따라 온 한국인들이 가득매우고 있었다.


바나힐에서 자이로드롭이라니... 위로 올라가던 중 가이드해주던 현지인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아빠 미소로 웃어주는데, 몇년간 본 친구처럼 반가웠다.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게 뭐가 재밌다고 깔깔대는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더 깔깔댄다.


바나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초록자전거 그리고 돌담.


#그래도 결국 가장 행복한 순간은

친구에게 추천받아 온 파빌리온 가든. 한국사람이 대부분인 다낭에서 처음으로 한국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추천해준 친구의 말처럼 오전에 한적하게 와 서 책을 읽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인지라 울려퍼지는 캐롤과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우리 가족으로 인해 카페 사색은 물건너 간듯했다. 그래도, 오늘도 먼길을 돌고 돌아 피곤한 몸을 뉘이러 온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차 한잔 하는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할 수 없어 보였던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