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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Nov 13. 2022

어둠 뒤에 가려진 따뜻한 온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어둠 뒤에 가려진 따듯한 온기]


나의 삶이 얇은 종이  장에 쓰여지고 있다면 다른 세계에서,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다른 나의  역시 어떤 종이에 쓰여지고 있을 것이다. 종이 위에는 온갖 선택과 그로 인한 행복과 불행이 뒤섞여 쓰여있다.


영화 속에서,  종이들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종이와 종이 사이의 끝없는 어둠과 공허함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소멸의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어떤 이는  종이들을     다시 열어보고 나서야 결국 그것들은 애초에 하얀색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인간 삶의 어둠 뒤에 가려진 온기를 확인한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겹쳐놓으면 아쉽게도 불행이 먼저 눈에 띈다.  불행의 곁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불행인지도 모르는  그저 살아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불행을 어딘가에 꽁꽁 숨겨두고 그것에 가려져있던 행복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삶이 빼곡하게 적혀진  종이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명 수많은 불행이 적혀있을 것이다. 비록 누군가는  불행이 적고 누군가는 불행이 많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세계에 있는  누군가도 불행과 같은 인간 삶의 어두움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이 초래한 불행이 있다면  다른 선택이 불러오는 기대감과 행복, 그로 인한 인간 삶의 온기가 분명 있다. 다만  온기가 불행과 공허함, 허무와 같은 것들의 그림자 뒤에 가려져 있을 , 삶이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은 분명  그림자 뒤에 가려져있는 따뜻한 온기다.


우리네 삶이 적혀진 종이를 자세히 보면  속에는 인간 삶에 대한 허무와 상실감이 있고, 자신을 낭떠러지 밑으로 내던지는  돌멩이처럼 어둠 속으로 내몰리는  어떤 공허함이 있다. 그리고 인간 삶에 대한 온기와 기대감도 있고,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는  돌멩이의 뒤를 따라 자신 또한 내던지는  어떤 다정함이 있다. 그리고 아직 종이에는 가능성이라는 여백이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 웨이먼드가 울부짖는다. 다정함을 보여달라고, 분명 너의 삶에는 불행과 같은 아픔 말고도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는 온기가 있다고.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장면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세탁소에서 바보 같은 미소를  채로 손님 옆에서 춤을 추던 웨이먼드의 모습이. 너무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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