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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Jun 11. 2023

나의 삶을 사랑하는 정도

아주 보통의 행복 - 최인철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


북촌의 한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형형색색의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제목이 '아주 보통의 행복'이었다. 행복, 참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까지는 행복이라는 것이 삶의 지향점이자 커다란 목표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책이 행복은 아주 보통의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이 보통의 것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서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글쓴이는 행복이라는 것이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행복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남의 삶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오롯이 나의 삶에서 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뜨뜻미지근하게 좋아하는 척해서 오는 것이 아니고 사랑해야 오는 것이다. 서문을 읽고 행복천재들의 이야기를 덮어둔 채로 책을 들고 서점을 나섰다.


​[아무거나]


행복천재들은 좋아하는 것, 취향과 같은 것들이 선명하다. 행복둔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힘들어하지만 행복천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도 설명한다. 그들에게 '아무거나'라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 그뿐이다. 나를 되돌아보면 나는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싫어하는 것은 대부분 선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진실하게 추려내야 한다.


​[타원]


행복천재들은 평가, 감시, 비교와 같은 것들에서 멀어져 있다. 그들의 삶의 중심은 '자신'에게 있고 그것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삶의 중심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과연 내 삶의 중심은 나에게 있을까, 혹은 타인에게로 어느 정도 옮겨져 있을까. 아마 sns에 들어갈 때마다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는 나를 어둠 속에 밀어놓고 화면에 반짝이는 타인의 삶 앞에서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 아마 내 삶의 중심은 나에게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을 것이다. 벗어난 그것을 나에게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감시나 평가, 비교에서 멀어진 제3의 영역이 필요하다. 온전히 나의 삶이 반짝일 수 있는 곳, 그런 것들을 만들고 가꾼다면 타인의 삶은 나라는 중심의 곁에 바짝 붙어있는 타원이 아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원이 된다.


[여백]


행복천재들은 마음의 빈 공간이 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을 꾸깃꾸깃 모아서 마음을 가득 채워놓지 않는다. 마음이 어느 정도 비워져 있는 상태는 공허함과는 다르다. 쏟아져 내려오는 정보들에게 조금은 무관심해지는 것은 마음의 힘을 비축하는 것이고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찾아왔을 때 그것들을 맞이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부쩍 마음이 소란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마음을 비좁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둘씩 종이에 옮겨놓다 보면 그 소란함이 잦아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


행복천재들은 여행을 간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고 발견한다. 한 달간의 제주여행을 떠올려보자. 혼자 버스를 타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길을 걷고 혼자 그 어두운 밤을 지새우면서 참 많이도 생각을 했다. 결국 혼자 여행하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지나갔던 생각들을 돌이켜보면 분명 그 시간들은 나를 안에서부터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나 보다. 한없이 가벼웠던 내가 어딘가에 붙어있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게 된 것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


책을 전부 읽고 생각해 보니 보통의 존재가 느끼는 행복은 결국 보통의 것들에게서 왔다. 특별하게 무언가를 성취해 내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목표를 이룸으로써 오는 자그마한 성취감과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짧은 여행, 그리고 내가 나에게 관심을 줄 때 행복은 찾아온다. 행복천재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행동하면서 행복을 키워나간다. 나에게 물을 주고 볕을 주고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면 행복은 새싹과 꽃, 그리고 열매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행복은 결국 나 자신이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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