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녹여만든 행복

241014

by 밤박


불행을 녹여만든 행복은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만큼 불행했으니까 다시 이만큼 행복한 것이 그다지 기쁘지 않은 것이, 그저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분명 불행을 녹여낼 때 몸의 안쪽을 전부 더럽힌 시커먼 연기가 가득했는데, 과연 그 이후에 찾아온 행복이 그것들을 없었던 것처럼 속여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 행복의 끝에 서있을 때마저 불행의 잔여물이 내 몸을 군데군데 더럽히고 있다면, 나는 그 찌꺼기들과 또 함께 살아가야만 하겠지.


아, 행복은 분명 반짝거리는 것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빛바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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